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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세계 안내자 - 김범수 NHN 공동대표
분야 정보기술.컴퓨터통신/소프트웨어 날짜 2011-01-25
사이버 세계 안내자 NHN 김범수 공동대표

꿈을 이룬 뒤에 또다른 꿈꾼다

21세기에도 어김없이 국가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감당할 공학. Be Scientists! 코너는 서울대 공대와 공동으로 매달 공학의 한분야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청소년의 모델이 될 만한 전문가로부터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그 분야의 첨단기술을 만날 수 있다. 이번호에는 NHN 김범수 사장의 인터뷰와 산업공학에 대한 서울대 윤명환 교수의 글을 담았다.

한게임과 네이버라는 두마리 말이 힘차게 달리고 있는 쌍두마차 NHN주식회사의 김범수 공동대표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 사이버 세계를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주는 것이다. 산업공학도에서 벤처를 이끄는 수장이 된 그의 삶과 철학을 들어본다.

' 꿈꾸는 자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PC방으로 사업을 시작한지 불과 5년만에 직원 8백여명의 잘 나가는 벤처회사의 공동대표가 된 김범수 사장. IT 업계의 선두주자 NHN의 김 사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으로 끝내는 삶의 도약을 순식간에 성취해버린 386세대의 대표주자다.

김 사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기자는 지하철 2호선을 타고 NHN 본사를 찾았다. 역삼역에 내려 2번 출구로 나서자 눈앞에 하늘을 찌를 듯 늘씬하게 솟아있는 초현대식 건물 ‘스타타워빌딩’이 당당히 서있다. 이 건물 34층에 NHN이 입주해 있다. 사장실에 들어서자 탁트인 창밖으로 서울이 눈아래 쫙 펼쳐져 있다. 촌놈처럼 어안이 벙벙해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캐쥬얼 차림의 김 사장이 웃음을 지으며 다가온다. 순간 모든 것을 너무나 쉽게 뜻대로 이룬 이 사람이 현재 일종의 허무감에 빠져있지 않을까 하는 묘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물론 NHN의 성장속도는 저희도 통제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지난 5년이 정말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정신없이 일에 파묻혀 살다보니….”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들으러 왔다는 기자의 말에 이렇게 말문을 연 김 사장은 지나온 과거가 파노라마 장면처럼 떠오르는 듯 먼 곳을 지그시 응시한다.

IMF 때 사표내고 창업

1986년 서울대 산업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학부와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남들처럼 대기업 계열사에 들어갔다. 대기업의 촉망받는 사원이었던 김 사장은 그러나 1998년 IMF 한파 속에서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자신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대기업의 조직문화 속에서는 제 꿈을 펼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 회사를 차리기로 한 것이죠.” 그러나 IMF로 대부분 모험을 포기했기 때문에 결국 김 사장은 동료와 단 둘이서 회사를 창업하게 됐다.

“막상 회사는 만들었는데 돈이 들어오는데는 없고 직원 월급주기도 어렵더군요.” 이래선 안 되겠다고 느낀 김 사장은 그 무렵 막 시작된 PC방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에는 스타크래프트같은 네트워크 게임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고 있었다. 김 사장은 아직 주먹구구식이던 기존의 PC방 운영방식을 탈피해 당시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PC방 ‘미션 No.1’을 한양대 부근에 열었다.

