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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제학자의 꿈을 이루려면
분야 생명공학기술/생명공학 날짜 2011-04-05
동물복제학자의 꿈을 이루려면
| 글 | 김홍재 기자ㆍecos@donga.com |

몇해 전 등장한 동물복제는 현재 급속하게 발전하는 생명과학 분야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높은 기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동물복제학자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동물복제학자의 꿈을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는지 살펴보자.


1993년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영화 ‘쥬라기공원’은 속편까지 제작되고 있는 SF 영화의 고전 중 하나다. 영화에서는 완전히 멸종한 공룡을 되살려내는 당시로는 생소한 생명과학기술을 일반인에게 소개했다. 바로 세포 하나로 온전한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복제기술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복제를 영화에서나 가능한 꿈같은 과학기술이라 생각했다.

그로부터 불과 3년이 지난 1996년 영국 에든버러에 위치한 로슬린 연구소에서 이안 윌머트 박사와 케이스 켐벨 박사는 양 한마리를 태어나게 하는데 성공했다. 양의 탄생은 1997년 2월 세계적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자세히 소개돼, 전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 주인공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동물이 된 복제양 ‘돌리’다. 돌리는 어미 양의 체세포를 이용해 똑같은 유전정보를 지니도록 만들어진 ‘클론’이었다.

복제양 돌리의 탄생으로 현실이 된 동물복제기술은 잠시도 쉬지 않고 발전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복제로 태어난 동물의 수는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최초로 복제에 성공한 중요한 것만 살펴보면 1996년 양에 이어 1998년 일본에서 소가, 미국에서는 쥐가 복제로 태어났다. 1999년에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염소를 복제했고, 2000년에는 영국과 일본에서 돼지 복제에 성공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고양이를, 프랑스에서는 토끼를 복제동물의 반열에 올렸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팀이 복제젖소 영롱이와 복제한우 진이를 연달아 탄생시켜 화제를 모았다. 2001년에는 생명공학 벤처 마크로젠이 미국에서 쥐를, 2002년에는 경상대 축산과학부 김진회 교수팀이 돼지를 복제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복제기술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상황이다.

동물복제기술은 이제 겨우 만 6살이 됐으면서도 생명과학의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됐다. 사실 생명과학을 대중의 관심을 받는 화려한 무대의 중앙에 서게 만든 것이 바로 동물복제기술이다. 동물을 복제하는 과학자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21세기를 이끌어가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활약할 동물복제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동물복제학자인 서울대 황우석 교수에게 도움말을 들었다. 황 교수는 앞서 언급한 영롱이와 진이의 탄생으로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스타 과학자다. 또 지난해에는 유전자조작 복제 돼지를 선보였고, 우리 민족의 상징인 백두산 호랑이의 복제를 추진하는 등 지금도 쉬지 않는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활용 가능성 높은 번식기술
동물복제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이 분야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 사실 동물복제에 대해 오해나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황우석 교수는 “동물 복제는 뿔이 3개이거나 눈이 1개인 괴물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며 말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인간을 똑같이 복사하는 기술도 아니고, 인간을 복제해서 장기를 만드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고 말했다. 복제는 동물에 사용되는 번식기술 중 하나로 무엇보다도 정상적인 생명체를 만드는 기술이란 설명이다.

