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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학 - 에너지기술의 산실
분야 환경기술.에너지/기타 날짜 2011-04-07
에너지기술의 산실
석유공학
| 글 | 최종근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ㆍjohnchoe@snu.ac.kr |

석유와가스는 우리 일상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산업의 원료로 사용돼 현대산업사회의 ‘혈액’과 같은 요소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159ℓ)당 70달러를 오르내리며 세 자리 수를 향해 가고 있다.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간에 전쟁도 불사하고 있다. 이런 석유자원은 과연 40년 후에 고갈되는가.

우리는 매장량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많은 경우에 숫자로 주어진 매장량 가채연수에 의존한다. 매장량이란 ‘현재 확립된 기술을 바탕으로 불확실성 없이 상업적으로 생산가능한 양’이다. 현재 석유 가채연수는 40년으로 이는 확정매장량을 연간생산량으로 나눈 값이다. 매장량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하고 계속 생산만 할 때 앞으로 40년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석유 시추 장면. 시추는 자원 유무를 확인하고 생산 통로를 확보하는 중요한 단계다.
석유 40년 뒤에 고갈될까

재미있는 사실은 40년 전에 예상한 가채연수도 40년이라는 점이다. 석유업계가 회사를 유지하고 원활한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40~50년간의 매장량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매장량은 2005년말 1조 2000억 배럴로 20년 전보다 56% 증가했다. ‘석유매장량 40년, 가스매장량 70년’이라는 가채연수는 변함없지만 연간생산량이 증가해 계속적인 소비에도 불구하고 그 양은 증가했다.

매장량은 새로운 유전의 발견, 유가와 개발비 같은 경제조건의 변화, 정부와 환경규제의 변화 또는 생산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화하는 값이다. 석유가 앞으로 40년 뒤 고갈되지 않고 또 가채연수 40년을 유지할 근거는 확실하다. 현재 원유의 회수율이 평균 55~60% 안팎에 머물러 있고, 수심 2000m 이상에서는 그 존재를 확인했지만 비용과 기술적 어려움으로 아직 많이 생산하지 못한 원유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1%를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 현재 매장량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158년간 사용할 수 있는 매장량이 확보된다.

연구자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던 유기물이 큰 변화를 겪고 매몰돼 탄화과정을 거쳐 생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유기물이 풍부한 지층 부근에서 대부분 발견되며 석유에서 형광물질이 검출되기 때문이다. 생성된 석유는 다공질 매질이나 균열을 따라 이동한다. 석유가 더 이상 수직이나 수평으로 이동할 수 없는 구조를 만나면 그곳에 축적돼 저류층을 형성한다.

일부에선 지하에 큰 연못 같은 웅덩이가 있어 그 속에 석유와 가스가 존재한다고 오해한다. 모래가 가득 들어있는 컵에 모래를 더 이상 채울 수는 없지만 물은 채울 수 있다. 물은 모래 입자 사이의 빈 공간을 채우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석유와 가스, 지하수는 지층을 이루는 입자들 사이의 빈 공간, 즉 공극에 존재한다.


땅 속 비밀을 캐내라
 
   
 
 
석유는 수송용 원료나 플라스틱, 고무, 합성섬유의 제조원료로 사용된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석유공학도 진화하고 있다.

석유공학은 지하에 존재하는 석유와 가스를 어떻게 탐사하고 추출하며 이용하는지 배우는 분야다. 생산된 원유는 정제과정을 거쳐 휘발유와 항공유 같은 수송용 원료나 플라스틱, 고무, 합성섬유의 제조원료로 사용된다. 또 의약품 같은 각종 부산물을 제조하는데 사용된다. 이 분야를 전공하면 주로 석유회사나 가스회사에서 일하거나 에너지자원 투자상담가, 자원 컨설턴트로 활동할 수 있다.

석유탐사에는 석유가 존재할 만한 구조를 찾아내는 구조탐사와 석유의 존재여부를 확인하는 시추탐사가 있다. 구조탐사에는 주로 물리탐사 기법을 사용한다. 물리탐사는 지층을 구성하는 매질의 밀도, 전기전도도, 자성, 열전도도나 온도, 방사능 같은 물리적 특성을 이용해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는 기술이다.

물리탐사는 자료 수집, 처리, 해석의 세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자료를 처리한다. 물리탐사는 석유와 가스 탐사, 지반조사, 매설물 탐사, 오염물 분포 탐사, 잠수함의 위치 추정, 문화재 진단평가에 쓰인다. 육상과 해상에서 같은 원리로 물리탐사가 이뤄지며 해상의 위치는 인공위성 위치정보를 이용해 결정한다.

석유탐사에 쓰이는 대표적인 물리탐사 방법은 탄성파탐사다. 폭발물의 폭발이나 햄머 타격과 같이 인위적으로 생성된 파동은 방사형으로 전파되면서 새로운 매질을 만나면 일부는 반사되고 일부는 굴절돼 계속 전파된다. 반사되는 파동의 도착시간을 이용해 지층경계면을 역으로 알아내 석유가 존재할 만한 구조를 찾아낸다.

과거에는 컴퓨터 계산능력의 한계 때문에 주로 지표에서 얻은 1차원 자료를 활용해 2차원 수직단면도를 작성하고 저류층 구조와 시추 위치를 결정했다. 최근 물리탐사 기술과 컴퓨터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덕분에 지표에서 얻은 2차원 자료를 이용해 지하구조를 3차원으로 영상화할 수 있다.

최근에는 4차원 탐사라고 불리는 새로운 기법이 도입됐다. 현재 석유가 생산되고 있는 저류층에서 3차원 탐사를 실시해 구한 자료값과 과거에 얻은 3차원 자료값의 차를 구한다. 이는 석유생산으로 변화된 석유분포를 보여준다. 이 정보를 이용하면 최적의 생산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석유유동이 활발하지 않은 지역을 파악할 수 있다.


디지털 유전관리

탄성파탐사로 석유나 가스가 존재할 수 있는 구조를 발견하면 시추로 존재여부를 확인한다. 시추는 자원 유무를 확인하고 생산 통로를 확보하는 중요한 단계다. 시추는 석유나 광물자원을 탐사하고 지각의 구성성분을 연구하는데 이용한다.

우리가 1m 깊이를 시추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도구와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그러나 지하 10km를 시추하기 위해서는 매우 정밀한 장비와 연속작업을 하기 위한 제어과정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주로 2~3km 내외의 수직유정을 시추했다. 요즘엔 방향성 시추기술이 발달해 자연 장애물이 있는 지역, 인구밀집 지역, 환경에 민감한 지역, 시추비용이 높은 지역에서도 시추가 가능하다.

탄성파탐사로 얻은 3차원 영상을 이용해 시추작업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술 발전으로 시추비용을 줄이고 민감한 환경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에너지자원의 중요성과 정보기술의 발달 덕분에 석유공학 분야는 ‘디지털 유전관리’로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 유전관리는 유정과 지상에 센서를 설치해 정기적으로 정보를 확보하고 분석해 최적의 생산관리를 돕고 있다. 특히 수치모델을 이용해 의사결정에 드는 시간이 줄어들어 생산성과 회수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

지구에 숨어있는 석유자원을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불가능은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법. 에너지자원의 탐사와 개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석유공학 엔지니어의 활약이 기대된다.

P r o f i l e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A&M 대학에서 석유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심해시추 신기술을 개발해 국제 4대 학회가 공동으로 선정한 최우수논문상을 받았으며 4개의 미국 특허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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