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사이언스
  • 과학동아
  • 어린이과학동아
  • 수학동아
  • 시앙스몰
  • 지니움
회원가입 로그인
닫기

동아사이언스

컴퓨터 공학 - 발전성 무궁무진한 정보기술의 총아 소프트웨어
분야 정보기술.컴퓨터통신/기타 날짜 2011-04-05
컴퓨터 공학 - 발전성 무궁무진한 정보기술의 총아 소프트웨어
| 글 | 고 건/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ㆍkernkoh@june.snu.ac.kr |

정보 혁명을 이끌어낸 컴퓨터.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고철에 불과하다. 시대가 변하면 정신이 변하듯 소프트웨어 기술도 정보기술의 흐름에 맞춰 바뀐다. 유비쿼터스 시대 새로이 전기를 맞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펴본다.


●●소프트웨어란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하드웨어 혼자 힘으로는 큰일을 할 수 없고 소프트웨어로부터 명령을 받고나서야 ‘요술’은 시작된다. 예를 들면 똑같은 컴퓨터라 할지라도 그 안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가 무엇이냐에 따라 탁상컴퓨터가 되기도 하고, 게임기가 되기도 한다. 컴퓨터공학은 하드웨어의 정신이자 생명과도 같은 소프트웨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소프트웨어의 역할과 발전은 정보기술(IT) 전체의 진로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IT는 지난 20년간 개인컴퓨터 시대와 인터넷 시대를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IT는 앞으로 이 사회를 어떻게 바꿔 나갈까. 바로 여기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된다. IT 기술은 너무 광범위해 그 미래를 한마디로 요약하기 쉽지 않다. 좀더 쉬운 풀이로 소프트웨어의 미래 곧 IT의 미래 모습을 그려보자.

모호해진 경계들
 
   
 
 
최근 IT 분야에서 첫번째 중요한 동향은 인접 기술과의 융합, 즉 컨버전스다. 전에는 컴퓨터, 텔레비전, 오디오, 전화기 각각 모두 자신만의 뚜렷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이들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예로 휴대전화가 있다. 이제 휴대전화는 단순한 통화기능 뿐만 아니라 과거 컴퓨터로나 할 수 있었던 메일 교환과 웹 검색 기능을 갖추는 것이 기본이다. 그뿐 아니라 카메라나 녹음기, 텔레비전 같은 가전제품 기능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전화라는 통신장비가 컴퓨터나 가전과 ‘융합’하고 있는 것이다.

융합은 게임이나 리포트 작성에 쓰였던 컴퓨터의 개념도 바꿔 버렸다. 소리바다가 오디오 역할을, 주문형비디오(VOD)는 TV 역할을, 전자우편과 인터넷전화는 일종의 통신수단 역할을 수행한다. 컴퓨터가 통신이나 가전과 ‘컨버전스’한 것이다.

텔레비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앞으로 디지털TV 시대가 본격화되면 양방향 대화기능을 갖춘 텔레비전을 보면서 필요한 정보만 고르거나 쇼핑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과거 컴퓨터, 텔레비전, 오디오, 전화기 등 각각의 기기가 가진 고유영역이 무너지고 서로 통합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모든 정보가 디지털로 표시되면서 가능해진 현상들이다. 과거에는 녹음기나 전화, 텔레비전은 서로 다른 형태로 표현하는 기기이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 정보를 쉽게 교환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대부분의 음악은 MP3로, 사진은 JPEG, 문서는 아스키(ASCII)라는 디지털신호로 표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 디지털로 표현하다보니, 어느 장비라도 디지털 정보를 읽을 수만 있다면 다른 장비와 정보 교환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를 바로 멀티미디어라고 부른다.

TV의 화면을 컴퓨터로 받아서 컴팩트디스크(CD)에 저장했다가 편집기를 거쳐 이동전화로 보내는 일은 앞으로 일반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 그런 움직임은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다. 영화의 한 장면을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로 받아서 편집기로 자신의 구미에 맞게끔 편집하는 일이 바로 그런 사례다. 이처럼 정보기기, 통신기기, 가전기기, 방송기기의 기능이 서로 통합되는 것을 총체적 의미에서 ‘컨버전스’라고 부른다.

