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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공학 - 꿈을 현실로, 현실을 꿈으로
분야 생명공학기술/생명공학 날짜 2011-04-07
생물공학
꿈을 현실로, 현실을 꿈으로
| 글 | 한지숙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ㆍhahnjs@snu.ac.kr |


유행은 옷차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학문이나 기술에도 있다. 어떤 시대에 각광받는 학문이나 기술의 등장은 그 시대의 축적된 지식과 사회적 요구가 종합적으로 표출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비교적 일찌감치 발달한 수학, 물리학, 화학 등의 기본 학문들은 이들을 기반으로 한 공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가져왔다. 전자, 정보, 통신 등의 정보기술은 불과 몇 십 년 전에는 상상 속에나 존재했던 세계를 우리의 일상으로 실현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생명현상은 수많은 화학반응과 물리법칙이 상호 유기적으로 조절되며 일어나는 복합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이를 연구하는 생물학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더딜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상식이 된 유전물질이 DNA라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검증된 것은 1945년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에 떨어진 후에도 거의 10년이 흐른 뒤에 일어난 일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 이후 인간의 유전정보를 이해하는 것이 한층 더 쉬워졌다.
학문에도 유행이 있다

다른 기반 기술의 발달로 생물체를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분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생물학과 이를 이용한 생물공학은 놀랄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식과 기술 축적의 완성도가 높은 다른 분야와는 달리 아직도 새로운 발견들을 무한히 내포하고 있다는 잠재적 가능성, 생활수준의 향상, 복지 부문에 대한 관심 증가, 환경친화적 제품 개발에의 요구 등이 증가하는 현재의 사회 현상과 맞물려 생물공학은 21세기 미래를 이끌어갈 기술로 단연 주목받고 있다. 미래의 세상을 이끌어갈 바이오테크놀러지(BT)의 유행이 막 시작된 것이다.

바이오에 몰리는 관심과 기대를 확인할 수 있는 한가지 현상은 여러 대학에서 경쟁적으로 학과이름에 생물 또는 생명을 포함시키려 한다는 사실이다. 자연과학대학의 생물관련 학과 외에도 기존에 화학공학에 뿌리를 두었던 공대의 학과들도 생물공학의 비중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는 의도적이라기 보다는 화학공학에 생물학의 지식과 기술 도입이 요구되고, 이들 학문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만들어지면서 나타난 필연적인 결과라 할 것이다.

자연과학대학뿐 아니라 의대, 농대, 공대 등에 바이오 관련 학과들이 많아지면서 바이오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자연스런 의문이 생겨날 것이다. 생물학과 생물공학은 무엇이 다르고 각 학과에서는 얼마나 다른 것을 배우고 연구하고 있는 것일까? 원론적으로 말하면 생물학은 과학이고 생물공학 또는 생명공학은 기술이다.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과학은 어떤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을 그 목표로 한다. 따라서 생물학은 생물체를 대상으로 한 인간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반면 기술은 필요성에서 출발한다. 인간의 삶을 더 윤택하고 편리하게 하기 위한 새로운 도구나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바로 기술이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작동만 한다면 성공적인 기술로 평가된다. 따라서 생물공학은 생물체 또는 생물체에서 유래한 산물을 이용해 인간에게 유용한 도구나 제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 정의할 수 있다.


생물학과 생물공학

 
   
 
 
생명공학은 유전자 연구를 통해 암을 정복해 나가고 있다.
생물공학의 역사는 기원전 4000년 이전 고대에 효모의 발효를 이용해 맥주나 와인을 만들던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에는 발효의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였다. 오직 경험에 바탕을 둔 기술의 형태이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의 생물공학은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다.

생물학적 지식의 기반이 없는 생물공학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생물학적 발견은 이를 이용한 생물공학의 발전을 촉진하고, 기술의 발전은 보다 빠르고 정밀한 연구를 가능하게 하여 생물학의 발전을 촉진시킨다.

생물학과 생물공학이 서로의 발전을 도우면서 유기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더 이상 생물학과 생물공학의 구분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물론 기본적인 사고의 출발선이 다르긴 하지만 생물학을 추구하는 학과와 생물공학을 추구하는 학과들 간에도 상당부분 공통 분모가 존재하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DNA 구조가 밝혀진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인간을 비롯한 수많은 생물체의 유전체 서열이 밝혀졌다. 다양한 생물체로부터 얻어진 유전정보의 축적과 유전체학, 단백질체학, 생물정보학 등 유전자의 발현을 분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기술의 눈부신 진화는 신약과 신규 진단시약의 개발, 유전병의 유전자 치료, 수명 연장 등 의료 보건과 관련된 문제 해결을 위한 기반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단백질공학, 세포배양, 생물공정 등의 생물공학 기술을 이용해 생물의약, 바이오식품 등을 생산하고 기존의 화학반응에 의한 공정을 생물체 또는 효소를 이용한 공정으로 대체하는 기술도 각광을 받고 있다.

생물체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과 환경오염 방지 기술개발 등은 석유자원의 고갈과 남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물공학과 전기, 전자공학의 융합으로 개발되고 있는 바이오칩, 바이오센서 등은 우리가 상상했던 미래의 세상을 점점 실현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생물공학은 우리의 미래를 변화시키는 기반 기술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인가? 이미 우리의 삶에 깊숙이 침투한 IT산업 등에 비해 늦게 시작된 바이오 산업은 현재 초기 수준의 발달 단계에 위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이오 산업을 잡아라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기반으로 1976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바이오텍 회사인 제넨텍을 필두로 수많은 바이오 관련 회사들이 생겨났지만 아직까지 바이오 산업은 전체 산업을 이끌 수 있는 수준의 규모는 아니다.

그러나 유수의 미래 예측 분석 기관들은 생물공학을 이용한 산업화의 엄청난 잠재력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세계적인 회계법인인 언스트&영은 2006년 보고서에서 2005년 전세계 바이오텍 회사들이 18%의 성장률과 6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바이오 산업 시장이 엄청난 속도로 성숙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생물공학이 제공하는 미래에 대해 너무나 많은 기대와 낙관적인 예측은 일반인들에게 필요 이상의 환상을 심어줄 오해의 소지가 있다. 또한 생물공학의 발달은 새로운 윤리기준에 대한 논란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러나 희망이 있고 꿈꿀 수 있는 분야가 있고 그 분야에 도전한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꿈을 현실로 바꾸는 멋진 작업에 함께 도전할 젊은 생물공학자들을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한지숙 교수는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생물분자공학연구실(http://biomolecule.snu.ac.kr)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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