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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공학 - 세상과 만나는 디지털 창
분야 정보기술.컴퓨터통신/디스플레이 날짜 2011-04-07
디스플레이 공학 - 세상과 만나는 디지털 창
 
| 글 | 이신두/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ㆍsidlee@plaza.snu.ac.kr |

최초의 디스플레이인 음극선관(CRT)이 등장한지 100년이 흘렀다. 21세기 꿈의 영상을 실현하는 신개념 디스플레이의 세계에 빠져들어가 보자.

최근 들어 디스플레이 산업은 반도체의 맥을 잇는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불리며 급부상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문화기술(CT) 등 모든 분야에서 ‘창’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서 특히 평판디스플레이(Flat Panel Display, FPD)는 우리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될 요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어마어마한 정보가 유통되는 정보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휴대전화에서 컴퓨터, 고선명(HD)TV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활용품에는 빠짐없이 디스플레이가 탑재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가 이렇게 생활 전반으로 깊숙이 들어온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삶의 질이 올라가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와 휴대전화와 벽걸이TV, IMT2000 등 각종 첨단IT제품의 수요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현재의 위치에 올라선 것이다. 최근 디스플레이 산업은 접는 디스플레이나 입체TV 분야로 자신의 영역을 더욱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디스플레이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 디스플레이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제품화하는 데는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디스플레이의 모든 것을 한번 살펴보자.

크기만큼 다양한 구현 방식
 
   
 
 
1990년대 초만 해도 디스플레이 산업은 음극선관(CRT)과 브라운관이 이끌고 있었다. 100여년전 처음 나온 이 방식은 그때까지 TV나 개인용 컴퓨터 모니터로 사용됐을 뿐이다. 하지만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빠르고 알기 쉽게 주고받는 정보통신시대로 들어오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휴대하기 쉽도록 가볍고 전기를 적게 쓰는 중소형 디스플레이와 한번에 다량의 정보를 표현하는 대형 디스플레이의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오랫동안 시장을 주도해온 CRT는 결국 신기술을 받아들이거나 액정디스플레이(LCD), 플라스마디스플레이(PDP), 유기전기발광디스플레이(OLED)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 게다가 고속인터넷과 무선통신이 보급되고 디지털 통신과 방송이 융합하는 등 새로운 여건이 조성되면서 이런 추세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휴대전화와 노트북 컴퓨터 사용자가 늘고 홈시어터와 대형전광판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평판디스플레이 산업이 전성기를 맞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등장한 신형 디스플레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리고 어떤 기술을 이용한 것일까. 간단하게 살펴보자.

LCD는 고체와 액체의 중간 단계인 액정 물질에 전기를 가해 화면을 표현한다. 액정에 일정한 전압을 걸어주면 분자배열이 바뀌면서 빛이 통과하는 정도(투과율)가 달라지는 원리를 이용했다. 이 때문에 LCD는 외부광원이 반드시 필요한 ‘수광형’(non-emissive)으로 분류된다.
초기 LCD는 위 아래 두 장의 유리로 된 기판에 투명한 전극을 입혀 액정물질에 전압을 걸어주는 단순한 방식을 사용했다. 주로 디지털시계와 소형 전자계산기처럼 간단한 시각 정보만을 제공하기에 제격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LCD에 전압을 걸어주는 소자로 박막트랜지스터(TFT)를 사용하면서 TFT-LCD로 부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대형 TFT-LCD 시제품으로 얼마전 발표된 고선명(HD)TV용의 65인치가 있다.
최근 들어 연구자들은 LCD의 화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화면을 정면에서 볼 때와 측면에서 볼 때 생기는 화질 차이에 주목하고 있다. LCD에 전압을 가하면 액정 분자 배열이 바뀌면서 편광상태에 변화가 생긴다. 그 결과 옆에서 LCD를 볼 때와 앞에서 볼 때 빛의 진행 경로가 달라져 화면이 다르게 보이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시야각 특성’이라고 하는데 넓을수록 고성능 LCD라고 할 수 있다.

한편 LCD는 전압에 따라 분자 배열 방향이 바뀌므로 동영상을 표현하려면 분자들의 회전속도가 영상이 바뀌는 속도보다 빨라야 한다. 영상이 부드럽게 보이려면 초당 30회 이상 화면이 바뀌어야 하므로 분자들의 회전 속도도 이보다 빨라야 한다.
현재 많은 연구자들은 이같은 특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여러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에는 좀더 부드러우면서도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화질을 보장하는 LCD가 등장했다.
PDP는 형광등처럼 기체를 방전시켜 형광 물질에서 빛을 발산하는 방식으로 대형화면에 유리한 방식이다. 아르곤(Ar)이나 크세논(Xe), 네온(Ne)을 혼합한 기체를 1mm 이하 간격으로 분리된 공간에 넣어 높은 전압을 걸어주면 플라스마와 함께 자외선이 방출된다. 이렇게 만든 자외선은 다시 적색, 청색, 녹색의 특정 파장을 갖는 형광 물질에 부딪혀 빛을 낸다. 이런 PDP기술은 LCD의 기술보다 상대적으로 쉬워 제조비가 낮고 대형 디스플레이용에 적합하다.
초기 PDP는 움직이면서 화면을 볼때 영상이 왜곡되는 등 몇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화상을 구현하는 방법이 개선되면서 이 문제는 해결됐다.

PDP는 화면 크기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고 시야각이 넓고 화면이 밝아서 대형 HDTV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PDP는 LCD와 달리 자체에서 빛을 내기 때문에 ‘발광형’(emissive)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PDP 시제품은 지난 12월 발표된 HDTV용의 102인치다.