보이지 않는 정보의 소통로
 
   
 
 
두번째로 눈에 띄는 흐름은 바로 무선화의 진전이다. 흔히 ‘와이어리스’로 불리는 이 흐름은 모든 기기를 전선이 아닌 무선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올 여름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는 마우스와 키보드가 컴퓨터 본체와 무선으로 연결되는 큰 흐름이 있을 것이라는 예견이 있다. 프린터와 같은 주변 기기도 본체와 무선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수많은 노트북들이 이미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한다. 공항에서 강당에서 카페에서 어느 곳에서나 노트북만 있으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불과 십년전과 비교해보면 그야말로 ‘뽕나무밭이 바다가 된 셈’이다.

최근 무선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독특한 형태의 컴퓨터를 출현시켰다. 안경이나 손목시계에 화면을 띠우고 무선으로 통신하는 컴퓨터가 그러한 사례다. 마우스나 키보드가 작아지면서 반지나 혁대, 구두에까지 붙여넣게 됐다. 그렇게 되면 컴퓨터를 작게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몸에 붙일 수도 있다. 안경으로 앞을 보고, 손목을 허공에서 휘저으면 마우스 커서가 움직이게 되고, 허공에서 손가락을 눌러 선택한다. 그러면 허리에 찬 컴퓨터가 무선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처럼 입는 컴퓨터는 전화기이면서 동시에 사진기, 오디오, 인터넷 검색기인 셈이다. 몸 전체를 움직이는 게임기, 몸의 모든 움직임을 하루종일 기록하는 컴퓨터, 운동선수나 무용하는 사람을 가르쳐주고 분석하는 컴퓨터가 곧 출현할 것이다.

자연현상 감시하는 첨병기술
최근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또다른 IT 분야는 센서 기술이다. 센서란 여러가지 물리 화학 생물학적 현상을 감지해 디지털 정보로 바꿔주는 작은 부품이다. 온도계에서 저울, 속도계 등 이미 우리 생활 주변에는 다양한 디지털 센서들이 이용되고 있다.

이런 센서들이 측정한 정보는 일반적으로 컴퓨터에 입력되곤 한다. 과거에는 인터넷을 따라가 보면 그끝에 항상 사람이 앉아 있곤 했지만 앞으로는 사람 대신 센서들이 직접 정보를 입력하게 될 것이다. 센서 기술은 앞으로 어떤 곳에 쓰이게 될까.

아마도 사람의 접근이 불가능한 위험지역인 지진대나 인력이 모자라는 농촌지역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다리에 설치된 센서는 아주 작은 진동까지 읽어들여 위험을 막을 것이다. 또 의사를 대신해 체온, 맥박, 호흡같은 생체신호를 감지해 환자의 생명을 돌보는 것은 물론 식품의 신선도를 관리하는데 유효하게 쓰일 것이다.

이렇게 거미줄처럼 얽힌 센서로 이뤄진 네트워크를 센서망이라고 부른다. 세상은 이미 센서망을 이용해 도심 교통을 제어하고, 농작물 발육 상태와 건강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인터넷은 사람 사이의 정보 교환에 그치지 않고 자연과 직접 연결돼 자연현상을 관찰하고 제어하는 도구로 자신의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컴퓨터는 지금보다 더 강력해지고 작아지게 될 것은 분명하다. 용량에 비해 가격도 훨씬 낮아질 것이다. 지금은 컴퓨터 사용자마다 평균 10GB(기가바이트, 1GB=109B)하드디스크가 탑재된 펜티엄 1대씩을 보유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사람마다 수십대의 컴퓨터를 몸에 지니게 될 것이다. 아파트와 자동차에도 수십대의 컴퓨터가 탑재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수많은 작은 컴퓨터들이 허리띠나 손목시계에, 목걸이나 안경에 들어갈 날이 멀지 않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무수한 센서들이 우리가 입는 옷 섬유에 붙어 생활에 안락함을 가져다 줄 것이다. 집의 벽이나 바닥은 물론 구석구석에 센서들이 탑재돼 사람의 출입을 알아낼 수 있는 것은 물론 체중과 보폭, 체온을 감지해 건강상태까지 확인해 주게 될 것이다. 실제 이런 상황은 가깝게는 5년, 늦어도 20년 안에 우리 앞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보랏빛 미래를 만들기 위해 컴퓨터공학자를 포함한 IT 연구자들이 해결해야 할 몇가지 문제가 있다.

