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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공학 - 꿈의 에너지를 만든다
분야 환경기술.에너지/대체에너지 날짜 2011-05-09

핵융합공학 - 꿈의 에너지를 만든다

글 : 황용석 (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는흙, 물, 공기, 불이 자연의 근본물질이며 이들은 변하지 않고 서로 섞여 다른 물질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 뒤 원자론을 거쳐 지금은 이들보다 훨씬 작은‘쿼크’입자가 물질을 구성하는 근본물질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흙, 물, 공기, 불은 현대과학에서 물질의 상태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물질로 볼 수 있다. 흙, 물, 공기는 고체, 액체, 기체 상태를, 불은 제4의 물질 상태인 플라즈마를 의미한다.

제4의 물질상태

불은 플라즈마의 역할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마치 고대의 연금술사에게 화학적 도구인 불이 있었다면 현대에는 화학반응을 뛰어넘어 핵반응까지 유발할 수 있는 물리화학적 도구인 플라즈마가 있는 것과 같다.

플라즈마는 원자나 분자로 구성된 기체 상태의 물질이 큰 에너지를 받으면 다수의 전자와 이온이 생성돼 만들어진다. 플라즈마를 구성하는 입자 중에서 전자와 이온은 전하를 띠고 있어 일반 기체 입자와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이것이 현대 과학기술이 플라즈마를 주목하는 이유다.

전하를 띤 입자의 운동은 전기장과 자기장의 영향을 받는데, 특히 전기장을 가하면 전기에너지가 바로 전자와 이온의 운동에너지로 바뀌면서 빠르게 플라즈마를 형성한다. 특히 전자는 원자나 이온에 비해 질량이 작아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주변의 원자나 분자와 충돌해 전자와 이온 쌍을 추가적으로 만들면서 플라즈마를 유지 시키거나 증가시킨다.

전기장에 의한 에너지 전달방식은 시스템 내 모든 입자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법에 비해 입자를 선별적으로 가열할 수 있어 훨씬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형광등의 양 끝에 있는 전극에 교류전압을 걸면 플라즈마가 형성되는데, 20W 정도의 적은 전력을 공급하는 형광등에 존재하는 전자는 수만℃에 이르는 높은 온도를 갖고 있다. 즉 큰 에너지를 가진 입자가 많이 존재하는 플라즈마 상태에서는 매우 활발한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특히 빠르게 움직이는 전자는 플라즈마내원자와 충돌해 원자 주위를 도는 궤도전자를 높은 에너지 준위로 이동시키거나 분자를 쪼개며 화학반응을 크게 증가시킨다.

플라즈마 내 이온이 전기장에 의해 가속되면 보통 상태에서 잘 이뤄지지 않던 반응이 일어난다.

탄소박막 중 다이아몬드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유사 다이아몬드 필름(박막)은 매우 높은 온도에서 형성되지만 플라즈마를 이용하면 훨씬 낮은 온도에서 만들 수 있다. 그래서 플라즈마는 수만~수억℃에 이르는 높은 온도의 입자를 쉽게 생성해 고온 초전도체, 나노튜브 같은 신물질을 합성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나노공정 기술의 핵심

나노 급에 해당하는 작은 선폭의 가공은 반도체 기억소자의 생산공정에서 필수적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플라즈마다. 기존의 화학적 식각방식에서는 모든 방향으로 식각이 일어나 메모리칩 안에 있는 작은 선폭의 배선이 끊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플라즈마 내 이온은 전기장 방향으로 가속돼 이온의 진행 방향으로만 식각이 일어나므로 아무리 작은 선폭이라도 원하는 모양으로 깎아낼 수 있다.

플라즈마 식각장비는 이런 성질을 이용해 기가 바이트 급의 대용량을 가지는 높은 집적도의 반도체 기억소자 공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도구로서 자리 잡았다. 플라즈마 기술은 현재 경쟁이 치열한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의 두 축인 LCD(액정표시장치) 방식과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패널) 방식에서 각각 LCD 제어회로의 미세패턴 식각과 PDP의 방전 셀에 쓰이는 핵심기술이다.

또한 플라즈마는 높은 반응성을 이용해 재료의 표면처리, 환경폐기물의 처리 같은 다양한 분야로 그 응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꿈의 에너지’라 불리는 핵융합 에너지를 개발하는 데도 플라즈마가 해답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핵융합 반응은 중수소나 삼중수소처럼 가벼운 원소의 원자핵이 헬륨처럼 무거운 원소가 되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이런 반응이 일어나려면 원자핵 간 반발력을 이겨야 하는데, 이런 반응은 수억℃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만 가능하다. 고온의 플라즈마를 반응로에 담아 두는 일은 매우 어렵지만, 전하를띤입자로 구성된 플라즈마의 특성을 이용하면 가능하다.

고온의 플라즈마는 자체 중력으로 가두거나, 고출력의 레이저로 사방에서 가열해 안쪽으로 폭발시키거나, 자기장을 이용해 고온의 플라즈마를 반응로의 벽에 닿지 않게 가두면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중 자기장을 이용하는‘자기핵융합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 자기장 하에서 전하를 띤 플라즈마 입자들은 운동방향과 수직으로 로렌츠 힘을 받아 자기력선 주위를 원운동하며 자기장으로부터 도망가지 못한다. 자기핵융합 방식은 이를 이용해 수억℃의 플라즈마를 자기장으로 이뤄진 특수구조 속에 가둬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지구 주위의 자기장은 우주에서 날아온 방사에너지에 의해 형성된 플라즈마를 가둬 지구상공에 전리층을 만들고 있다. 자기장을 따라 남북으로 움직이는 플라즈마 입자는 자기장이 센 극지방에서 반사되며 전리층을 형성한다. 이처럼 강한 자기장을 양쪽에 걸어 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두는 방식이‘자기거울’방식이다.


핵융합 발전의 핵심기술

그러나 자기거울 방식은 자기장 방향으로 움직이는 고온의 플라즈마 입자를 가두는 데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기장 구조를 도넛형태로 감아 자기장 방향으로 도망가는 플라즈마를 차단하는 다양한 자기핵융합 방식이 연구되고 있다. 그 중 도넛 방향으로 강한 자기장을 걸어주고, 자기장 방향으로 플라즈마 전류를 흘려
안정적으로 플라즈마를 가두는‘토카막 방식’이 러시아에서 제안돼 현재 가장 유력한 가둠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서 SNUT-79라는 토카막 장치를 처음으로지어 연구를 시작했다. 그 뒤 1995년 국가 핵융합 기본개발계획을 수립하고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핵융합연구센터를 중심으로‘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라는 초전도 토카막을 2007년 8월 완공해 본격적으로 핵융합 연구에 뛰어들 예정이다. 국제적으로도 미국, 러시아, 유럽공동체(EU), 일본, 중국, 한국, 인도가 국제공동 핵융합 연구장치인‘ITER’를 지을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핵융합 발전에 대해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 대한 전문인력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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