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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학 - 지구 물자원 지키는 지식의 첨병
분야 환경기술.에너지/자원 날짜 2011-04-07
지구 물자원 지키는 지식의 첨병 - 수자원공학
| 글 | 김영오/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ㆍyokim05@snu.ac.kr |

1995년 세계 물정책 연구소는 “20세기 국제 분쟁의 원인이 석유였다면 21세기는 물이 불씨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25년 지구 인구의 40%가 물 부족을 겪게 된다. 물위기의 시대다. 지구 물자원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 수자원공학을 살펴봤다.

 
 
   
 
 
60억 인구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체의 삶의 기반인 지구. ‘물의 혹성’으로 불릴 만큼 태곳적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물이 가져다 준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화성에 지표수가 존재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들끓던 관심에 비해 지구상의 물에 대해 우리는 너무 홀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최근 지구를 뒤흔들고 있는 엄청난 자연재해는 바로 인류의 무관심에 대해 ‘물이 일으킨 반란’이다. 한쪽에서는 살인적인 폭우와 대홍수로, 또다른 쪽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1995년과 2001년 불과 5년 사이 2번에 걸쳐 발생한 가뭄은 30년만에 닥친 최악의 것이었다. 농토는 바싹바싹 말라버리고 도시지역은 물 공급이 끊어질 위기에 몰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1996년과 1998년, 1999년 세차례에 걸친 경기북부 지역 대홍수, 1998년 게릴라성 폭우,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는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남겼다. 특히 1998년 8월 강화도에서는 1년 강우량의 절반에 가까운 6백20mm의 비가 하루 동안 쏟아져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4년뒤 강릉지역 쏟아진 하루 8백70mm라는 살인적인 강수가 입힌 피해 앞에서는 모두가 할말을 잃고 고개를 떨궜다. 그렇다면 자연 재앙 앞에 우리는 무력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기상이변의 원인을 찾아내 이를 막아낼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지구가 흔들린다
우주에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깊은 심해를 탐험하게 된 인간은 스스로 첨단과학문명을 이룩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지구를 뒤흔들고 있는 기상이변은 인간의 이런 ‘만용’을 비웃고 있는 듯하다.
최근 기상이변의 주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와 도시화를 지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중요한 사실은 이 2가지 현상 모두 인간이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알다시피 모든 물체는 복사열을 내보낸다. 태양열을 받아들인 지구도 역시 복사열을 내보낸다. 복사열은 다 빠져나가지 못하고 일부가 공기 중 물질과 구름에 반사되면서 다시 지표면으로 돌아와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를 유발한다. 온실효과가 없다면 지구는 평균 -18℃ 안팎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지구 지표면 평균온도는 15℃ 정도이니 자그마치 33℃라는 어마어마한 온도상승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구 밖으로 도망치려는 복사열을 반사하는 공기 중 물질이 바로 물(수증기)이라는 점이다.

평형상태에 있던 온실효과는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깨지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자연상태의 수증기가 충실히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산업화 과정에서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함유량이 늘어나면서 복사열이 잘 방출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지난 1백년간 이산화탄소 농도가 30%이상 올라가 지표면 평균온도는 0.6℃상승했다고 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2100년경에는 1.4℃에서 5.8℃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생각만 해도 덥다. 실제로 우리는 어느새 ‘무척 더운 여름 그러나 따뜻한 겨울’에 친숙해져 있지 않은가. 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백년간 우리나라 전국 평균기온은 1.5℃가 상승했다. 지구 전체 평균 상승폭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구온난화는 물 순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랫목에서 빨래가 잘 마르듯, 기온이 올라가면 물 증발량이 높아지면서 공기에 함유된 수증기량이 증가하고 따라서 강수량도 올라간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온도가 1℃ 상승할 때마다 증발량은 7%가량 올라가지만 강우량은 1-2%밖에 증가하지 않는다. 따라서 강우량이 증가해 홍수 위험은 높아지지만 증발량이 강수량 보다 많아 가뭄이 오게 된다. 즉 홍수와 가뭄이라는 극단적인 현상이 반복되기 쉽다는 얘기다. 앞에서 예를 든 최근 사례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도시화와 난개발은 이런 극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여름철에 내린 빗물은 땅속에 스며들어 지하수를 이루고 있다가 갈수기 때 하천에 물을 공급한다. 그러나 도심의 땅이 콘크리트로 바뀌면서 상당량의 물이 땅속에 스며들지 못하고 바다로 쓸려나가게 됐다. 물이 스며들지 않자 지하수는 메마르고 홍수의 위험은 커졌다. 하천의 수위도 점점 낮아지면서 혼탁해졌다. 서울과 경기도를 가로질러 흐르는 안양천의 경우 1975년 비해 2000년에는 불투수층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그 결과 갈수기 유량은 절반 이상 줄어든 반면 홍수기 때 유량은 2배 가까이 늘었다.
한편 하천이 메마르는 데엔 또다른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하수처리장은 상류인 지천보다 하류인 본류에 자리잡고 있다. 상류에서 가져가 사용한 물을 그냥 하수구에 버리면 하수처리장을 거쳐 하류로 흘러간다. 상류 지천의 물은 결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상류 지천의 물 역시 빠르게 고갈되면서 물 부족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물과는 담쌓은 지리적 조건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원래부터 어떤 수자원 특성을 가진 나라일까.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우량은 1천2백83mm로 세계 평균인 9백73mm보다 높다. 그러나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있다보니 실제 국민 1인당 이용량은 그리 높지 않다. 1년 강수량을 총 인구수로 나누면 세계 평균의 1/10에 그치고 있다. 이마저 홍수기인 6-9월 장마와 태풍기간에 2/3가 집중돼 갈수기인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6개월간 내린 비의 양은 1년 강수량의 1/5에 불과하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 1년 동안 비가 대체로 고르게 내리는 편이다.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만 보더라도 6월, 9월, 10월에 강우량이 다소 많지만 한반도처럼 극심한 편중현상을 보이지는 않는다.

