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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인류의 도전을 이끄는 사람들, 엔지니어
분야 기타/기타 날짜 2011-04-05
21세기 인류의 도전을 이끄는 사람들, 엔지니어
과학지식 바탕으로 현실문제 해결
| 글 | 김도연/서울대 공대 재료공학부 교수ㆍdykim@plaza.snu.ac.kr |

과학과 기술을 통한 사회의 변화는 기본적으로 엔지니어의 손에서 이뤄진다. 엔지니어는 현재 인류가 누리고 있는 문명의 바탕을 제공한 사람들이다. 공학의 사회적 역할과 발달과정을 살펴보면 그 의미가 새삼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흔히 ‘과학기술’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 이야기하곤 하지만 실제로 그 속에는 참으로 다양한 분야가 있다. 우선은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과학자’와 ‘기술자’(엔지니어)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과학과 기술(공학)은 실과 바늘처럼 대단히 밀접한 분야지만, 실과 바늘처럼 그 역할이 서로 다르다.

과학(science)이란 자연현상을 탐구하는 학문, 혹은 자연현상을 탐구해서 얻은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은 학문을 말한다. 결국 과학자가 하는 일은 자연에 대한 정보를 조직적으로 얻거나 수집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자연현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것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한 가정을 세우며, 다시 그 가정이 맞는지를 실험으로 검토해 과학법칙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러면 기술자 혹은 엔지니어란 무엇인가? 엔지니어는 과학자와는 다르다. 엔지니어는 앞서 이야기한 과학적 지식에 기초를 두고, 사회의 현실을 고려해 인간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면서 그 과정에서 이윤을 추구한다. 즉 엔지니어 역시 그 기초는 과학적 지식에 두고 있지만, 생산한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본인의 이득은 물론 전체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럼 공학의 전문 분야들은 인류의 복지 향상에 얼마나 기여했으며, 또 21세기에는 얼마나 발전할까. 여기서는 공학을 크게 기계, 전기전자, 건설, 화학, 재료의 5분야로 나눠 살펴보고자 한다.

[ 공학의 주요 분야 ]
1) 기계공학 (생산공학, 항공공학, 조선공학 등)
기계공학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는 기계공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가 없었던 19세기초까지 사람이 평생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 주위를 걸어 움직이는 거리는 약 2천km 내외였다고 한다. 그러나 자동차 덕분에 현대인은 평생이 아닌 단 일년 동안 약 2만km 정도를 이동하고 있다. 자동차 덕분에 인간의 물리적 활동범위는 물론 생각할 수 있는 폭까지 크게 늘어났다.

1900년에 미국 전역에 등록된 자동차는 약 8천대였으나 2000년에는 약 1억7천만대가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 등록대수가 1980년에 약 50만대 수준이었으나 92년에 5백만대 그리고 97년에 1천만대를 돌파했다. 자동차 보급 측면에서 세계적인 기록이다.

자동차는 1만4천-5천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지는데, 이러한 자동차산업에는 다른 분야에 비해 많은 수의 인력이 고용되며 타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예를 들어 자동차산업의 발전은 철강, 고무산업의 발전을 가져오며 또한 석유화학산업과 유리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자동차를 통한 운수업과 보험업까지 고려한다면, 우리나라 인구의 약 5분의 1 정도는 자동차와 관련된 삶을 꾸려나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엔지니어가 기계공학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도 그만큼 다양하다. 석유나 가스를 지금보다 훨씬 더 적게 쓰면서 달릴 수 있는 자동차, 공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연을 덜 배출하는 자동차, 사고가 나도 운전자가 다치지 않는 자동차의 개발 등은 모두 미래 엔지니어들이 해낼 일이다.

