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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출발해 큰 무대 누비다 - 서울대 건축학과 건축공학 김광우 교수
분야 산업기술/건축 날짜 2011-04-05
일상에서 출발해 큰 무대 누비다
서울대 건축학과 건축공학 전공 김광우 교수
| 글 | ·사진 이종림 기자ㆍljr@donga.com |

“건축은 생활 속 요소들이 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궁극적으로 모든 부분을 알아야 하죠. 그래서 건축은 좀 더 넓은 시야가 필요하고, 그만큼 넓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건축물은 인류가 비, 바람, 추위, 더위와 같은 자연현상과 맹수의 공격에서 몸을 피하기 위한 피난처로 시작됐습니다. 외적인 영향을 조절하는 ‘여과기’인 셈이죠.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밝게 때로는 어둡게 하고 외부 소음과 진동을 막는 일, 모두 우리가 연구하는 주제입니다.”

서울대 건축학과 건축공학 전공의 김광우 교수가 이끄는 건축환경계획연구센터는 사람이 쾌적하게 생활하기 위한 실내의 모든 환경을 연구한다. 바깥 날씨에 따라 온도를 유지하는 온열환경, 적당한 빛을 조절하는 빛환경,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하는 공기환경, 일반 건물에서 소음을 제거하거나 음악당 같은 곳을 설계하기 위한 음향환경을 연구 범위로 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생활을 쾌적하게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최근에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는 ‘에너지 효용’ 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연구다.

“건물을 한번 지으면 똑같은 상태로 사계절을 견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들죠. 건물 내 공간을 항상 쾌적한 상태로 유지하면서도 그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합니다. 설계 단계에서 에너지 절약형 건물을 계획하거나, 기존의 건물을 운영할 때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죠.”

쾌적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우선 건물을 지을 때부터 실내 환경을 고려해 설계하는 방법이 있다. 건물 형태, 외피구조 등에 건축적인 방법으로 조절하는 ‘자연형 조절’이다. 하지만 건물을 지을 당시에 모든 것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건물에 난방기, 조명 등 기계적인 설비를 써서 환경을 개선한다. 이것을 ‘설비형 조절’이라고 한다.

“이런 조건들은 쉽게 예측 가능한 게 아니에요. 예를 들어 창문으로 빛이 들어오면 밝아지지만 햇볕으로 인한 열이 발생합니다. 그 열을 감소시키기 위해 냉방을 하는 것보다, 창문을 블라인드로 차단하고 조명을 켜는 게 에너지가 덜 소모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게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친환경 저에너지 건축

건축환경계획은 고도로 어려운 지식이 필요한 분야는 아니다. 하지만 기본 지식을 갖고 그것을 어떻게 적용할지 솔루션을 제시하는 데에는 엄청난 경험과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김 교수는 “오랫동안 쌓아온 ‘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동차의 경우 핸들부터 엔진, 차체까지 모두 분업으로 만들어집니다. 자신이 맡은 부품만 잘 알면 되죠. 하지만 건축은 생활 속 요소들이 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궁극적으로 모든 부분을 알아야 하죠. 그래서 건축은 좀 더 넓은 시야가 필요하고, 그만큼 넓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넓은 무대에서 일할 수 있는 건축공학의 매력에 빠져 한길을 걸어온 김 교수는 2007년 대한건축학회 학술상, 2006년 건설교통부 표창장을 수상하고, 최근 한국퍼실리티매니지먼트학회, 한국태양에너지학회 등의 회장을 역임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의 연구실 창가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징~” 하는 소리와 함께 전동 블라인드가 내려왔다. 창문 안에 설치하는 일반적인 블라인드와 달리, 창문 밖에 설치된 블라인드를 직접 활용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책상 위에 놓인 보일러 온수배관 파이프는 조절 나사가 이어지는 부분을 직접 디자인해서 불편함을 개선한 것이다. 생활 속 세세한 면에서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

20여 년 전 김 교수가 미국 미시간대 석박사 과정을 공부할 때, 이미 친환경 저에너지 건축이 해외에서는 이슈였다. 국내에는 최근에 환경이 강조되면서 요구성이 커지고 있는 것. 건축 분야에서 아직까지는 외국 사례를 우선시하는 풍조가 있지만, 김 교수는 ‘온돌’만큼은 우리가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자랑한다.

“온돌이 독일, 프랑스, 덴마크 등 유럽에서도 쓰일뿐더러 냉방에도 쓰인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우리 연구실은 20년째 온돌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온돌을 과학적으로 해석하고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힘써왔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주로 주택에 온돌을 쓰는데, 서양에서는 상업용 건물에 사용하면서 더 효율적인 복사냉난방시스템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한 면에 온돌을 설치하면 서로 다른 층의 바닥과 천장에 동시에 적용되기 때문에 저온수난방, 고온수냉방이 가능해진다. 즉 온도를 급격하게 올리거나 낮추지 않아도 적당한 실온을 유지할 수 있다. 최근에는 초고층 빌딩에 온돌을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소모가 많은 초고층 빌딩의 환경이 대폭 개선되면서 에너지도 절약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또 초고층 빌딩에서 나타나는 환경적 문제인 ‘연돌 효과’도 분석하고 있다.

이런 연구들은 실제 프로젝트를 통해 수행된다. 기존의 건물에 개선된 솔루션을 적용하거
나, 새로운 건물의 설계를 담당하기도 한다. 최근 경기 일산의 도서관에 이중 외피시스템을 적용했고, 경기케어센터의 일부를 직접 설계했다.

또 이들이 개발한 복사냉난방시스템 제품은 각종 건축 공사에 적용되고 있다. 생활 속 창의성이 빛나다 건축환경계획연구센터는 건축환경계획연구실과 건축환경설비연구실이 통합된 연구센터다. 김 교수와 함께 서울대 건축학과 여명석 교수가 지도하고 있으며, 현재 석사연구원 8명과 박사연구원 17명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의 연구는 주변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에서부터 시작된다. 연구실에 들어서자 여느 사무실과 다름없지만 천장에 설치된 열교환환풍기가 눈에 띈다. 바깥 공기를 들여보내고 내부 공기를 빠져나가게 하는 열교환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설비다.

또한 연구 결과를 실제 검증할 수 있는 실험시설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복사냉난방 및 수배관 실험실이 마련돼, 외부 조건과 관계없이 영하 10℃에서 영상 40℃까지 복사냉난방 실험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연구실에 들어온다고 완전히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건 아닙니다. 그동안 배운 내용을 고차원적으로 응용해보는 것이죠. 학문으로 배울 수 없는 것을 실제 프로젝트에서 배우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김 교수는 연구원들에게 항상 작은 부분만 보지 말고 큰 그림을 볼 것을 당부하고 있다. 전체적인 구조를 알아야 어디에 가서든 리더십을 갖고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생활 속 창의성이 매우 중요한 분야다.

“건축공학이라고 하면 창의성과 상관없는 분야인 줄 아는데, 건축환경계획은 창의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죠. 평소 주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고수의 비법전수
어떤 분야에서건 전체의 그림을 보고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하도록 한다. 어디서든 리더십을 갖고 일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시스템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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