해마다 9월이 되면 다목적댐을 운영하는 기관에서는 딜레마에 빠지기 일쑤다. 9월초면 아직 태풍의 위험권에 있어 홍수에 대비해 저수지 물을 빼놔야 한다. 그러나 태풍 영향에서 벗어나는 9월말부터는 갈수기가 시작돼 무조건 저수지를 비워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장장 6개월 이상 계속되는 갈수기를 대비하려면 물을 조금이라도 비축해놔야 하기 때문이다.
남한강 충주댐의 경우 ‘상시만수위’(평상시 댐 최대 수위)인 1백41m와 홍수기 제한수위(홍수에 대비해 법적으로 넘지 못하게 정해놓은 홍수기 최대 수위)인 1백38m사이 3m에는 약 1백70만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영월댐 유효저수량의 1/3에 해당하는 엄청난 부피다. 9월말 댐 운영을 잘만하면 소규모 댐을 하나 짓지 않고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강우량의 편중현상 외에 지형적인 한계도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경사가 급해 유속이 매우 빠른 편이다. 북한강에서 홍수가 발생해 소양강댐의 문을 열면 반나절도 못돼 하류인 서울 인도교에서는 수위상승을 걱정해야 한다. 넓은 평원을 흐르는 미시시피강을 관리하는 미국 전문가들과는 사뭇 다른 고민들을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자원 확보를 위한 아이디어들
 
   
 
 
과학기술부는 수자원 확보의 심각성을 인식해 매년 1백억원씩 10년간 연구비를 집중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선진국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사례다. 지난 2001년에는 ‘수자원의 지속적 확보기술개발사업단’(www.water21.re.kr)이 발족했다. 사업단은 2011년경 예상되는 최소 물부족량 18억t보다 12억t 더 많은 30억t의 물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의무를 부여받았다.

요즘 사업단은 물 30억t을 만들기 위해 어떤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을까. 체계적인 수자원 관리는 정확한 정보 수집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수자원 자료의 중요성은 다른 정보에 비해 좀 다르다. 주사위로 5라는 숫자가 나올 확률을 알아내는 실험을 한다고 가정하자. 주사위를 원하는 만큼 여러번 던져 그 중 5가 나온 횟수를 세어볼 것이다. 물리, 화학, 또는 생물 실험도 이와 마찬가지로 자료가 부족하면 여러번 반복하곤 한다.
그러나 언제 어디에 얼마만큼 비가 왔는지 그리고 얼마나 흘러가는지를 측정하는 일은 다르다. 매순간 정확하게 측정하지 않으면 다시는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요사이 자동화 기술, 디지털 기술 등 최첨단 기술이 각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격센서가 부착된 레이더를 설치하고 인공위성을 띄워 실시간 광범위한 지역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이들 기술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최근에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기술이 실용화되기 시작했다. 물론 자료를 분석하고 다시 재가공하는 일에는 높은 수준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이처럼 정보기술(IT)과 접목된 수자원관리기술을 ‘물정보학’(Hydroinformatics)이라고 한다. ‘지리정보시스템’(GIS, Geological Information System) 역시 하천 주변 지역의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2001년 발표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은 기존 5대강 유역의 댐들만 잘 관리해도 6억t의 물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대다수 국가들에서 신규 댐 건설이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 방안은 꽤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남한강 유역은 물이 풍부한 반면 북한강 유역에는 물이 부족하다고 가정해보자. 두 강이 합쳐지는 양수리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양쪽에서 같은 양의 물을 빼온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물이 부족한 북한강 유역 주민들의 민원이 폭증할 것이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북한강 상류의 방류량을 줄이는 대신 남한강의 방류량을 늘릴 것이다.
이와 같이 상황을 고려해 여러개의 댐을 동시에 운영하는 방법을 연계운영이라고 한다. 연계운영은 단순히 하천과 하천 간에만 이루지는 것은 아니다. 하천과 지하수를 적절히 연계하기도 한다. 하천물이 풍부한 동안 지하수로 물을 저장한뒤 하천이 메마르게 될 경우를 대비할 수도 있다. 하천 유역에 설치된 모든 댐과 지천, 지하수 등 모든 수자원을 고려한다면 더욱 완벽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언제 어디에서 얼마만큼의 수자원을 취수할 것이냐는 쉽게 답을 얻기 힘든 문제다. 현재 많은 응용수학자들이 이 문제에 달라붙어 그 해를 찾고 있으며 앞으로 꾸준한 이론 전개와 실용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와 주민이 함께 실천해야
 
