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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공학 - 첨단 산업의 어머니
분야 산업기술/재료 날짜 2011-04-07
첨단 산업의 어머니_재료공학

| 글 | 김미영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ㆍmkim@snu.ac.kr |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가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언제부터 알았을까? 아주 작거나 너무 멀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자 하는 인류의 열망은 현미경과 망원경의 발명으로 실현됐다.

초기의 현미경은 렌즈로 빛의 경로를 바꾸는 광학현미경이었다. 아무리 좋은 렌즈로 만들어도 광학현미경은 빛의 파장에 따른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었다. 가시광선은 수백 나노미터로 그보다 작은 구조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정학이나 의료용으로 많이 쓰이는 X-ray의 경우 파장에 의한 한계는 1나노미터다. 그러나 아직까지 보고자 하는 충분히 작은 영역까지 X-ray를 집속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런 광학현미경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 바로 전자현미경이다. 이 현미경은 입자가 운동량에 반비례하는 파장의 파동성을 가진다는 드브로이의 물질파 이론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 이론이 발표된 뒤 1931년에 최초의 투과전자현미경(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 TEM)이 탄생했다. 그리고 1941년 2.4나노미터의 분해능을 가진 현미경이 출시됐다.


또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다

 
   
 
 
원자현미경은 나노세계를 조작하는 첨단의 손으로 통한다.
전자현미경으로 원자를 ‘보는’ 것은 광학현미경으로 보는 것과 다르다. TEM에서 가속된 전자는 샘플을 투과하면서 샘플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공간분포가 달라진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샘플이 어떤 형태인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TEM은 유리가 아닌 코일로 이뤄진 자기장을 사용해 가속된 전자의 경로를 바꾼다. 전자기장으로 만든 렌즈는 유리로 만든 렌즈에 비해 덜 우수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상적인 한계와는 큰 차이가 있지만 현재 보급된 TEM은 원자 단위의 분해능을 갖고 있다. TEM의 성능은 렌즈의 결함을 어디까지 보정할 수 있느냐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 최근 3차 구면수차를 보정시킨 현미경은 0.07나노미터의 분해능을 보였다.

TEM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또 다른 방법은 초점 차이를 이용해 파장 차이를 보정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성공하면 수소 원자의 보어 반지름보다 작은 분해능을 가진 현미경의 등장이 예상된다.

또한 원자 하나하나를 단층촬영해 3차원 구조를 보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흔히 전자현미경이라고 하면 접근이 쉬운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 SEM)을 말한다. SEM은 샘플 위의 작은 영역에 전자빔을 집속한 다음 2차원 평면에서 움직이면서 샘플에서 산란되어 나온 전자들로부터 나오는 신호를 통해 표면형상을 본다. SEM은 렌즈가 아닌 샘플에 입사한 전자의 확산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TEM보다 분해능이 낮다.

원자 분해능을 가진 다른 종류의 전자현미경은 1982년에 IBM연구소에서 개발한 주사터널현미경(Scanning Tunneling Microscope, STM)이다. STM은 아주 뾰족한 탐침이 물질의 표면 가까이에서 움직일 때, 탐침과 물질 사이에 통하는 전류의 흐름이 물질의 형상(탐침과 원자간의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이용해 표면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STM의 해상도는 0.1나노미터로 전자현미경으로는 잘 안 보이던 원자를 선명하게 볼 수 있다.

STM은 전류가 통과하기 위해서는 물질이 전도성을 가지고 진공에서 작동해야 하는 게 단점이다. 이를 변형해 등장한 것이 원자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e, AFM)이다. AFM은 원자간 인력이나 척력을 사용해 샘플 표면의 형상을 보여주며, 탐침의 종류에 따라 물리적 특성을 측정할 수 있다. 즉 AFM은 세라믹과 같은 물체뿐만 아니라, 세포와 같이 부드러운 물체에도 사용할 수 있어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원하는 대로 물질을 만든다

 
   
 
 
나노물질과 바이오소재에 관한 연구는 미래사회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원자를 보는 것은 왜 중요한가? 19세기 화학자 돌턴은 원자설을 주장했다. 원자는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로 서로 다른 원자는 다른 화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원자는 생성되거나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현재 원자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나눠지며 각각의 입자는 여러 종류의 쿼크들로 구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전자나 쿼크를 보는 것은 가능하며 의미 있는 일일까? 물질 내 전자들의 분포는 물질의 특성을 결정한다. 그러나 전자는 양자역학적으로 기술되는, 측정하기 전에는 (보기 전에는) ‘확률적으로 존재’하는 양자들이다. 전자의 분포는 전자회절 또는 X-ray 회절 패턴에 영향을 준다. 우리는 회절 패턴들로부터 전자의 공간 분포를 재구성해 ‘보는’ 것이 가능하다.

원자는 화학적 특성을 가진 가장 작은 단위로 원자의 배열이 물질의 특성을 결정한다. 예를 들면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탄소나노튜브의 경우 벌집 모양의 흑연 구조를 원통형으로 감아 만든 것으로 감는 각도에 따라 전기적 특성이 달라진다.

이미 1959년 유명한 물리학자 파인만 교수는 미국 물리학회 초청강연에서 “원자를 마음대로 움직여 인간이 원하는 특성을 가진 물질을 만드는 세상이 다가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재료가 문화를 만든다

인류의 역사는 사용한 도구에 따라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로 분류된다. 이것은 재료가 문화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많은 전자제품들, 필기구, 자동차 등은 제각기 필요한 특성을 가진 재료로 만들어진다.

재료공학은 이와 같이 기존의 물질을 더 잘 만들거나 아예 새로운 물질을 만들거나 어떻게 새로운 특성이 나타나는 지를 이해하는 학문이다. 현재 재료공학은 크게 금속, 고분자, 세라믹, 전자재료 분야로 나뉜다. 이 재료들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물건들의 성능에 대한 시스템적인 이해와 그 성능을 얻기 위한 구조-공정-성질의 상관관계에 대한 미시적 이해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반도체소자에 사용할 물질의 특성이 작은 공정의 변화로 크게 바뀐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그 원인을 물질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규명할 수 있다면 공정을 최적화하거나 더 좋은 특성을 가지기 위한 구조를 예측해 제작함으로써 특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앞으로 소자의 크기는 점점 더 작아져 수 나노미터 크기의 양자점이나 나노선들로 만들어질 것이다. 더 나아가 단일 분자 소자가 사용될 수도 있다. 크기가 작아질수록 만들려는 원자 배열의 변형이나 불순물의 존재에 따라 물리적 특성이 더 크게 변할 것이다.

우리의 최종 목적은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원자의 구조와 전자의 분포, 물질간의 특성 관계를 규명하고 물질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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