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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혁신 선두주자 LG화학의 사령탑 - 여종기 LG화학 사장
분야 기초과학/화학
산업기술/화학공학
날짜 2011-01-25
소재 혁신 선두주자 LG화학 사령탑


응용화학 선두기업 LG화학을 이끄는 CTO 여종기 사장에게는 아직 못다 이룬 꿈이 있다. 과학자들이 한번쯤 일해보고 싶은 세계 최고의 연구소를 경영하는 것이다. 응용화학 외길을 걸어온 그만의 꿈과 철학을 들어본다. 
 
세계 과학자 모여드는 연구소 실현이 꿈

“Think big, Aim high!” 생각은 크게, 목표는 높게 잡아라. 응용화학분야의 선두주자인 LG화학을 이끄는 CTO(최고기술경영자) 여종기 사장은 자신의 연구개발 철학을 이렇게 한마디로 표현한다. 그리고 여 사장은 자신의 이런 철학에 걸맞게 세계 각지의 과학자들이 한번쯤 일해보고 싶다는 꿈을 가질만한 연구소를 만들고 싶어한다. 이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목표다.

그의 꿈을 실현할 바탕은 응용화학이다. 화학이 분자 수준의 구조와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기초 학문이라면, 이를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분야가 바로 응용화학이다. 이제는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제품 중 응용화학과 관련되지 않은 것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그러나 여 사장이 응용화학 분야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만 해도 응용화학이라는 개념조차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고 한다.

졸업 후 화학에 대한 매력 느껴

학창시절부터 무턱대고 화학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여러 방면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할 때 어떤 학과를 선택해야 할지 무척 고민을 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공학을 선택하면 미래를 보장받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일자리를 얻거나 유학을 가기에 가장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화학공학과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여 사장은 제일 입학하기 어려운 학과에 한번 도전해보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서울대 화학공학과에서 화학 지식을 기본으로 익힌 다음 공학을 배워 응용화학자로서의 자질을 다졌다. 그러나 여 사장은 오히려 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입사해 화학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연구원으로 일했던 약 5년의 기간을 “마음 한구석에 잠재돼 있던 지적인 욕구가 불붙게 된 시기”였다고 회상한다.

여 사장은 일과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면서 응용화학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1976년 동료들에 비해 늦은 2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유학길에 오른 까닭이다. 좀더 일찍 유학을 갔더라면 하는 후회가 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여 사장은 “연구원으로 일하는 동안 화학 중에서도 어떤 분야에 더 흥미가 있고 어떤 공부가 더 필요한지를 깨달아 좀더 확실한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고 대답한다. 미 리하이대에서의 5년여 유학 기간을 여 사장은 후회 없이 플라스틱, 섬유, 고무 등을 이루는 고분자화학에 대한 공부와 연구만으로 채웠다.





화학업계 최다 수상 주인공

1980년 한국에 돌아온 여 사장은 럭키(현 LG화학의 전신) 중앙연구소에서 일하기로 결심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도 산업체 관련 일을 했었고, 당시 럭키의 주요 사업 내용이 고분자였기 때문이다. 그 후 2000년 사장에 올랐고, 2002년 LG화학 전체의 기술개발을 총괄하는 CTO 자리에 이르렀다.

LG화학의 비즈니스 규모는 현재 약 6조원에 달한다. 생산 제품 중에 연구개발의 결과가 아닌 제품이 없다고 한다. LG화학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정보전자소재다. 정보전자산업을 사람에 비유한다면 디스플레이는 얼굴, 반도체는 두뇌, 파워는 심장박동에 해당한다. 텔레비전, 휴대폰, 카메라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같은 첨단 전자제품도 그 소재는 응용화학 기술로 제작되고 있다. LG화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인 유기EL 제조에 필요한 핵심 물질을 세계 최초로 확보하기도 했다. 전자제품에 파워를 제공하는 것은 전지다. 과거에는 화학과 관련 없는 업체에서 전지를 생산했다. LG화학이 제조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이 분야에 뛰어든 셈이다. 시작은 늦었지만 전지 개발 면에서 타 업체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현재 환경보존을 위한 연료전지 개발이 한창이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도 LG화학은 빛을 발했다. 석유화학의 핵심은 촉매를 제조하는 기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에는 국내 자체 기술로 촉매를 개발하지 못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산업이 국내에서 시작된지 30여년 만에 순수 국산 기술로 촉매를 제조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석유화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밖에도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에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좀더 열에 강하고 잘 부서지지 않게 만드는 기술 개발도 LG화학의 몫이었다. 작게는 싱크대나 세면대, 크게는 건물을 만들 때 필요한 인조대리석과 같은 건축자재도 LG화학의 주요 연구개발 분야에서 빠질 수 없다.
한편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생명과학 사업에도 LG화학의 응용화학 기술력은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올해 국내 최초로 미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승인을 받은 항생제인 팩티브도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룬 쾌거였다.

이처럼 여 사장의 경력은 응용화학에 기본 바탕을 뒀지만 연구의 대상이나 목표는 상당히 다양했다. 모두 여 사장에게 화학업계 최다 수상이라는 수식어를 안겨준 성과들이다. 21세기를 흔히 IT, NT, BT, ET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 중심에는 결국 ‘소재의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이끌어갈 분야가 바로 응용화학인 것이다.

우수한 두뇌와 팀워크면 불가능은 없다

여 사장이 LG화학을 응용화학의 선두기업으로 이끌고 있는 비결은 인재육성이 최우선이라는 신념이다. 여 사장은 “좋은 연구성과는 좋은 연구인력으로부터 창출된다”고 강조한다. “우수한 구성원들이 모여 잘 다져진 팀워크를 발휘하면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얼마든지 이뤄낼 수 있다”며 “사람들이 뜻을 모아 동일한 목표를 공유하고 자신의 일에 몰두하면 그 결과는 엄청나다”고 그는 확신한다.

실제로 여 사장은 연구원들의 훌륭한 연구성과에 대해 충분히 인정해주고자 노력한다. 사내 스터디 그룹과 커뮤니티 활동을 장려해 연구원들의 우수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연구과제로 연결시키고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른바 이공계 ‘스타’를 발굴해내는 것도 연구인력의 사기진작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견해다. 작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다나카씨가 일본 사회에 미친 영향이 크다는 것을 생각하면 수긍이 간다. 뿐만 아니라 여 사장은 지난 2001년 8월부터 ‘현장순회간담회’(Management By Wandering Around)를 실천하고 있다. 직접 연구 현장을 방문해 연구원들에게 그의 연구개발에 대한 철학과 의지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연구원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시작하면 후회 없는 과학

여 사장은 “세간에 과학기술자는 편협한 사고를 가졌다는 편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자의 이미지가 잘못 심어진데는 과거에 중인 이하의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 과학기술을 담당했던 사실이 일조했다”고 안타까워한다. 또 “이공계 기피현상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점점 기술의 대외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는 약 10년 후면 현실로 드러날 것임에 분명하다”며 우려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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