동물복제가 주목받는 생명과학기술로 자리잡은 이유는 바로 인간을 위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번식기술이기 때문이다. 동물복제를 통해 태어나는 개체의 유전정보는 체세포를 제공한 원본 동물과 같다. 따라서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형질 중 우수한 능력을 가진 개체를 복제하면 나중에 태어난 동물도 그 형질을 그대로 물려받게 할 수 있다. 복제를 통해 우수한 동물의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복제에 성공한 동물들을 살펴봐도 우수한 번식기술로서 복제기술의 면모를 이해할 수 있다. 양의 경우는 양털과 고기, 젖을 제공하기 때문에 서양에서 가장 중요한 가축이다. 소는 고기와 젖을 제공하는 가축으로 동양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복제기술을 적용해 양질의 가축을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일은 산업화 이후 잊혀졌던 농촌에 큰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쥐는 실험실에서 질병 연구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동물이다. 특정 질병을 가진 쥐를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동안 연구에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쥐를 복제로 대량 생산하면 연구는 크게 활성화될 것이다. 한편 돼지는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장기를 갖고 있어 부족한 인체 이식용 장기의 공급원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애완동물인 고양이의 복제의 성공은 상업적인 냄새가 났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른 고양이과 동물의 복제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황 교수는 몇년 전부터 고양이과에 속하는 백두산 호랑이 복제를 시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호랑이를 복제해 수를 늘리기 위해서다. 생명복제기술이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처럼 멸종위기 동물을 구하는 수단으로도 유용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편 토끼는 젖을 통해 유용한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까지 유용한 인간 단백질을 생산하는데는 주로 유전자가 조작된 박테리아를 사용했다. 그러나 박테리아의 경우 간단한 종류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복잡한 단백질은 토끼와 같은 포유류를 이용해야 한다.

최근 등장한 복제동물들은 ‘형질전환’이란 말을 달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형질전환이란 유용한 유전자를 동물의 DNA에 넣어주는 기술을 말한다. 예를 들어 형질전환에 통해 성장유전자가 삽입된 쥐를 만들면, 쥐는 무럭무럭 자라게 된다. 형질전환기술은 성공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복제는 대량생산을 가능케 한다. 다시 말해 형질전환과 복제가 결합하면 유용한 동물을 다량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즉 단순히 동물이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차원이 아니라 본격적인 활용을 모색하는 단계가 벌써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어려움
동물복제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은 어떤 자질을 갖고 있어야 할까. 또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황우석 교수는 동물복제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특히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내력과 성실성을 가장 먼저 얘기했다. 황 교수가 인내력과 성실성을 강조한 이유는 동물복제 과정을 알면 저절로 이해할 수 있다.

동물을 복제하는데 사용하는 생명과학기술은 학술적으로 체세포복제술이라 부른다. 여기서 체세포란 정자와 난자 같은 생식세포를 제외한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를 말한다. 체세포복제술은 복제하려는 대상에서 체세포를 떼어내는 일에서 시작된다. 보통 귀와 같은 피부를 몇번 긁으면 체세포를 얻을 수 있다. 떼어낸 체세포는 영양분이 풍부한 용액에서 키워 수를 늘린다.
체세포 수가 적당히 늘어나면 영양분이 극히 적은 용액에서 세포를 굶긴다. 영양분이 없기 때문에 세포는 증식하지 못하고 잠들어 버린다. 흥미롭게도 세포가 잠든 상태가 되면 기존의 신체 일부분으로서의 특징을 잊어버리고 생물 전체가 되기 위한 유전 정보를 준비한다.

다음은 암컷의 난소에서 난자를 뽑는 일이다. 뽑아낸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후 앞에서 채취한 체세포와 전기적·화학적 방법을 사용해 융합시키면 수정란이 만들어진다. 만들어진 수정란을 암컷의 자궁에 이식하면, 다음부터 정상적인 임신과정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 복제동물이 태어난다.

설명은 간단하지만 실제 하나의 복제동물이 탄생하기까지는 엄청난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전혀 새로운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정란을 만들 때 사용되는 방법은 동물마다 다르다. 따라서 수정란이 될 때까지 미세하게 실험 조건을 바꾸면서 똑같은 실험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황 교수는 “쉽게 싫증내서는 안되면 자신의 목표를 관철시키겠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지금도 휴일이라고 마음놓고 쉬는 법이 없다. 동물복제는 살아있는 세포를 다루기 때문에 연속적으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착상 시간을 인공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동물이 동물복제학자가 편한 시간까지 기다려줄리 없기 때문이다.

