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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공학 - 빛으로 미래를 만든다
분야 정보기술.컴퓨터통신/기타
산업기술/기타
날짜 2011-04-07
빛으로 미래를 만든다
광자공학
| 글 | 박남규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ㆍ nkpark@snu.ac.kr |

우리 주변에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광자가 존재한다. 물리학, 생물학, 의학, 나노기술, 컴퓨터 등 광자가 관여하는 분야도 무척 다양하다.


현대 우주론에 따르면 빅뱅으로 빛이 탄생했다. 빅뱅 직후 대부분의 빛이 사라지고 수소원자와 다른 원소들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보면 빛의 역사는 물질보다 길다.

신학에서는 빛을 신의 구원으로 해석하며, 지구상의 생명체는 광합성을 통해 식물이 1차 저장한 에너지를 섭취한다. 빛을 매개로 하는 시각은 인간이 외부에서 취득하는 전체 정보량의 80%를 제공한다. 빛의 중요성은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빛을 다루는 학문인 광자공학(Photonics)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알아보자.


슈퍼맨의 북극기지

영화‘슈퍼맨’의 북극기지에는 수정으로 이뤄진 건축물, 수정봉으로 작동하는 광컴퓨터, 3차원 영상이 나온다. 광컴퓨터는 수십 테라비트(1Tb=1000Gb)급 대용량의 연산처리와 데이터 이동, 기록, 소환이 모두 광자(Photon, 빛의 양자역학적인 명칭으로 입자 성질을 강조한 이름)에 의해 광속으로 제어된다. 광자공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광컴퓨터는 오랜 소망이자 현재 진행형인 숙제다.

 
   
 
 
빛(광자)은 우리 주변 어느곳에나 존재한다. 사진은 독도주변 해역에서 조업중인 어선들이 동시에 집어등을 밝히는 장면을 가상해 합성했다.
지난 수십 년간 정보사회를 이끌어온 반도체 혹은 컴퓨터 발전이 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전자공학에 근거했다면, 광자공학은 광자를 중심으로 하는 학문과 그 응용 분야로 나눠진다. 광자공학과 전자공학은 서로 분리되기보다는 상당부분 보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양자역학에서 취급되는 전자와 광자의 성격이 명확하게 다르듯이(페르미온 vs. 보존) 광자공학과 전자공학은 서로 다른 점도 많다.

현재 가장 성공적으로 광자공학이 적용된 분야는 광통신이다. 과거로 거슬러가면 봉화를 밝혀 적의 침입을 알렸던 것을 광통신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지금은 광섬유로 정보를 실은 빛을 보낸다. 광통신은 전자파 대역 중에서도 매우 높은 주파수를 중심주파수로 사용하므로 일반적인 유무선 통신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실어 보낸다. 광통신에서사용하는광자의중심주파수는1000THz 정도이며, 휴대폰이나 위성통신에 사용되는 전자파의 중심주파수는 최대 수십 GHz다. 따라서C. E. 섀넌의 원리로 결정되는 최대 정보량은 광통신이 무선통신보다 약 1만배 이상 크다.

한 가닥의 광섬유를 통해 전송할 수 있는 정보량은 초당 10Tb 정도이며 향후 10배 이상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 가닥의 광섬유로 1만가정에 10Gbps 서비스, 한국의 전 가정에 10Mbps 서비스가 가능함을 의미한다.

현재 MOEMS(Micro Opto Electro Mechanical System) 기술이나 비선형 광소자를 사용한 100Tb급의 광교환 시스템과 수십 Tb급의 홀로그래픽 메모리가 이미 개발돼 있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빛의 속도제어 문제가 해결되고 광논리소자 구현이 성숙될 미래에는 개인용 비행자동차에 장착된 수정봉으로 제어되는광컴퓨터와 MOEMS, 홀로그래픽 기술이 융합된 3차원 영상 TV를 보면서 슈퍼맨의 북극기지를 찾아 더운 여름 피서를 떠날지도 모른다.


온고지신

과거와 현재의 과학기술 변화에 비추어 미래를 조망해 보자. 약 130년 전에 발명돼 왕실에서 쓰이던 유선 전화기는 봉화시스템에 비교할 때 초고속 기간 통신장비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전화기는 모든 가정의 보편적인 가전제품으로, 혹은 무선전화기 형태의 개인 장비로 탈바꿈했다.

