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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공학 - 21세기 융합기술의 주역
분야 산업기술/화학공학 날짜 2011-04-05
화학공학 - 21세기 융합기술의 주역
| 글 | 차국헌/서울대 공대 응용화학부 교수ㆍkhchar@plaza.snu.ac.kr |

미래 세상을 이끌 신기술과 화학공학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관련 없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응용되는 화학공학을 공부하면 공학계의 팔방미인이 될 수 있다.
 
 
   
 
 
1960-70년대 중화학공업의 발전은 우리나라 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이때 지대한 공헌을 한 주인공이 바로 화학공학이다.

화학공학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핵심적인 동력원 역할을 수행해왔다. 전량 수입하는 원유로부터 대규모 정제 공정을 거쳐 가솔린을 비롯한 각종 용매류를 생산했다. 원유 속에 함유된 탄화수소를 에틸렌이나 프로필렌으로 분해하는 공정을 개발해 오늘날 각종 플라스틱과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한 길을 터놓았다.

또한 석유화학 중간체를 이용해 폴리올레핀, 나일론, 아크릴수지, 합성고무를 생산할 수 있는 중합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가공할 수 있는 고분자 가공법을 확립했다. 이를 활용해 합성섬유, 자동차 내장재, 전자제품 포장재, 타이어가 생산된다.

20세기 초 인류가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비료를 대량 생산함으로써 식량문제를 해결하는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식품가공 기술 발전의 선두에도 화공엔지니어들이 있었다. 이 외에도 각종 액체와 가스의 분리·정제 기술,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는 청정공정을 개발하는데 화공엔지니어가 핵심적인 기여를 했다.

최근 세계 화학산업은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의 일반적인 화학제품은 1990년대 이후 생산능력이 증가해 만성적 공급과잉이 나타났고, 이로 인해 수익성이 위협받고 있다.

반면 생명과학, 정보기술, 나노기술을 화학산업에 접목시켜 구현한 신소재와 다기능 제품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가 발생하고 있다.

T-X 칩 속에 숨은 초미세화학공정
 
   
 
 
화학에서는 비교적 크기가 작은 분자들을, 생명과학에서는 생명현상과 관련된 단백질과 같은 큰 거대분자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그렇지만 단백질이나 DNA 모두 화학분자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생명과학 연구결과를 활용해 의학분야의 혁명을 달성할 주인공은 다름 아닌 화학공학자임을 알게될 것이다.

20세기 정보처리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생명체의 유전자 구조를 밝혀내면서 생명공학기술이 급부상하고 있다.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바이오산업은 자본집약적이고 노동집약적인 기존 산업과 달리 무형의 가치가 투입돼 고부가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첨단산업이다.

영화 ‘터미네이터3’를 보면 미래에서 파견된 최첨단 로봇인 터미네트릭스, 일명 T-X가 붕대에 묻은 피를 맛본 후 피의 주인이 그가 찾고 있는 미래의 지도자 존 코너임을 알아내는 장면이 있다. T-X는 피 한방울의 유전정보를 빠른 시간 내에 분석하고 내장돼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순간적으로 그 주인을 찾을 수 있다.

피 한방울로 유전정보를 분석하려면 조그만 반도체 칩에 모든 분석기능이 포함된 랩온어칩(Lab-on-a-Chip)이 필요하다. 랩온어칩과 DNA 또는 단백질을 분석하는 칩은 모두 초미세화학공정에 의해 제조된다.

즉 화학공정의 경쟁력이 생명공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분자 또는 원자 세계에서 물질 간의 반응을 찾아내며, 눈앞에 나타나는 모든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밝혀낼 수 있는 학문인 화학공학이 있기에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급속한 발전이 가능한 것이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 기술, 인공장기 개발 기술, 원하는 기능을 지닌 미생물의 대량생산 기술은 화학공학의 발효공정 기술, 고분자재료 기술,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발전적으로 진화시킨 것이다. 화학공학 기술이 앞으로의 생명공학 시대를 주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구현에 한몫
 
   
 
 
정보전자분야에서 제품 소자를 설계하는 사람은 주로 전자공학자들이다. 하지만 소자를 제조하는 공정은 주로 화학공학자들에 의해 이뤄진다.