사람이 입고 다니거나 오지에 설치되는 컴퓨터들은 외부에서 충분한 전원공급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낮은 전력으로 작동되는 컴퓨터 기술이 필요하다. 또 컴퓨터와 센서 기술이 발달하면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기술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통신망과 시스템이 정교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을때 스스로 알아서 원인을 밝혀내 해결하는 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졌다. 아울러 컴퓨터와 통신망들이 서로를 인식하고 그 한계를 파악해 기능과 정보를 보완하는 체제가 갖춰져야 한다. 특히 이런 연구 과제들에 덧붙여 최근 발전하고 있는 무선과 휴대전화 환경은 컴퓨터공학 분야에 새로운 숙제들을 안겨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보화의 핵심 역량인 소프트웨어
 
   
 
 
이처럼 경이로운 미래를 보장하는 컴퓨팅 기술이 전면으로 떠오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실제 대학에서 컴퓨터를 연구하기 시작한 때는 불과 70여년전인 1930년대 말경이었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존 빈센트 아타나소프 교수와 클리포드 베리 교수가 세계 최초의 디지털 연산기인 ABC를 만들었을 때였다. 초기 컴퓨터공학은 수학이나 전자, 경영학의 한 분야로 존재했다. 하지만 분야가 점차 넓어지면서 독립적인 학문으로 인정받게 된다. 실제 미국에서는 1960-1970년대 독립된 컴퓨터학과들이 생겨났고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 초부터 홍익대, 숭실대, KAIST, 서울대가 차례로 컴퓨터학과를 설립했다. 물론 그때는 컴퓨터가 아닌 계산통계라는 학과 이름으로 존재했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고 유사학과를 통합시키며 컴퓨터공학이란 이름으로 거듭난다.

보통 컴퓨터공학의 학과과정은 컴퓨터에 관한 과학과 공학 전분야를 포함한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서로 긴밀한 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회로를 설계해 제작하고 프로그램을 직접 짜보는 것만큼 확실한 수업은 없는 것이다. 아울러 컴퓨터를 산업에 적용하는 교육도 모든 교과과정에서 중심을 차지한다. 컴퓨터공학이 사회와 산업의 정보화에 핵심적인 학문으로 불리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것은 컴퓨터공학이 이론만이 아닌 일상 생활에 밀접히 관계된 실무적인 학문이라는 것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따라서 컴퓨터공학의 발전은 학문뿐 아니라 산업 발전과 직결된다고 하겠다.

현재 컴퓨터공학 기술은 컴퓨터 메모리에서 이동전화기, 디지털카메라, 자동차 설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한다. 또 인터넷 분야에서는 전자상거래를 가능하게 해주는 상거래 결제용 보안시스템, 서버 설계가 연구되고 있다. 게놈 연구와 의료, 헬스캐어 분야에서도 컴퓨터공학이 활용된다. 영화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은 물론 스포츠 전문가들 또한 컴퓨터를 이용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학문간 융합이 향후 발전 관건
 
   
 
 
대다수 학문연구에서 컴퓨터의 중요성이 강조되다보니 컴퓨터공학과 비슷한 이름의 학과가 더러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의미의 컴퓨터공학은 아니라는 것을 미리 말해둔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부분적으로 활용할 뿐 그 자체를 깊이있게 다루지 않는 것이다. 워낙 연구분야가 넓고 깊기 때문에 컴퓨터공학을 배우는데 4년이란 시간은 너무 짧다.

최근 컴퓨터 분야는 첨단 두뇌집약형 미래 산업의 하나로 국가에게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컴퓨터 관련 고급인력은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런 상황이 또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고성능 지능형 컴퓨터의 개발과 같은 새로운 컴퓨터 기술이 속속 출현하는 가운데 인력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우리는 제2의 정보 혁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의 한계는 오직 열정과 창의력에 의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 아울러 미래에는 하드웨어만으로 결코 큰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더 정교한 소프트웨어가 명령을 내려주어야 모든 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가능해지기 위해 소프트웨어 연구자들이 극복해야할 어려운 일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java)나 C만 알아서는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소프트웨어가 다른 기초 학문과 인접 학문들의 도움을 필요로 한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해석학과 기하학, 그래픽 이론, 알고리즘, 언어학 등 컴퓨터공학과 융합되고 있는 학문은 무궁무진해지고 있다.

우리 앞에 닥친 도전은 실로 엄청난 것이지만 한가지 사실만은 확실하다. 5백년전 콜럼버스가 지구를 반바퀴 돌아 신대륙을 발견했듯이 새로운 정보기술 세계도 미개척지로 남겨져 있다. 이 신대륙은 큰 꿈과 창의력을 가진 자의 것이 될 것이다. 용기를 갖고 과감히 모험하는 사람의 것이 될 것이다. 세계는 지금 ‘제2의 빌 게이츠’, ‘제3의 콜럼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와 같은 일이 가능해지기려면 소프트웨어가 많은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료첨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