동물복제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동물의 기본 생태를 잘 아는 일은 기본에 해당한다. 실제 복제되는 동물은 몸집이 어느 정도 큰 동물이다. 이런 동물의 복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 동물복제학자는 동물의 생식기 등을 검사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한다. 소의 경우 항문에 손을 팔꿈치정도까지 집어넣는 직장검사를 한다. 황 교수가 우리나라 최고의 동물복제학자가 된 까닭은 가장 많은 직장검사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직장검사 중에 황 교수는 팔에 세균이 감염돼 한동안 고생하기도 했다.

또 황 교수는 동물복제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영역만 잘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해 주었다. 동물복제 과정은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여러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하모니를 이뤄야 한다. 이 때문에 공동 연구를 원활히 수행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전 인류에게 유용한 기술의 매력
동물복제학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학생이 대학 진학을 결정할 때 어떤 학과를 선택해야 할까. 수의학과, 축산학과, 생명과(공)학과 등 복제와 관련되는 전공을 여럿 떠올릴 수 있다. 황우석 교수는 “수의학과가 가장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연계열 중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학과면 별 상관은 없다고 부연 설명했다. 다소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되는 약학과나 치의학과를 선택해도 동물복제학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에게 황 교수는 “반드시 생물을 주의 깊게 공부해 기초를 튼튼히 닦아야 유리하다”고 조언해 주었다. 대학을 다니면서는 동물의 생리학, 해부학, 번식학, 수의산과학(동물 출산과 관련된 학문), 미생물학, 분자생물학 등을 집중적으로 익혀야 한다. 이들은 모두 동물복제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학문 영역이다.

전문가의 길을 걸으면서 느낄 수 있는 동물복제학자의 매력에 대해 질문했다. 황 교수는 “동물복제는 현재 초기단계”라며,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고, 이를 실제 적용시키는 분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이 정말로 어렵고 자신과 투쟁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성공했을 때의 보람은 더 크다”고 말했다.

숭고한 생명체의 탄생을 보면 희열을 저절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더욱이 태어난 생명체에서 자신이 원하던 유전형질까지 그대로 나타나는 상황을 보면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람을 절대 상상할 수 없는 그런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더욱이 동물복제의 연구결과는 몇몇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데 그치지 않는다. 전 인류에게 축복이 되는 유용한 기술이 될 수도 있다. 과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동물복제학자의 기쁨이 큰 까닭이다.

황 교수는 지금도 실험실과 동물을 직접 키우는 현장을 쉴새 없이 오가며 연구한다. 무박 2일, 무박 3일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밤을 새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실험실에서 쓰러지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링거주사를 맞고 결국 다시 실험에 몰두하곤 했다. 건국대 박종민 교수, 서울대 치대 노상우 교수, 이번에 국내에 교수로 부임하는 구자민 박사 등이 모두 이런 어려움을 황 교수와 함께한 사람들이다.

경제적 이익에만 매달리면 안돼
영화 쥬라기공원의 티라노사우루스와 같은 공룡을 복제하는 것은 현재 불가능하다. 복제기술을 적용하려면 완전한 유전정보를 가진 세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얼음 속에서 발굴되는 매머드나 이미 멸종했지만 알코올병 속에 보관돼 있는 태즈메이니아호랑이의 복제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 역시 세포핵의 DNA가 많이 손상돼 염색체를 다시 조합해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동물복제기술의 발달을 고려하면 먼 훗날에는 가능할지도 모를 일이다.

동물복제학자의 전망에 대해 황 교수는 앞으로 최소 20-30년 동안은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한다고 밝혔다. 현재 황 교수의 실험실에 있는 학생의 경우 연구기관, 대학, 기업에서 입도선매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연구소에서는 석·박사 과정의 학생이라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동물복제전문가를 애타게 찾지만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동물복제학자가 되면 대학, 국·사립 연구기관, 기업체, 정부의 공직 등으로 진출해 활약할 수 있다. 황 교수는 동물복제학자의 사회적 수요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동물복제기술을 인간에 적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나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황 교수는 “동물복제를 연구해서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 인류의 복지 향상을 위한 기술이기 때문에, 봉사정신이 앞서야 하고 이기심을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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