수많은 전자회로가 하나의 기판 위에 있는 집적회로를 만드는 반도체 공정도 결국 단위 화학공정이 여러개 모인 것이다. 구리를 도체로 사용하는 칩에서는 전기도금과 같은 전기화학반응이, 고밀도 배선의 층간절연물에는 고분자 설계·합성 기술이, 반도체 소자의 박막을 갈 때는 화학기계적연마공정이 활용된다.

인간과 컴퓨터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대화를 한다. 디스플레이는 가시광선 영역의 광자를 발생시켜 시신경이 이를 감지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최근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은 FED(전계 방출 디스플레이),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TFT-LCD(박막 트랜지스터 액정 디스플레이), 전자종이, 유기 TFT(유기 박막 트랜지스터), OLED(전계발광 소자) 등이 있다. 이 중 TFT-LCD는 널리 상업화돼 있다. 현재 LG필립스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액정 디스플레이는 전세계 시장의 50% 정도를 점유하고 있으며, 반도체를 능가하는 고부가가치 수출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디스플레이 기술 구현에 필요한 액정재료, 유리기판, 편광판, 칼라필터, 백 라이트와 같은 각종 소재 부품과 시약은 화학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메모리나 마이크로프로세서와 같은 반도체 전자소자는 단결정 실리콘(Chip-on-Silicon)을 이용해 제작한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소자는 유리 위에 집적되며(Chip-on-Glass) 비정질(분자가 무작위로 배열된 상태) 또는 다결정 실리콘을 활용한다. 비정질, 다결정 실리콘에서 전자의 이동속도는 단결정 실리콘에 비해 1천분의 1 내지 1백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소자로서는 충분한 속도이므로 유리 위에 이들을 증착해 활용한다.

트랜지스터용 비정질, 다결정 실리콘 박막은 커다란 유리 기판을 처리할 수 있는 플라즈마 화학증착장치에서 증착된다. 대형 기판에 균일한 박막을 입히기 위해서는 장치를 어떻게 설계하는지가 중요하다.

유리 기판의 각 화소에 박막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는 방법은 반도체 공정과 동일하다. 1m가 넘는 대형 기판에 각종 박막을 증착하고 식각하는 과정 중에 화학공정이 역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회로의 선폭은 단결정 실리콘 집적회로보다 훨씬 크지만 사각형의 대형 유리 기판에 결함이 없는 화소들을 집적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문제다. 높은 수율을 얻을 수 있는 공정의 개발이 계속해서 요구되고 있다.

화학증착공정은 정보전자소자에 사용되는 수많은 유·무기소재를 박막 형태로 구현하는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화학공학, 즉 유체역학, 반응공학, 열역학 등의 이해가 필수다. 미국의 반도체 제조회사 인텔의 창업자인 무어 박사와 그로브 박사가 정보전자분야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화학공학자다.

반도체 집적회로와 TFT-LCD 제조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유기 EL과 유기 TFT를 포함하는 차세대 정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선전할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유기 EL과 유기 반도체 소재의 합성과 공정 기술은 화학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높다. 우리나라 반도체 제조 산업이 공정기술 측면에서는 매우 우수하나 아직도 핵심소재의 개발 능력과 공정장치의 설계 또는 제작은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유기 반도체 분야에서 화학공학의 획기적인 기여가 필요하다. 앞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구현을 앞당기는데 화학공학자가 일익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환경 복원과 미래에너지 개발에 일익
 
   
 
 
산업혁명으로 인류는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게 됐지만 그 부작용으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폐기물의 무분별한 매립은 토양 오염을 일으키고, 수자원은 난분해성 유기물, 독성금속, 미생물 병원균으로 오염되고 있다. 대기 오염으로 오존층이 파괴되는 등 심각한 수준이다.

이처럼 오염된 환경을 복원하는데 화학공학자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폐기물을 소각하는 소각로의 설계와 운전, 폐수처리를 위한 광촉매 화학공정과 생물학적 처리공정 개발,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염화불화탄소(CFC) 대체물질 개발, 이산화탄소 저감 처리기술 개발 등이다.

