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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본질 밝히는 21세기의 학문 생명과학
분야 생명공학기술/기타 날짜 2011-04-05
생명의 본질 밝히는 21세기의 학문 생명과학
식량·질병·환경 문제의 해결사
| 글 | 홍영남/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ㆍynhong@snu.ac.kr |

생명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생명과학이 인류가 당면한 식량·질병·에너지·환경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최근 생명과학의 새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생명과학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자.

1. 생명과학이란?
생명과학은 생명의 본질을 밝히고 나아가서 생명체들이 나타내는 생명현상을 풀어가는 학문이다. 즉 생명이 어떻게 태어났으며 어떻게 진화해 오늘날 우리가 보는 바와 같은 다양한 생명체로 발전해 왔는가를 살펴보며, 생명체의 모든 생명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미시적으로 분석하고 생명체와 환경과의 상호관계를 거시적으로 해석하려는 연구분야다.

생명체는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개체유지현상, 즉 물질대사, 에너지대사, 발생, 생장, 반응, 항상성과 전체를 유지하는 종족유지현상, 즉 생식, 유전, 적응, 진화를 그 특성으로 갖는다. 그래서 생명과학의 기초지식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이며 인류복지향상을 위해 널리 활용된다. 무엇보다도 순수과학인 생명과학에서 얻어진 여러 원리는 산업과 보건 등 여러 분야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농학, 임학, 수산학, 의학, 약학, 수의학, 그리고 생물공학 등의 응용분야가 여기에 속한다.

지금까지 물질을 다루는 과학기술의 혜택을 받은 인류는 21세기를 맞아 삶의 질을 높이는 생명과학이 제시하는 새로운 비전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생명과학은 21세기를 생명과학의 시대로 만들면서 인류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학문이다.

2. 무엇에 사용되나요?
현재 인류는 인구폭발을 비롯해 식량문제, 질병문제, 에너지문제, 그리고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에 당면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명과학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오래 전부터 인류는 교배를 통해 품종을 개량했다. 품종개량의 목표는 영양가 높은 고품질품종에서 수확량 높은 고생산성품종과 질병·해충·농약에 저항성이 높은 고저항성품종의 개발에 있다. 기존의 자연적인 품종개량법은 여러번 교배를 반복해서 신품종을 만들어내므로 긴 시간이 요구된다. 지금도 이런 교배방법이 이용되고 있으나 최근에는 동물·식물·미생물에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삽입하는 유전자 재조합기술을 통해 마음대로 필요한 유전자를 집어넣을 수 있다. 이는 매우 빠른 속도로 필요한 품종을 얻는 일을 가능하게 한다.

세포를 융합시키는 기술을 교묘히 이용해 생물을 개량할 수도 있다. 세포융합기술로 최초로 감자와 토마토가 함께 열리는 포마토가 탄생한 후, 오랜지와 탱자가 합쳐진 오레타치라는 품종 등이 만들어졌다. 힘들기는 하지만 인류가 요구하는 품종을 세포융합을 통해 얻을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 아울러 이 기술로 인슐린, 성장호르몬, 인터페론, 인터루킨 등 여러 의약품이 개발됐으며 앞으로 더 많은 의약품이 이를 통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전자 재조합과 세포융합 기술은 나아가서 기초화학물질의 생산과 식품공업에도 이용될 것이다.

한편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게놈(유전체) 분석을 통해 유전자 구조를 생물정보학의 도움으로 해석하면서 유전정보의 발현양상이 밝혀지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의 목적은 질병의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 인간을 이해하는데 있다. 현재 전체 염기서열의 해독이 끝났고, 염기서열의 어느 부분이 의미 있는 유전자이고, 어떻게 단백질을 만들어내며, 몸의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밝혀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그 후에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들이 속속 밝혀질 것이다.