마찬가지로 현재 기간통신망에 사용되고 있는 기가 또는 테라급의 광정보 처리장비는 미래에 각 가정의 정보단말로 변화할 것이다. 특히 가정용 광정보 처리장비 혹은 광컴퓨터는 현재 사용하는 컴퓨터와 같은 수준의 소형화를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이를 위해 최근에 이르러서는 광통신시스템을 PC 수준으로 옮기기 위한 작업으로서 나노 광자공학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한 연구는 렌즈, 거울, 도파관과 같은 광학계를 미세구조에 축소, 융합하는 MOEMS 기술을 이미 넘어섰다. 전자-원자의 관계를 광자에 대응해 인공적으로 모사하는 광자결정학 연구와 실리콘 기술을 광자공학에 접목하는 실리콘 광자공학 연구는 광자공학의 새로운 미래를 이끌고 있다. 인텔은 이런 점에 주목해 수년 전부터 PC에 광자공학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에 큰 투자를 해오고 있다.

광자결정학에서는 고전광학에서 사용되던 거울, 필터, 도파관 대신에 주기적인 배열이나 인위적 결함을 가지는 절연체 격자를 사용한다. 이를 통해 고전광학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광컴퓨터에필요한 극한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빛의 속도가‘c’라는 상수로 주어진다고 할 때 그 사실을 학계에서 인정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한번 받아들인 뒤에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것을 진실로 인식했다. 그러나 상상을 좋아하는 또 다른 과학자들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야기에 의문을 품고 빛을 정지시키거나 광속을 제어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상상으로 그치다가 최근 성공적으로 구현되면서 빛의 속도제어 문제는 이제 지난 수년간에 걸쳐서 전공자들에게 또 다른‘최신의 상식’으로 자리잡았다.


상상력

과거의 많은 SF가 현실이 된 것처럼‘슈퍼맨’의 수정기지나 3차원 영상,‘ 제 5원소’의 레이저를 이용한 DNA 조작과 생체조직 합성은 과연 불가능한 일일까. 슈퍼맨의 결정 광컴퓨터를 꿈꾸는 사람들이 나노 광자공학과 실리콘 광자공학 연구를 하고 있다면,‘ 제 5원소’에 감명받았을지 모르는 과학자들은 바이오 광자공학 또는 메디컬 광자공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흉터제거용, 외과수술용 레이저 기술이나 안과용 광자공학기술들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으며 계속해서 발전해가고 있다.

 
   
 
 
나노 광자공학, 실리콘 광자공학, 바이오 광자공학 등 빛을 이용한 다양한 학문분야는 우리 삶을 바꿔나가고 있다.
이 외에도 연구자들이 많은 노력을 펼치고 있는 최신 기술로는 레이저를 이용한 DNA 분류, 세포 조작, 세포 내부에서의 생화학 과정 추적, 생체조직공학, 나노 단위의 외과수술 등이 있다.

감광제를 이용한 암세포의 선택적 파괴 역시 이미 사용되고 있고 CT, MRI, PET 등 최신 의료영상기술보다 약 1000배 정도 작은 크기의 종양을 밝혀낼 수 있는 광학적 3차원 단층촬영기술도 임상시험 단계에 와 있다.

우리 주변에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광자가 존재한다. 물리학, 센서, 통신, 생물학, 의학, 나노기술, 저장장치, 디스플레이, 컴퓨터 등 광자가 관여하는 분야도 무척 다양하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광자는 단순한‘빛’으로서‘공기’와 동격으로 그 존재를 당연하게 여겨왔던 적이 많을 것이다.

이제 밖에 나가 태양이 선사하는 광자 에너지를 흡수한 다음에,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영화라도 한편 보는 것은 어떨까? 미래를 창조하는 원동력은 문제풀이 수학 공식보다는 과거에 매이지 않은 상상력일 테니까.

P r o f i l e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서 응용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과학기술부 지원으로 국가지정연구실인 광통신시스템연구실(http://stargate.snu.ac.kr)을 운영했으며, 2004년 과학기술부와 과학기술한림원이 수여한 젊은과학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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