자동차가 기계공업의 꽃이라면 항공기는 모든 공학기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항공기와 선박은 첨단기술의 결집체다. 자동차, 항공기, 선박에서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기름이라는 화석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꿔주는 엔진이다. 엔지니어는 인류사회를 이끄는 엔진과 같다. 따라서 엔지니어야말로 그 사회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2) 전기전자공학 (컴퓨터공학, 통신공학, 정보공학 등)
전기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자.
요즘은 밧데리로 움직이는 시계들 뿐이니까, 자명종 소리를 못 들어 아침에 늦게 일어나 허둥거리게 될 것이다. 겨울이면 아침 8시까지 깜깜하니 식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아침에 보고 듣던 TV 뉴스나 라디오도 다른 세상 일이다. 수돗물이 안나올테니 세수도 할 수 없고, 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면 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지 않으므로 걸어서 내려오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등교나 출근 준비도 해야 하지만, 12V 직류 밧데리가 있어야 시동이 걸리는 버스나 자동차는 물론 전기로 움직이는 지하철도 운행이 되지 않아 곤란을 겪을 것이다. 전화도 안된다. 이것이 바로 1백년 전까지 사람들이 살아온 방식이다. 이처럼 전기는 현대문명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도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화력, 수력, 원자력 혹은 태양열을 전기로 바꾸기 위해 땀 흘리고 있으며, 또다른 한쪽에서는 만들어진 전기를 좀더 효율적으로 가정이나 공장으로 보내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

자연 중에 번개불로만 존재하던 전기는 1882년 처음으로 에디슨에 의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져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때 에디슨은 직류송전 방식을 고집했다. 위대한 엔지니어도 여기에서는 큰 실수를 범한 것이다. 직류는 교류에 비해 송전거리에 제한이 있으므로 결국 교류송전을 택한 회사가 훨씬 더 번창하게 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는 상품의 발명 뿐만 아니라 그 효율성과 경제성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는 전기의 시대, 그리고 21세기는 전자의 시대라고 할만큼 컴퓨터가 대표하는 전자공학의 발전속도는 그야말로 눈부시다. 전자공학 분야는 지난 30-40여년간 엄청난 발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진공관에서 시작한 전자공업은 1947년 트랜지스터와 1958년의 집적회로 발명으로 가히 폭발적으로 발전했다고 할만하다. 더 작고 더 좋은 성능의 전자제품이 값싸게 만들어지면서 인류의 생활은 완전히 바뀌고 있다.

IC는 하나의 칩 속에 여러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어넣은 것이다. 인텔사의 사장인 고든 무어(Gordon Moore)는 이렇게 집적되는 숫자가 매 18개월마다 두배씩 늘어난다고 예측했는데, 이를 무어의 법칙이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전자산업은 이런 추세로 발전해왔는데, 이는 결국 10년 동안 집적화가 27=128배 만큼 향상됐다는 것을 말한다.

인터넷의 발달은 이런 현재진행형의 혁명을 대변해준다. 컴퓨터끼리의 정보교환을 위한 인터넷이란 아이디어는 1960년대에 MIT의 한 대학원생에 의해 시작됐다.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오보다 더 인류사회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될 것 같은 그의 이름은 레오나드 클라인록(Leonard Kleinrock). 이런 인터넷 환경을 개발하고 구축한 것은 바로 엔지니어의 땀과 노력이다. 엔지니어가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인 셈이다.

3) 건설공학 (건축, 토목, 지구환경공학 등)
토목공학은 영어로 ‘Civil Engineering’이라 한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시민공학’으로 ‘군사공학’(Military Engineering)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는 17-18세기까지 군사적 목적으로 무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엔지니어의 주된 역할이었으며, 시민을 위해서는 관개시설이나 교량을 건설하는 토목공학이 엔지니어링의 전부였음을 의미한다.

건설분야의 엔지니어는 고대부터 존재했으며, 이는 다시 이 분야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반증한다. 지구상에 사람이 존재하는 한 건축과 토목의 중요성은 조금도 축소되지 않을 것이다.

인류의 평균수명은 지난 1백년간 크게 늘어났다. 일본의 통계를 보면 1901년에는 31세였던 평균수명이 최근 80세에 육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60년 52세에서, 1990년 72세로 늘어났다. 이런 수명 연장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물론 의료기술의 발달에 의해 유아사망률이 현저히 줄어들고, 폐결핵이나 천연두 같은 전염병이 퇴치된 것이 큰 이유를 차지한다.