이와 같은 게놈 정보는 질병의 진단, 치료, 그리고 신약개발에 이용된다. 즉 유전자 진단에 의해 유전성 질환을 미리 진단해 장래에 걸릴 질병을 예측하고, 효과적인 치료대책을 세울 수 있다. 특히 유전성 암의 정체를 밝혀 암유전자의 기능을 조절하고, 암의 전이를 억제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현대인의 질병인 비만증, 고혈압, 당뇨병도 유전자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태아 때부터 유전자로 질병을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수정란 때부터도 진단이 가능할 날도 머지 않다. 유전성 질환에 대한 연구는 인간을 질병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날을 가져올지 모른다. 인류가 역사 이래로 꿈꿔온 무병장수도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다. 만약 노화와 관련된 유전자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 유전자를 이용해 노화를 막을 수 있다. 현재 노화연구에 막대한 연구비가 투입되고 있어 곧 유전자 수준에서 노화메커니즘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수정란이 분열을 시작한 직후 배를 이용해 만드는 줄기세포의 경우 배양조건을 바꾸면 여러 장기가 된다. 그래서 흔히 줄기세포를 만능세포라 부른다. 예를 들어 조혈줄기세포로부터 적혈구나 백혈구 등의 혈액을 만들어서 백혈병 치료에 이용하고 있다. 이런 줄기세포를 재생이 힘든 피부나 신경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이식재료로 사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클론이란 완전히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개체를 말한다. 1997년에 영국에서 클론양 돌리가 탄생했는데, 돌리는 체세포로부터 핵을 빼내 이를 핵을 제거한 미수정란에 핵이식하는 방법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이와 같은 복제기술을 이용해 맛있고 영양가 높은 양질의 고기와 우유를 만드는 우량 동물을 생산하는 일은 곧 현실이 된다.

더욱이 본래 갖고 있지 않은 유전자를 삽입한 클론, 즉 트랜스제닉 클론을 만들 수 있다. 이 클론은 의약품 등 유용한 물질을 대량생산하는데 유효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동물공장을 세워서 유용한 물질을 간단하면서도 대량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염소나 소 등에 유용한 물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삽입해 우유 등 손쉽게 채취할 수 있는 부분에서 유용한 물질을 얻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혈액응고인자, 낭포성선유증의 치료약 등이 생산되면, 고가의 의약품을 저렴한 값으로 대량공급할 길이 열린다.

그런데 유용물질을 우유에서 얻으려면 임신과 출산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소한 1-2년을 기다려야 하며 가축이 평생 젖을 분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소변에서 유용물질을 얻는다면 이런 문제가 해결되고, 더욱이 암수구별이 없다는 장점을 갖는다. 물론 추출하는 노력과 경비는 피할 수 없지만, 이와 같이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연구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
에너지분야에서도 생명과학은 활약하고 있다. 액체연료인 알코올을 생명체를 이용해 생산하는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메탄과 수소 같은 바이오가스의 생산연구도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지구환경의 오염은 매우 심각하다. 장기적으로는 사막의 녹화, 특히 황사가 일어나는 근원지에 대한 녹화, 열대우림의 재생 등의 주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환경오염 물질을 제거하거나 유조선의 침몰로 유출되는 원유를 처리하는 미생물의 기능을 응용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지구환경문제에 직접 관련있는 해양생물공학에서는 해양의 물고기나 조개류를 대상으로 중요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정보분야에서도 생명체로부터 배우는 것이 많다. 실제 뇌의 정보기능의 소프트웨어 부분을 모방한 컴퓨터인 신경컴퓨터나 생체분자가 갖는 뛰어난 기능을 응용한 바이오칩으로 구성된 바이오 컴퓨터가 21세기의 정보사회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생물기능을 공학적으로 시뮬래이션해 생체에서 똑같은 기능을 갖는 새로운 인공재료, 인공촉매, 인공장치를 만드는 연구도 있다. 생명체가 갖는 기능을 연구해 응용하는 생체모방공학으로 이미 생체소자, 인공효소 등이 사용되고 있다.

3. 어디에 있어요?
생명과학과는 다른 자연과학 분야와는 달리 거의 모든 종합대의 자연과학대나 이과대 내에 설치돼 있다. 구체적으로 국립대인 강릉대, 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공주대, 군산대, 목포대, 부경대, 부산대, 서울대, 순천대, 안동대, 인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창원대, 충남대, 충북대에 모두 생명과학과가 있다. 사립대에도 가톨릭대를 비롯해 호서대까지 생명과학과가 있다.

이 외에도 교과과정에서 생명과학과와는 약간 다르나 학문성격상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학과로는 생화학과, 농생물학과, 농화학과, 원예학과, 유전공학과, 환경생물학과 등을 들 수 있다. 장차 연구직보다는 생물교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은 사범대학 내에 설치돼 있는 생물교육과나 과학교육과를 선택하면 된다.