   
 
 
한쪽에서는 대체 물자원을 확보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하수를 다시 처리하거나 빗물을 받아 사용하는 방법이 한 방법으로 꼽힌다. 바닷물을 먹는 물로 만드는 해수담수화기술도 대체수자원에 해당한다.

특히 약 40억t에 이르는 생활하수를 생활용수로 바꾸는 하수 재이용 방식은 가장 앞선 분야에 속한다. 하수를 깨끗이 재처리하면 농업용수, 하천유지용수, 심지어는 음용수로 얼마든지 다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한해 물 사용량의 절반에 가까운 1백50억t에 해당하는 농업용수를 재처리할 수만 있다면 물부족 상황이 획기적으로 해소될 것이다. 안양천만 해도 하루 4만t에 이르는 생활하수가 재처리된 뒤 흘러들고 있다. 이제 버린 물도 아까운 세상이 오고 있다. 하수의 재이용은 피할 수 없는 길이 되버렸다.

각 가정과 건물마다 빗물을 모으는 우수활용기법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건물마다 빗물 저장 시설을 설치하면 3가지 부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선 수질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비가 내리기 시작한 뒤 처음 5분 동안 상당량의 오염물질이 빗물에 섞여 땅과 하천에 스며들어간다. 빗물 저장 시설로 빗물을 받으면 차단효과가 생겨 오염 물질의 유입을 초기에 차단할 수 있다. 홍수 피해도 줄어든다. 각 가정마다 빗물을 잡아 두면 하천이 불어나는 속도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빗물 모으기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물의 중요성과 절약정신을 배우는 교육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해수를 담수로 만드는 기술은 이미 상당히 보급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기술개발을 끝내고 도서지역의 공업용수시설에 도입해 사용 중이다. 특히 증발식 담수기술은 시장 점유율이 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누수방지, 인공강우 등 여러가지 대체수자원 확보기술이 현재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대체 수자원 기술은 여전히 기술상 문제와 비용면에서 한계가 있다. 특히 처리비용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가는 대체 수자원기술이 풀어야할 가장 큰 숙제다.
이처럼 수자원공학은 다양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끌어다 사용한다. 수자원은 그 혜택이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코 전문가만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수자원 관리의 주체는 비전문가인 유역주민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수자원 전문가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과 만난다. 그리고 합의점을 도출해 나가는 과정이 오히려 전문지식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다양한 지식, 다양한 기술,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어우러진 분야가 바로 수자원공학이다. 또한 전문가의 결정이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소신이 뒷받침돼야 하는 분야기도 하다.

이런 생활에 매료돼 물을 공부하는 젊은이들이 최근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정말 다행이다. 사회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물은 지구를 무한히 순환하고 있을 뿐이다. 비가 내리면 일부는 땅위로, 일부는 땅속으로, 그리고 일부는 증발해 다시 구름이 된다. 이런 이치를 이해하지 못한 인간의 오만은 오늘날의 각종 재앙을 불러왔다. 21세기 수자원 관리는 물의 원리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어야만 한다. 즉 ‘물흐르 듯 물을 관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막힌 곳을 다시 풀어주고 꺾어놓은 곳을 다시 펴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물이 우리에게 던지는 충고다. 인류의 시작과 함께 한 수자원공학은 공학의 원조다. 이와 함께 인류의 마지막까지 함께 할 공학 역시 수자원공학이 될 것이다. 이만한 매력을 가진 공학기술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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