OLED는 유기물반도체에 전압을 걸어 전자와 양전자를 결합시켜 빛을 발생시킨다. 두 개의 전극에서 공급된 전자와 양전자가 각각 자신들이 잘 통과할 수 있는 유기물을 지나 유기물반도체 층에서 결합하면서 고유의 빛을 낸다. 전자와 양전자가 더 많이 결합하면 할수록 더 밝은 빛이 나오기 때문에 전자와 양전자를 잘 공급하는 유기물을 추가해 OLED를 제작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기물을 여러층 겹겹이 쌓아서 만들기 때문에 넓은 면적에서 균일한 화질을 얻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넓은 면적에서 균일한 화상을 구현할 수 있도록 각 화소에 일정한 전류가 흐르도록 보상하는 회로가 개발 중이다.

OLED 역시 PDP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발광형’이라고 부른다. 이 원리를 이용한 대표적인 제품으로 21인치 능동구동 OLED가 있다.
최근에는 매우 작은 전자총을 쏴서 화면을 표시하는 전계방출디스플레이(FED)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평판디스플레이는 기존의 음극선관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그렇다면 디스플레이 공학은 어떤 학문적 배경을 갖고 있을까.
LCD, PDP, OLED 등 평판디스플레이의 기초기술은 물리학, 화학, 전자공학, 기계공학 등 거의 모든 이공계 학문을 망라한다. 그만큼 앞으로 연구하고 개발해야 할 주제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디스플레이 기초 체력이 중요
 
   
 
 
LCD의 경우 빠른 회전 속도를 갖는 액정을 합성하기 위해서는 화학이나 화학공학, 재료공학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돼야 한다. 좀더 향상된 시야각 특성을 얻는데는 광학적 지식이 필수적이다. 또한 액정을 작동시키는 전자 회로와 구동 칩 개발에는 전자공학이,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설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기계공학이 활용된다.
PDP와 OLED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빛을 내는 효율이 좋은 재료와 발광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공학과 물리학의 이론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또한 새로운 디스플레이 개념을 구상하고 작동 원리를 규명하려면 공상과학영화 같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요구된다. 천연색을 재현하는데는 형광 재료에 대한 연구가 뒤따라야 하며 인간이 색을 인지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도 바탕에 깔려있어야 한다.
이처럼 디스플레이 공학은 물리, 화학, 재료, 전자공학 등 다양한 지적 기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개발에 성공했을 때 얻는 성취도도 높은 연구 분야다.
디스플레이 산업이 지금 수준보다 더 성장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현재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의 인력난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산업은 계속 발전하겠지만 이공계 지원기피현상에 따른 인력부족현상은 매우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이 무한 경쟁 체제에 들어서면서 이런 상황은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다.

생산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새로운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연구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인력양성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자 밑거름이다.
1990년대초 우리나라의 LCD산업은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짧은 기간 동안 원천 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과 기술격차를 줄이면서 지금은 점유율 세계 1위국의 위치에 올라섰다.
1990년대 말까지 일본, 일본을 추격하던 한국, 한국을 뒤쫓는 대만이 경합하던 삼국시대가 가고 이제 한국과 일본의 각축으로 좁혀졌다. 후발국 대만의 추격, 중국의 진입도 만만치 않지만 아직까지 영향력은 미미한 실정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대형 LCD분야와 대량생산체제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첨단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일본과 대등한 관계에 놓여있다. 하지만 관련 재료, 부품, 생산 설비 등 주변산업은 아직까지 절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시급한 실정이다.

PDP와 OLED 분야 역시 원천기술을 보유한 나라들을 추월해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있다. 후발주자로 비록 LCD보다 산업적으로 늦게 시작하긴 했지만 PDP의 경우 비교적 산업화 초기 단계부터 연구 개발에 뛰어들어 선진국과 기술 격차를 처음부터 줄일 수 있었다. 또한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간 유기적인 연구개발로 현재 세계 최대 크기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OLED는 삼성SDI를 비롯해 국내 기업의 기술력이 최고의 수준이지만 원천기술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디스플레이 산업이 단기간에 세계적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던 데는 연구기관 간의 공동연구와 강력한 정책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범국가적인 연구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한편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접는 디스플레이나 전자책은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 스마트카드, 입는 컴퓨터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디스플레이 기판과 전극, 상을 맺는 모든 부분을 유기물로 만들어 마치 프린터로 찍어내듯 제작할 수 있는 전유기디스플레이(All Organic Display, AOD)에 관한 연구도 한창이다. 전유기디스플레이는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두루마리처럼 만들 수 있어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 AOD에 대한 연구도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좀더 실제에 가까운 영상을 표현하는 3차원 입체디스플레이도 영상처리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연구 중이다. 입체에 관련한 심리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와 일본을 중심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래에는 무기물반도체인 실리콘을 재료로 하는 메모리칩이나 전자부품 등이 모두 유기물반도체로 대체될 것이고 좀더 간편하고 값싼 성능 좋은 디스플레이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지불식간 디스플레이는 인간과 기계를 잇는 인터페이스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됐다. 인간의 활동영역이 확장되고 정보량이 늘어나면서 산업적인 위치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고속인터넷과 무선통신의 발달과 대량 정보 전달이 강조되면서 디스플레이의 용도도 더욱 다양해졌다. 휴대전화의 소형 디스플레이부터 사무용 중·대형 디스플레이에 이르기까지 그 수요는 더욱 급증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적으로 집중 육성해야 할 차세대 전략산업의 하나로서 주목받고 있다. 이같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관련 핵심 인력을 양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신두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미국 브랜다이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미국 벨통신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옵트론시스템사 전자광학실장, 서강대를 거쳐 1997년부터 서울대에 재직 중이다. 2004년 제1회 머크(Merck)디스플레이기술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으며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정책평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평판디스플레이와 광정보처리 및 저장 소자, 생체전자소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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