4. 뭘 배우나요?
자연계의 수많은 종류의 생물들은 개체로 존재하는데, 개체는 종류에 따라 특이한 형태를 갖는 구조체다. 이 형태를 대상으로 생물체의 구조를 밝히는 학문이 ‘형태학’이다. 형태학 중에서 구조를 기관수준에서 거시적으로 다루는 학문이 해부학이고, 기관을 이루는 조직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 조직학이며, 조직을 이루는 세포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 세포생물학이다.
생물 개체들은 각각 독특한 형태의 소유자일 뿐만 아니라 고유의 생활기능을 갖고 있는데, 이것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 ‘생리학’이다. 생리학은 대상 생물에 따라 식물생리학, 동물생리학, 그리고 미생물생리학으로 좀더 심도있는 내용을 배운다.

생물개체의 형태는 동적이고 시간적인 형성과정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것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 ‘발생학’이다. 또한 생물은 대를 이어감으로써 종족을 유지한다. 여기서 한 세대의 개체 형질들이 다음 세대의 자손들에게 무엇을 통해 어떻게 전해지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 ‘유전학’이다. 생물의 종류는 영구불변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두고 변천·발달하는데, 이런 현상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 ‘진화생물학’이다.

진화의 산물인 다양한 생물의 종류들은 그것들의 성질에 따라 구별해 질서있게 배열하고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계통적 유연관계를 다루는 것이 ‘계통분류학’이다. 계통분류학은 그 내용이 방대해 생리학과 마찬가지로 식물계통분류학, 동물계통분류학, 그리고 미생물계통분류학으로 나눠 배운다.

생물은 집단적인 존재이며 또한 환경과의 관련 속에서만 생존할 수 있다. 여기서 생물과 생물적 환경이나 무생물적 환경과의 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 ‘생태학’이다. 생명과학에서 흥미로운 질문 중의 하나인 동물들이 그러한 행동을 왜 하는가 또는 그런 행동은 어떻게 발달되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는 ‘동물행동학’은 선천적 행동과 후천적 행동을 통해 본능과 학습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생물을 집단, 개체, 조직, 세포 등의 수준으로 나눠 연구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생물을 분자수준에서 연구하는 학문이 ‘분자생물학’이다. 분자생물학의 대상은 주로 DNA와 단백질이다. 생명현상의 분자적 이해를 위해 생물고분자들의 구조와 기능을 다루는 ‘생화학’이 있다.

5. 어떤 적성의 학생을 원하나요?
순수 기초학문인 생명과학은 생명현상에 대한 꾸준한 관찰과 끈기가 요구된다. 따라서 분석적인 사고를 내세우기 앞서, 먼저 생명현상에 대한 호기심이 남다르며 생명체에 대한 애정이 강한 학생이어야 한다.

관찰할 때에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봐야 하며, 그 다음 문제를 제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자연과학에서는 인과관계로 따지는 것을 목적의 하나로 하기 때문이다. 제기된 문제를 풀기 위해서 논리적 분석과 이를 설명할 수 있는 합리적 사고력이 필요하다.

6. 대학 졸업 후 진학하고 싶은데요?
생명과학을 전공한 졸업생들은 좀더 깊은 학문 연구를 위해 대학원 진학을 선호하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여러 대학원에서는 질 높은 교육이 이뤄져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생명과학 분야는 지난 20년 동안 박사학위 취득자의 증가율이 가장 높은 분야다. 그만큼 대학원으로 진학할 수 있는 정원이 증가했고, 경제적 지원이 다른 기초분야보다 잘 이뤄지고 있다.
석사 취득 후에는 우리나라에 남아 박사과정에 진학할 수도 있지만, 외국 유수대학으로 유학 가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우리나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에는 박사후 연구원과정을 통해 국제적으로 앞서가는 외국 대학의 연구실에서 연구함으로써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학자로서의 길을 걷는다.

7. 어떤 직장에 취업하나요?
생명과학을 전공한 졸업생들은 우선 대학과 연구소에서 기초연구를 계속할 기회가 주어진다. 최근에는 특히 생명공학이 국가전략산업이 되면서, 기초 생명과학자의 취업률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한편 유전자는 다양한 활용가능성 때문에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유전자 산업과 관련된 벤처기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고, 이 때문에 취업의 기회는 계속 넓혀지고 있다.

21세기의 꿈의 과학인 생명과학 전공자들에게는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다른 학문 전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함께 주어지고 있다. 의학, 약학, 농학, 임학, 해양학과 환경등 생명과학과 밀접한 과학분야의 주역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현재 생명과학자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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