현재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주된 에너지 형태는 동력에너지와 전기에너지, 그리고 난방을 위한 열에너지다. 이를 얻기 위해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석원료와 원자력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는 환경파괴와 오염, 방사능 누출의 문제점을 본질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올해 초 연두연설에서 수소와 같은 청정에너지 사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청정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수소와 산소의 반응에서 발생하는 전기에너지를 활용하는 연료전지가 필요하다. 연료전지는 저공해 고효율의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예상되고 있어 시장 잠재력이 매우 높다. 때문에 선진국들은 기술 선점을 위해 범국가적인 연구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연료전지에는 촉매반응을 이용한 전극설계, 전기화학 반응, 전해질 막 제조 등 화학공학의 전 분야가 망라돼 있다. 또한 리튬 고분자전해질로 제조된 휴대폰의 배터리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각종 화학공학적인 지식을 동원해야 한다. 국내외 유수한 화학회사들이 앞다퉈 고효율의 연료전지와 휴대용 배터리를 제조하고 있다. 미래 에너지를 개발하는데도 화학공학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국가경쟁력 짊어진 나노기술 핵심
 
   
 
 
‘나노’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어의 난쟁이를 뜻하는 ‘나노스’(nanos)에서 유래됐다. 지금은 10의 마이너스 9제곱을 의미하는 수학 용어로 쓰인다. 1nm는 10억분의 1m로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즉 원자 서너개 크기에 해당한다.

1990년대에 등장하기 시작한 나노기술은 1nm 이하 크기에서 물체를 만들고 조작하는 기술을 통칭한다. 나노기술이 적용된 화장품, 음료, 유아용 젖병까지 나왔다. 머지않아 가전제품, 반도체, 의약품, 의료기술, 각종 소재에서도 혁신적인 나노제품이 잇따라 출시될 전망이다.

나노장치를 만들기 위해서도 역시 다양한 화학공정이 응용된다. 물질 전달, 표면 흡착, 화학반응을 통한 원자 배열, 반응 부산물의 탈착과 같은 화학공학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나노증착, 나노에칭, 임프린트, 나노템플레이트 공정, 솔젤 공정 등이 그 예다.

분자라는 기본 블록을 이용해 화학반응으로 나노구조를 만들어 가는 나노화학공정은 실용화를 위한 대량 생산공정 차원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비단 정보소자뿐만 아니라 각종 나노구조를 지닌 제품의 대량생산에도 화학공정기술, 장비기술, 플랜트기술, 제품기술과 같은 화학공학이 핵심적으로 활용된다.

나노기술은 BT(바이오기술), IT(정보기술), ET(환경·에너지기술)의 어느 분야에나 적용될 수 있는 기반이기 때문에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를 이룰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나노기술은 현재 국가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 핵심에 화학공학이 자리하고 있다.

어디서든 환영받는 팔방미인
화학공학 전공자는 다양한 자연 현상을 이해하고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화학, 물리, 수학, 컴퓨터, 생명과학과 같은 기초학문을 배운다.

또 이를 산업화에 응용해 어떻게 인류문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운다. 원하는 화학공장을 구현하기 위해 장치의 사양을 고안해내고 공정을 설계해 가동시킨다. 화학공학은 기존의 정유, 석유화학 분야로부터 의학, 전자재료, 환경, 신소재 분야로 활동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또 생명공학기술, 정보전자기술, 나노기술, 환경·에너지기술의 융합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21세기를 이끌어 나갈 학문으로 정립될 것이다.

화학공학도는 학문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더불어 이를 실제로 구현하고 제품을 생산해내는 전과정을 거치면서 폭넓은 경험을 하게 된다. 화학공학이 어느 분야에도 빠지지 않고 폭넓게 응용되기 때문에 화학공학도는 어디에나 적응할 수 있는 팔방미인으로 불려왔다.

또한 화학공학도는 필수적으로 여러사람들과 공동으로 연구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서로의 기술 정보를 교류하고, 관련된 논거를 서로에게 전달하며, 중요한 결정사항에 영향력을 미치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키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산업체에서 맹활약하는 최고경영자(CEO) 중에 화학공학 전공자가 특히 많다.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미국 최고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최고경영자인 잭 웰치는 일리노이대에서 화학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 대기업에도 화학공학을 전공한 최고경영자가 다수 포진돼 있다. LG화학의 여종기 사장이 대표적인 화학공학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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