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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진로 - 가지 않는 길을 걷는 즐거움
분야 기초과학/물리 날짜 2011-04-05
물리학 진로 - 가지 않는 길을 걷는 즐거움
| 글 | 김승환/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ㆍswan@postech.ac.kr |

최근 한국물리학회의 창립 50주년을 맞아 중견 물리학자들이 부산과학고에 모였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미래의 과학 꿈나무들에게 선배로서 고민과 귀중한 경험을 나눌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물리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제시한 미래에 대한 비젼과 희망을 들어보자.
 
순수 과학자와 벤처 사업가의 길
강연에 나선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신성철 교수는 나노과학기술연구소 소장이며 이 분야의 학계 리더다. 그는 “21세기에도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이 전망되며 특히 NT(나노기술), IT(정보기술), BT(생명기술) 등 3T가 인류에게 엄청난 문명의 혜택과 물질의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 말한다. 학생들이 21세기 과학기술문명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 호기심과 강한 의문, 엉뚱한 상상력, 창의성, 집중력, 끈기와 함께 발표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서울대 물리학과 유재준 교수는 응집물질 물리이론의 권위자로 물리학연구정보센터 부소장, 물리올림피아드 위원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코페르니쿠스가 수많은 천체관측 정보를 기반으로 세상의 중심을 바꾸는 대변혁을 시도했듯이, 학생들이 과학지식 정보의 홍수 속에서 새로운 과학 원리와 질서를 상상하고 통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연 현상을 꿰뚫는 원리와 법칙은 단순한 정보의 합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창조로 그 영역을 확장하게 해준다. 물리학은 끊임없는 상상력의 도전을 통해 사고의 변혁과 새로운 문명 기술을 창출하고 발전시켜 왔으며, 미래의 과학에 있어서도 그 중심에 서 있을 것이다. 그는 “미래는 ‘아는 것이 힘’인 시대가 아니고 새로운 질서와 원리를 상상하고 창출하는 시대”라면서, 학생들이 지식의 틀을 깰 수 있는 상상의 날개를 달고 미래 한국의 주역이 되기를 당부한다.

서울대 물리학과 이수종 교수는 대표적인 순수이론물리학자로 이 세상의 모든 힘을 통합하는 ‘초끈이론’의 전문가로 최근 국제이론물리연구소로부터 상을 받은 인재다. 그는 인간 활동에 가장 중심이 되는 호기심과 지적 활동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며 다음과 같이 일침을 가한다. “철학이 왜 필요합니까. 그것 없어도 잘 살 것 같죠. 수학은 왜 배우죠. 시장에서 계산할 때 미적분 안하거든요. 마찬가지로 그것을 왜 하느냐며 실용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이미 방향이 빗나간 것입니다.”

순수기초과학자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이교수는 “왕성한 호기심, 자연과의 풍부한 경험, 다양한 분야의 독서, 엄청난 추진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가지 주제를 끝까지 추구하는 집념이 가장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또한 수학 등 기초 과목을 미리미리 착실하게 공부해나가는 한편 지성도 함께 쌓아나가는 일도 필요하다.

이교수는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미국 대학원 동료들은 자신이 한 일을 아무런 노트도 보지 않고, 칠판 앞에서 척척 써가며 설명할 수 있다”고 술회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개 적당히 공부하고 빨리 그 다음 과정에 대한 선행학습을 하기에 급급하다. 그는 하나를 공부해도 철두철미하게 하고, 거북이 같이 남들이 모르는 것을 하나 하나 깨닫는 공부를 하길 권한다. 이 경우 어떤 사람이 물어보더라도 그 내용을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유재준 교수 또한 “우리나라 학생들은 누가 가르쳐주고 따라가는 공부에 너무 익숙해 있다”고 평하며, 학생들이 부끄러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묻고, 생각하며 자신이 스스로 찾아서 공부를 하도록 당부한다.

물리학에는 학문의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박상일 박사는 잘나가는 과학기술벤처회사인 PSIA의 사장이다. 그는 1988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을 창업했다가 매각하고, 1997년 귀국해 새로운 벤처를 창업·경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세계 최고성능을 가진 나노기술의 꽃인 ‘원자현미경’을 개발해 화제가 됐다. 그는 다른 동료 물리학자와는 달리 벤처사업가로서의 길을 줄곧 걸어 왔다. 그가 강연한 ‘유행이냐, 소신이냐? - 한 나노과학 벤처기업가가 걸어온 길’의 내용은 참석한 학생들에게 그가 가졌던 고민의 일단을 비쳐주었다.

박박사는 모교의 교수직이라는 안전한 길을 버리고, 주위의 편향된 시각, 강한 만류, 어려운 사업여건에 불구하고 벤처 창업이라는 자신의 길을 소신껏 추진했다. 그가 귀국 후 우리나라의 IMF 경제위기, 벤처열기와 거품의 소멸을 지켜보며 우리사회의 유행과 쏠림 현상의 큰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학생들이 이 사회의 기성 세대가 하듯 유행에 이리저리 쏠리기보다는 소신있게 자신의 길을 가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유행을 좇는 사람의 경우 자신의 가치관, 철학이 없으므로 대체로 실속이 없고 운이 좋아 잘돼도 자부심은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소신을 가진 사람들은 일에 대한 확신을 갖고 이 사회가 필요로 하지만 남들이 안하거나 또는 못하는 것을 할 수 있으며, 실패한다 해도 이를 성공의 어머니로 승화시킬 수 있고 본인도 만족과 자부심을 느낀다. 박박사의 인생궤적은 ‘성공적인 인생은 무엇인가’ ‘짧은 일생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과연 후회 없고 보람된 삶이라 할 수 있을까’라는 어려운 화두에 대한 좋은 모델인 셈이다.
 
과학기술자가 대통령 될 수도
과연 21세기에 물리를 포함한 과학기술자의 역할과 비전은 어떨까. 신성철 교수는 과학기술자가 ‘새로운 발견과 발명의 주역’ ‘기술가치와 경제적 부 창출의 주역’ ‘과학대중화의 주역’ ‘국가운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21세기에도 과학기술자들은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토대로 새로운 발견과 발명을 이룩하고 기술혁명과 인류복지 문명사회 건설에 공헌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1세대 과학기술자는 학문의 뿌리와 토양을 형성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과학기술 2세대인 현재 세대는 그 나무를 잘 키워왔으며, 향후 10년 내에 그 역할은 마무리될 것이다. 그는 “과학기술자의 3세대인 현재 학생들이 그 열매를 수확할 것이며, 노벨상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말한다.

신교수는 과학기술자가 경제적 부를 갖지 못한다는 사회적 통념은 잘못된 것이라 지적한다. 예를 들어 세계적 갑부인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는 하바드대 수학과를 다녔으며,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사의 최연소 회장 잭 웰치는 일리노이대 화공학 박사 출신이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의 진대제 사장은 스탠포드대 전자공학 박사 출신이다.

또한 과학기술자는 과학대중화의 주역이기도 하다. 저명한 SF작가이자 대중과학해설가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생화학자이자 광범위한 과학 일반에 대한 뛰어난 해설자로서 유명하다. 저명한 과학저술가이자 해설가인 칼 세이건은 천문학자겸 천체물리학자였다.

더욱이 앞으로 과학기술자가 국가운영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시대가 오게 될 것이다. 안보가 중요한 시기에 군인 가운데서,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민주투사 중에서 대통령이 나왔다. 21세기 과학기술 주도시대에는 과학기술자 가운데서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 한예로 중국의 전 주석 장쩌민은 상하이 교통대 전기학과 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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