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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즐거움 이동통신 이끌다 - 서울대 공대 이동통신연구실 이광복 교수
분야 기초과학/수학
정보기술.컴퓨터통신/유무선통신
날짜 2011-04-05
수학의 즐거움 이동통신 이끌다
서울대 공대 전기전자공학부 이동통신연구실 이광복 교수
| 글 | 김종립ㆍjlkim00@donga.com |

지난해 세계에서 팔린 휴대전화 3대 중 1대는 한국산이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한국의 활약이 눈부신 곳이 또 있다. 휴대전화를 언제 어디서나 기지국과 이어주는 이동통신망이다. 한국은 3세대 이동통신망을 이미 여러 나라에 수출하고 있으며 차세대 기술인 4세대 이동통신 연구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한국의 이동통신망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곳이 서울대 공대 전기전자공학부 이동통신연구실이다.

차세대 이동통신 핵심기술, OFDMA와 다중안테나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지난해 5000만 명을 넘어섰다. 무선인터넷, 위치확인, DMB방송 등 휴대전화를 이용한 서비스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휴대전화로는 통화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통화는 휴대전화의 여러 기능 중 하나일 뿐이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망 기술도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서울대 이동통신연구실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직교주파수다중분할방식(OFDMA) 기술과 다중안테나 기술은 이런 차세대 이동통신의 핵심이다. 두 기술은 4세대 이동통신인 와이브로와 LTE의 표준방식으로 채택돼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동통신연구실을 이끄는 이광복 교수는 OFDMA와 다중안테나 기술을 설명하기에 앞서 이동통신망 기술을 간략히 설명했다.

“이동통신은 음성과 데이터의 전송수단으로 전자파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전자파는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채널)이 한정돼 있고 같은 주파수를 같은 장소에 있는 다른 휴대전화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1세대(FDMA)에서는 한 채널을 한 명의 사용자가 썼습니다. 그래서 정해진 주파수 대역에서 가능한 많은 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2세대 이동통신인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 TDMA(시분할다중접속방식), 3세대 이동통신인 WCDMA(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 등이 바로 그런 기술입니다. OFDMA 기술은 이보다 훨씬 발전한 기술로, 한정된 주파수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OFDMA 기술은 과거 FDMA가 발전한 방식이다. FDMA는 주파수대역을 구분해 휴대전화 한 대당 한 개의 채널을 줬다. 당시는 음성만을 사용했기에 가능했던 방식이다. 휴대전화가 음성 이외의 데이터를 주고받기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채널과 적게 사용하는 채널이 나뉜 것이다. 많은 데이터를 사용할 경우 채널 하나로는 빠르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없는 한계가 생겼다. OFDMA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휴대전화에게 많은 채널을 할당해 빨리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휴대전화에게는 최소한의 채널만을 할당한다. 모든 채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 결과 기존 방식보다 데이터를 더 빠르고 안전하게 전송할 수 있게 됐다. 다중안테나 기술도 OFDMA와 같이 많은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데이터 손실을 줄여주는 기술이다.

“다중안테나 기술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휴대전화와 기지국이 각각 하나의 안테나만 이용하는 것보다 여러 개의 안테나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면 더 많은 양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다중안테나의 아이디어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와 있었습니다. 주파수의 간섭현상을 해결하고 안테나별로 데이터를 적절히 구분할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개발이 늦어졌습니다.”

이동통신연구실에서는 다중안테나의 간섭현상을 없애고 데이터를 안테나에 적절히 나눠 보낸 뒤 휴대전화에서 다시 복원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이런 원천기술은 다중안테나를 실용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연구의 원동력은 ‘수학’

이동통신연구실이 두 원천기술을 보유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 교수의 대답은 흥미로웠다. 바로 수학 덕분이라는 것이다.

“OFDMA 기술은 어려운 푸리에변환과 최적화문제를 풀어야 하며, 다중안테나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행렬식을 풀어야 합니다. 수학을 사용하지 않고는 연구할 수 없습니다.”

이 교수는 이동통신망연구가 수학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일이라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의 재미에 빠졌고, 이 때문에 의과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가족들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가족들의 권유로 의대 입학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대학 입학을 앞두고 의대 생활을 석 달 미리 경험했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수학을 공부하고 실생활에 적용하는 일을 하기 위해 진로를 바꿔 공대로 진학했습니다.”

통신을 연구하기 시작한 이유는 바로 수학을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공대 어디든 수학을 필요로 하지만 통신 분야가 수학을 가장 많이 응용한다고 생각해 진로를 결정했다.

실험과 실무를 통해 수학을 응용하는 경험을 마음껏 누린 것도 이 교수가 좋은 성과를 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실험을 많이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캐나다에 가서 책으로만 보던 이론을 직접 실험해보며 수학에 더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컴퓨터를 비롯한 통신 장비를 다룬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껴 세계적 통신회사 ‘모토롤라’에 들어갔습니다. 회사에서 얻은 실무 경험은 강단으로 돌아와 이동통신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기초핵심연구가 세계를 이끈다

이 교수는 2010년 ‘한국공학상’을 수상했다. OF DMA 기술 발전에 대한 세계적 업적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또 미국전기전자학회(IEEE)의 석학회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IEEE 석학회원은 전체 회원의 0.1%에게만 자격이 부여되는 최고 등급회원이다. 연구개발 업적뿐만 아니라 학회와 사회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사람만이 석학회원이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연구실 학생들에게 평소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연구를 할 것을 강조한다.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연구 주제를 선택하는 것이 남들이 하지 못한 연구를 빨리 시작해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이를 위해선 이공계 어느 분야에서건 이론을 잘 이해하고 자유자재로 응용할 수 있는 탄탄한 수학 실력이 바탕이 돼야 합니다.”

이 교수는 인터뷰를 마치며 수학에 관심이 있다면 이동통신 연구에 도전할 것을 권했다.

“수학과 수학의 응용을 즐거워하는 학생이라면 이동통신 연구를 하길 권합니다. 물론 수학이 익숙지 않으면 시작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공부한다면 큰 즐거움과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고수의 비법전수
어떤 공부가 유망할지를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떤 공부든 좋아하는 공부를 즐겁게,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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