하지만 인류의 수명 연장은 근본적으로 엔지니어의 손에 의해 이뤄졌다. 19세기까지는 마시는 물이 깨끗하지 못했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장티푸스, 이질, 콜레라 같은 소위 수인성 전염병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준 것은 다름아닌 상하수도를 만든 건설 엔지니어들이었다.

유럽에서 맥주나 포도주가 발달한 이유는 마음 놓고 마실 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30여년 전까지만 해도 어느 곳을 파도 맛 좋은 물을 얻을 수 있었지만, 서양인들에게는 수천년 동안 술만이 깨끗하고 안전한 음료였다. 따라서 마실 것은 술 뿐인 그런 환경이었다.

영어로 아침식사를 의미하는 ‘breakfast’는 희랍어 ‘ratidzomai’에서 유래됐는데, 이는 ‘to drink wine’이란 뜻이다. 즉 아침에도 술, 점심에도 술, 그리고 저녁에도 술 밖에는 마실 것이 없었던 셈이니 술이야말로 aqua vitae, 즉 생명의 물이었던 것이다. 옛날 서양의 부모들은 객지에 떠나는 아들에게 “얘야! 몸조심하고 꼭 술만 마셔라”라고 당부했을 것이다.

21세기 인류가 맞이할 가장 큰 문제 또한 물이다. 인류의 미래는 엔지니어가 확보할 안전한 물의 양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은행의 조사에 의하면 2000년 현재 이미 10억 이상의 인류가 물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고 많은 수가 죽어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지구에서 육지의 약 40%는 사막이 돼버렸다. 사막화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을 깨끗이 관리해 이를 집집마다 혹은 공장마다 보내는 일은 인류의 가장 큰 문제일 뿐 아니라 미래 엔지니어들의 가장 큰 도전 과제다.

건축은 너무나 폭 넓은 분야라서 이 글에서 자세히 다루기는 어렵다. 하지만 틀림없는 사실은 건축을 전공하면 엔지니어에서 사업가,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원하는 모든 직업을 다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 이름이 남아있는 뛰어난 건설가로는 1796년 완공된 수원 화성의 건설 책임자였던 정약용을 들 수 있다. 화성의 건설과정은 ‘화성성역의궤’라는 책에 완벽히 기록돼 있다. 여기에는 축성계획, 법식, 동원된 인력, 재료의 출처 및 용도, 예산 및 임금, 시공기계 등 화성 건축과 관련된 사항이 모두 빠짐없이 수록돼 있다. 1997년에 화성이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당시, 현대에 다시 개수된 점 때문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화성성역의궤’를 보여주며 성이 만들어진 근거를 제시하자 더이상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한다.

화성을 건설한 정약용은 요즘의 크레인 같은 거중기를 만든 뛰어난 엔지니어였을 뿐만 아니라, 화성 건축과 관련된 기록을 남겨 화성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기록이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의 산물이다. 미래를 설계하는 자는 오늘을 기록한다. 엔지니어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바로 이 기록 정신이다.

4) 화학공학(응용화학, 석유공학, 고분자공학 등)
쇠붙이를 금으로 만들려는 연금술은 화학의 발전을 가져왔다. 현대 화학공학의 대표적 예는 석유산업이다. 석유는 현대인의 의식주 모두와 관련이 있다. 비료, 농약, 살충제가 모두 석유에서 만들어지니 우리가 먹는 것이 여기에 달렸고,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등의 합성섬유는 물론 합성고무, 플라스틱 등 일상생활 용품 중에 석유가 들어가지 않은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다. 석유를 현대 산업문명의 ‘검은 피’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러시아에 이은 세계 6번째 석유 대량 소비국이다. 우리보다 인구가 10배나 많은 인도는 물론 소위 G7국가에 속하는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보다 더 많은 석유를 쓰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수입한 원유 금액은 약 2백억달러에 달한다(우리나라 1년 예산의 20%). 매년 10% 가까이 성장하던 우리 경제가 1980년에는 오일쇼크 때문에 5.7%나 하향 했으니, 우리나라 살림의 석유의존도를 잘 알 수 있다.