김 사장은 PC방 관리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하는 등 PC방 경영을 시스템화해 큰 성공을 거뒀다. 미션 No.1이 소문이 나자 전국에서 프렌차이즈 요청이 쇄도하고 김 사장은 관리 프로그램을 공급하면서 점차 입지를 굳혀갔다. 김 사장이 이처럼 사업을 체계적으로 꾸려나가는데 그의 전공이 한몫을 했다. 공학과 경영학을 함께 배우는 산업공학도였던 그에게 회사 경영이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PC방 사업의 수익을 바탕으로 그 해 11월, 김 사장은 원래 목표였던 게임 관련 종합회사인 주식회사 한게임을 창업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PC방 성공으로 사업자금 마련

“사실 한게임의 아이디어는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얻었습니다. 당시 PC 통신 운영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네트워크 발전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고 사용자들의 성향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죠.”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동네 전자오락실이나 컴퓨터의 게임이 전부였던 게임산업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대전환기를 맞게 된다. 게임이 인간과 기계(컴퓨터)의 1:1 상호작용에서 사람 간의 관계를 매개하는 수단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컨텐츠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종합예술입니다. 놀라운 세계지요.”

게임에 대해 거의 경험이 없는 기자를 앞에 두고 김 사장은 본격적으로 게임산업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미 게임산업의 규모는 영화산업을 훌쩍 뛰어넘은 상태다. 이처럼 게임이 일취월장하는 것은 단순히 데이터 전송속도가 빨라졌다거나 현란한 그래픽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게임을 통해 서로 만나고 관계를 맺게 됩니다. 여기서는 현재 심각한 사회문제인 세대 간의 갈등이나 계층 간의 적대감을 찾아보기 어렵죠.” 김 사장 자신도 최근 이런 게임의 위력을 절감했다고 한다.

“거의 매일 밤늦게 퇴근하다보니 아이들도 아빠가 낯설었는지 가끔 집에서 쉴 때도 서먹서먹해 하더군요. 그런데 아이들과 게임을 함께 하면서 금방 친해졌습니다.”

김 사장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1999년. 당시 국내 4위 규모의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서 합병제의가 온 것이다. 물론 한게임이 큰 인기를 얻고 있었지만 네이버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게임은 네이버와 대등한 입장에서 회사를 통합해 NHN이라는 회사를 만들게 된다.

네이버와 통합으로 도약 이뤄

“물론 당시 한게임은 걸음마단계였습니다. 그러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회원들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었죠.” 당시 네이버는 한게임에 비해 규모는 훨씬 컸지만 다른 포털사이트에 밀려 고전하고 있었다. 따라서 네이버는 한게임의 대중성이, 한게임은 네이버의 조직력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둘이 만난지 4년이 지난 현재 한게임은 국내 최대의 게임사이트로 확고히 자리잡았고 네이버 역시 검색엔진사이트로 확고한 1위를 지키고 있다. 김 사장의 오늘이 결코 우연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김 사장은 요즘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에 걱정이 많다. 특히 대학에 들어와서도 많은 학생들이 학점에 연연하고 고시나 취업대비 영어공부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이 안타깝다.

그는 “대학 4년간은 자신의 장점이나 적성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시기”라며 “도서관에만 앉아있지 말고 이것저것 많은 경험을 갖기 바란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학점만 좋은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라는 것이 김 사장의 생각이다.

꿈을 끝내지 않고

인터뷰가 한창일 때 기자는 결국 참지 못하고 너무 빨리 성공한 사람의 ‘허무감’에 대해 말을 꺼냈다. 김 사장은 대뜸 일본 출장시 본 광고카피 문구를 얘기한다. 그 역시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했음이 분명하다.

‘꿈으로 끝내지 않고, 꿈을 끝내지 않고.’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얼른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조사의 미묘한 변화가 심오한 의미를 만들어낸 멋진 문구다.

“지금 저는 꿈으로 끝내지 않고 꿈을 이룬 상태입니다. 이제는 또다른 꿈을 찾을 시점이지요.”

자신이 계속 꿈을 추구하는 한 성공의 허무감에 시달리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김 사장이 추구하는 새로운 꿈은 무엇일까?

“얼마 전 미국 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가 전혀 모르고 있었던 세계의 진실을 말해주는 놀라운 책이었습니다.” 김 사장은 최근 시야의 폭을 넓혀주는 물리학의 세계에 푹 빠져있다고 한다. 요즘은 미국의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책들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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