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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공학 - 문명의 원동력
분야 환경기술.에너지/자원 날짜 2011-04-07
문명의 원동력
수리공학
| 글 | 서일원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ㆍseoilwon@snu.ac.kr |

수리공학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고 문명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더 이상 무분별하게 개발하지 않고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필수적인 학문이다.

고대 4대 문명은 모두 강 유역에서 탄생했다. 비옥한 토지에서 농경생활을 뒷받침하는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과거 국가 통치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민이 안전하고 편하게 물을 공급받을 수 있게 하는 일이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한단고기’에 기술된 ‘자오지 환웅’(기원전 2700년경 고대 왕국인 배달국의 14대 환웅)은 전쟁의 영웅이라 널리 알려져 왔지만 실제로 물 관리에서 각별한 능력을 보여 ‘치우천왕’이라는 별호로 불리며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물을 이용하고 다스리는 ‘이수’(利水)와 ‘치수’(治水) 사업을 통해 강의 범람이나 가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이를 통해 강력한 왕국을 통치하는 기반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자원을 관리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일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수자원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물에 대한 기술은 현대에 들어 도시화와 산업화가 가속되면서 이수, 치수, 환경, 생태 기능으로 세분돼 진보하고 있다.


 
   
 
 
수리공학은 물에 의한 재해를 방어하는 기술분야에서 중요하게 활용된다. 사진은 2004년 집중호우로 인해 초당 1000톤의 물을 방류하는 대청댐의 모습.
수자원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

 수리공학(水理工學)은 물이 흐르는 이치를 연구해 인간 생활에 필수적인 물에 관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학문은 유체운동에 관한 물리학 기초이론에서 발전했다. 수리공학은 뉴턴 물리학 시대 이후에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실은 먼 옛날부터 인류는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물을 이용하기 위해 수리공학 이론을 일상생활에 적용시켜 왔다.

수리공학은 물을 이용하는 데 필요한 이수 기술에 적용된다. 식수,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시설은 댐, 보, 취수구조물이다. 댐과 보는 하천에 흐르는 물을 가두어 저장하는 구조물이며, 취수구조물은 저장된 물(원수)을 취수하는 데 필요한 시설이다. 일단 취수된 원수는 수로, 파이프라인, 터널을 통해 물이 실제로 쓰이는 곳까지 이동한다. 원수를 이용해 식수나 생활용수 같은 상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수 시설이 필요하다. 그리고 쓰고 버리는 물(하수)을 하수처리장까지 보내는 데 필요한 하수도 시설이 있다. 이런 모든 이수 시설을 설계, 시공, 운영하는 데 수리공학 기술이 필요하다. 즉 저장된 물의 높이, 물이 미치는 압력, 물이 움직이는 속도, 물에 섞여 있는 이물질(토사, 오염물질)의 움직임에 수리공학을 적용해 용수 공급시설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다.

용수 공급 외에도 중요한 이수 시설로서 흐르는 물의 운반능력을 이용해 물류를 수송하는 시설인 운하와 주운 시설을 들 수 있다. 이런 시설은 강이나 운하 그 자체와 그 안에서 쉼 없이 움직이는 물의 힘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 시설을 설계하고 시공하기 위해서는 더 깊은 수리공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물의 흐름을 읽어야

수리공학은 물에 의한 재해를 방어하는 데 필요한 치수기술 분야에도 적용된다. 치수기술은 고대로부터 국가 발전의 중요한 기술이 돼 왔으며 도시화와 산업화가 집중적으로 일어난 현대에는 더욱 중요한 기술로 자리잡았다. 우선 비가 올 때 물을 원하는 기간과 양만큼 저장할 수 있는 댐이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치수 시설이다. 댐은 물을 저장하는 본체, 남는 물을 내려 보내는 여수로와 수문 시설,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취수 시설과 수력 발전을 위한 도수로 등 발전 시설로 구성되는 수리기술의 복합체이다.

이렇게 댐을 이용해 1차 방어한 홍수를 최후에 방어하는 구조물은 하천의 제방이다. 특히 인구가 밀집한 도시 지역을 관통하는 강이나 하천의 제방은 국가나 사회의 생존이 걸린 아주 중요한 시설로 이것이 붕괴되면 막대한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이 발생한다. 그래서 국가에서는 수리공학의 최신 이론과 기술을 적용해 제방을 설계하고 시공한다.

최근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는 홍수 방어능력을 극대화한 ‘슈퍼 제방’을 주요 대하천에 건설해 홍수재해로부터 더 안전한 사회를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댐과 제방 외에 주요한 치수 시설로는 도시지역에 홍수가 났을 때 빗물을 지하에 저장할 수 있는 지하저장시설, 유수지나 저장 시설에 모인 물을 퍼내는 데 필요한 양수 펌프 시설을 들 수 있다. 이들 시설의 설계와 시공에도 물의 압력이나 에너지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수리공학은 물 환경과 생태를 보전하기 위한 환경과 생태기술 분야에도 적용된다. 수리공학은 지나친 도시화, 산업화로 인해 환경 생태가 파괴됨에 따라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수자원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수리공학에서 세분돼 발전한 환경수리공학은 유체와 물의 움직임이나 특성을 연구해 물 환경 문제의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환경수리공학의 목표는 단순히 물을 이용하거나 홍수 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넘어 물 환경 오염을 해결하고 자연생태를 보전하는 기술을 제시하는 데 있다.


물 환경을 보존해야

 
   
 
 
복원된 청계천은 ‘세계가 놀란’ 생태하천으로 도시의 기온을 낮추고 대기오염을 줄이는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환경수리공학 분야에서 개발하는 주요 기술로 오염물질이 확산되는 원리를 해석하는 기술을 들 수 있다. 오염물질은 식수 상수원, 수중생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최근에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지형정보시스템이나 그래픽처리기술과 연계해 사용자가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또한 수질 예측용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하천이나 호수에 유입된 다양한 오염물질에 대한 수질예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또 난류 흐름을 이용해 오염물질을 방류하는 기술도 널리 연구되고 있다. 국내 전력 공급의 약 95%를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는 전기생산 과정에서 폐열을 식히는 데 냉각수가 필요한데, 대부분의 발전소에서는 하천수나 해수를 냉각수로 사용한다. 전기를 생산한 뒤 버리는 냉각수는 폐열수가 돼 환경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오염물질 방류 기술은 이런 피해를 줄여준다. 이 외에도 자연형 하천 복원 기술, 하천생태공원 건설이 환경수리공학의 주요 연구주제이다.

특히 청계천 복원사업에서 알 수 있듯이 물 생태계의 복원이 국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수중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생물이 자유롭게 서식할 수 있는 다양한 서식처와 물고기의 통로인 어도를 조성해야 하고, 인간이 자연과 어우러져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친수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게 아니라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수리공학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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