석유화학공업의 국가적 중요성 만큼 이 분야 엔지니어가 할 일도 많을 수밖에 없다. 석유를 찾고 개발하는 일은 자원공학, 탐사공학, 시추공학, 혹은 유전공학 등의 영역에 속한다.

현재 지구의 석유 매장량은 1조5백억배럴이고, 이는 앞으로 인류가 30-40년 정도 더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지금부터 30년 전에도 미래에 쓸 수 있는 석유의 양이 그저 30-40년 정도로 예측됐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앞으로 30년 후에도 인류가 쓸 수 있는 석유 양이 다시 30-40년분 정도 남아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데, 이는 탐사공학과 시추공학 등 관련 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는 언제라도 고갈될 수 있는 유한자원이므로, 앞으로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이밖에 의약, 농약, 화장품 등과 같이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를 정밀화학산업이라고 한다. 석유화학산업은 대형장치와 많은 자본이 필요하지만, 정밀화학산업은 엔지니어의 능력과 자질이 더욱 중요시되는 21세기 유망 분야다.

최근에는 생물산업 혹은 바이오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생물산업은 ‘살아있는 생명체에서 원료를 얻어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모든 작업’을 말한다. 21세기에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환경이다. 모든 산업분야에서 환경친화적 기술이 강조되고 있으며, 선진국들은 환경보호를 이유로 후발국들의 산업 발전을 견제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기술 개발 없이는 선진국 진입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 화학공학을 연구하는 엔지니어야말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앞으로 사회적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5) 재료공학 (금속공학, 세라믹공학, 고분자공학 등)
인류의 역사는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 등과 같이 구분한다. 이와같이 인류의 역사는 인류가 사용해온 도구의 발전과정이며, 구체적으로는 도구를 이루는 재료의 발전과정이다. 어떤 시대에 주로 사용된 재료는 그 시대의 문명을 대표한다.

그럼 먼 훗날의 역사학자들은 오늘날을 무슨 시대라고 할까? 양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철강시대나 시멘트시대일 수도 있고, 현대문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기를 운송하는 구리시대일수도 있다. 또 플라스틱시대 혹은 최근 각광 받고 있는 뉴-세라믹스시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워낙 다양한 재료가 폭발적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현대는 아마도 ‘재료 개발의 시대’로 불릴 것 같다.

재료는 크게 나눠 금속, 폴리머(플라스틱), 세라믹스 등이 있는데, 하나의 제품에도 여러가지 재료들을 혼합해 사용할 뿐만 아니라 한가지 제품을 구성하는 재료 자체도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재료의 집합체다. 자동차의 차체와 엔진은 금속, 자동차 내부의 많은 부분은 폴리머, 전후면의 유리는 세라믹스로 이뤄져 있다.

하나의 제품을 구성하는 재료가 변하는 예도 얼마든지 있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테니스 라켓을 생각해보자. 1960년대 후반까지 테니스 라켓은 주로 나무로 만든 목재 라켓이었다. 그러다가 1967년 윌슨사가 처음 개발한 T-2000이라는 스틸 라켓을 이용해 지미 코너스가 세계를 제패하자 목재 라켓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그 후 좀더 가벼운 알루미늄 라켓이 개발되면서 테니스 선수들의 서브와 스매싱은 점점 더 힘있고 빨라졌다.

1974년에는 헤드사에서 종래에 쓰던 것보다 크기가 두배 가량이나 되는 특대 라켓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큰 크기의 라켓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가벼워진 재료를 사용한 덕분이다. 1980년대에 이르러는 좀더 가볍고 강한 소재를 찾아 소위 복합재료가 쓰이기 시작했으며, 요즘 라켓에는 모두 탄소섬유, 유리섬유, 세라믹 등이 이용되고 있다. 라켓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스포츠 분야의 신기록 역시 재료 개발에 의한 것이 많다.

재료 개발은 수많은 분야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좀더 강하고 좀더 질기고 좀더 가벼우며, 나아가 인간이 오감을 갖고 있듯이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재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재료엔지니어의 활동범위는 매우 넓다. 예를 들어 교통경찰이 이용하는 음주측정장치의 핵심은 알코올 냄새를 맡는 소재에 있다. 이런 것을 스마트 재료라고 하는데, 이제는 사람의 어떤 기능도 재료가 대신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재료공학에서 하는 많은 일 중에서 가장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구리는 전기전도성이 매우 좋아서 전기줄로 쓰인다. 하지만 순수한 구리는 약하기 때문에 그냥 사용하면 전봇대 사이에서 점점 늘어지고 만다. 그런데 여기에 약간의 은을 섞으면 전기전도도에는 큰 변화없이 매우 튼튼한 전기줄을 만들 수 있다. 바로 이런 우수한 성질의 금속재료를 만들어내는 것이 금속공학이다.

세라믹의 하나인 실리콘을 다루는 재료 엔지니어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반도체 산업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항공기 엔진에 쓰이는 부품 중에는 운항 중 3천6백℃의 고온에 견뎌야 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세라믹으로 만든다. 세라믹 엔지니어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항공기도 없을 것이다. 이처럼 재료 엔지니어는 기계 분야, 전기 분야, 건설 분야 등 모든 곳에서 활동하는 현대산업의 파수꾼이다.

다양한 재료 중에서 최근에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생체재료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뼈나 치아 등을 교체해서 사용해야 할 필요가 많아졌고,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생명연장의 꿈을 이루는 의학 발달의 바탕 역시 생체재료의 개발과 발전에 있는 것이다.

지난 30년이 전자의 시대였다면, 앞으로 30년은 빛의 시대로 예견된다. 빛의 시대는 광전재료가 이끌어갈 것이다. 광전재료에 의한 홀로그래피, 정보저장, 광섬유, 광전집적소자의 활용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이밖에 전기를 저항 없이 나를 수 있는 초전도재료, 쉽게 썩어서 분해되는 플라스틱, 전기를 통하는 플라스틱, 지금보다 10배는 강한 철강재료, 고온에서 작동하는 세라믹 엔진 등 재료 엔지니어에게 주어진 일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만큼 재료공학은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매력적인 분야다.

창의적 엔지니어의 꿈을 키우는 무대, 서울대 공대
우리나라가 현재 누리고 있는 반도체 등에 의한 세계적 산업경쟁력은 수많은 엔지니어들의 노력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다른 모든 대학과 마찬가지로 서울대 공대도 계속적으로 훌륭한 엔지니어를 배출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데 기여할 것이다.

서울대 공대는 공학적 사고력을 갖춘 ‘산업과 사회의 지도자 육성’을 교육목표로 삼고 있다. 고도의 기술을 창안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엔지니어, 그리고 사회와 국가의 복합적 문제를 공학적 사고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대 공대의 구체적인 교육 방향은 다음과 같다.

1) 엔지니어로서의 기본 교육 : 설계 교과목을 필수과정으로 부과해 엔지니어로서의 기본을 튼튼히 하고, 현실에서의 기술적 문제 파악 능력과 창의적 해결 능력을 배양한다. 또 실험 실습 교육 및 산업체와의 연계를 통해 전공 기반 지식을 지니도록 하며, 경제적 접근 능력을 기른다.

2)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기본 교육 : 인성 및 사회성을 기르고 장차 건설적인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윤리의식을 배양한다. 단체 활동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통해 협동심을 배양하며, 세계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국제적 적응력을 키운다.

3) 산업과 사회의 지도자적 자질 교육 : 산업과 사회를 거시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고, 기획 및 관리 능력을 배양한다. 지도자적 책임감과 공동체의식을 키우며, 경제, 경영, 법학 등에 대한 교양과 기본지식을 교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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