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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에너지 자립화에 헌신한 외길 인생 - 박달영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분야 기초과학/화학
산업기술/화학공학
날짜 2011-01-25
청정에너지 자립화에 헌신한 외길 인생 한국가스안전공사 박달영 사장

좌절 뒤에는 돌파구가 열린다

가스공사와 더불어 가스에너지계의 양대 축을 이루는 한국가스안전공사 박달영 사장은 지난 20년동안 묵묵히 한길만을 걸어왔다. 그는 국내 에너지 산업의 척박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자립화에 대한 자신의 소신만큼은 결코 굽히지 않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의 인생 얘기를 들어봤다.

만물유전’. 지난 20년간 줄곳 가스 업계에 몸담아 온 박달영 사장은 주위 사람들에게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한다. 좌절할 일이 있어도 이에 굴하지 말고 뜻한대로 열심히 노력한다면 어떻게든 돌파구는 열린다는 이 말을 그는 늘 마음속에 되새긴다.

1990년대 중반 IT산업이 주목을 받게 되자 모두가 굴뚝산업을 버리고 정보통신 업계로 몰려갔을 때에도 이 말을 마음속에 떠올리며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일이라도 언젠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게 평소 그의 지론이었다.

그런 곧은 심성은 자신이 성공스토리를 얘기할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며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굳이 사양하는 그의 말속에서도 드러난다.

“그저 좋아하는 일에 파묻혀 살아왔을 뿐 별로 드러내놓을 것이 없는 사람입니다.”

천연가스 도입은 인생의 전환점

1976년 서울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한 그가 다닌 첫 직장은 가스와는 전혀 상관없는 엔지니어링 회사였다. 그에게 인생의 전기를 가져다준 한 보고서를 접했을 때만 해도 자신이 평생 가스업계에 몸담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일본 마쓰시다사가 작성한 LNG에 관한 보고서였는데 천연가스의 시대를 예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올 것같다고 막연히 생각만 했을 뿐인데…”

1980년 소속팀에서 천연가스 도입에 관한 타당성 조사를 맡게되면서 그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에너지 부분의 현안 문제와 가스에너지의 가능성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던 것.

조사 작업이 끝나자 마자 그는 미련없이 사표를 던지고 한창 설립이 추진 중이던 한국가스공사 준비반으로 자리를 옮긴다.

“에너지라 하면 석유나 석탄 이외에 다른 것을 떠올릴 수 없었던 당시, 천연가스는 제게 어떤 가능성을 비춰 줬습니다. 새로운 분야이기에 저로서도 한번 젊음을 던져볼 만 했습니다.”

하지만 가스에너지 도입 초기였던 당시는 그와 동료들에게 참 어렵고 힘든 시기였다.

“지금은 완전히 자리를 잡은 가스연구개발원이나, 가스연맹, 가스엔지니어링 등 가스 관련인프라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나하나 세워나가며 모두들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죠.”

얼마전 끝난 전국 가스 공급망 건설 기본계획을 비롯해 통영 가스기지건설 계획은 바로 이때 기획한 것이었다. 20년 동안의 기나긴 길이었다. 박 사장은 국내 최초의 천연에너지 연구기관인 가스공사 연구개발원을 세웠을 때의 일을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연구개발원의 건설계획 수립에서 시공까지 그의 땀이 배어있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사업이었다. 연구개발원의 준공과 함께 초대 원장직을 맡게된 것도 이같은 그의 노력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1991년 천연가스차량에 대한 연구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작했을 때 정말 보람을 느꼈어요. 천연가스차의 개발은 마치 불모지에서 꽃을 피우는 작업과도 같았습니다.”

이런 노력은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전후로 천연가스버스의 본격적인 보급이라는 결실을 맺게 된다. 현재 서울과 5대 광역시에 보급된 천연가스 차량만 3천6백여대에 이르고 있다. 또 국내에서 처음 생산한 40KW급 인산형연료전지와 세계에서 두번째로 개발한 가정용 천연가스 냉난방기도 그가 원장 취임 직후부터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얻어낸 결과다.

에너지 연구 투자 절실

“영국이나 프랑스, 일본의 에너지 기업들이 국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을 보고 정말 부러웠습니다.”

박 사장은 가스산업을 다른 에너지 산업과 함께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국민연료산업으로 키우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한다. IT산업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을 때 왜 전통산업 중 전통사업인 에너지 업계에 남아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천직이라서”라며 싱긋 웃는다. LNG도입 계획을 처음 세우고 가스공사 설립에 참가하면서 자연스레 국내 천연가스사업의 첫장을 연 정예 요원이 바로 자신이라는 생각에 무척 뿌듯했다고 한다. 그런 보람과 사명감은 박 사장을 지금까지 지켜주고 있는 든든한 버팀목인 듯 보였다.최근 그는 종종 가스업계가 처한 문제점과 국내 에너지 현안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종종 갖는다고 말했다.

“가스산업의 구조개편은 장기적인 에너지 수급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요인입니다. 때문에 에너지 문제는 어느 하나 쉽게 판단 내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에너지 전문가는 그만큼 신중하되 동시에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하는 어려운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그는 한편으로 에너지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에 몹시 안타깝다고 말한다. 두차례의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에너지 위기가 나라의 존망을 결정할 만큼 엄청난 위력을 가졌다는 것을 모두가 알면서도 아무런 관심과 대비가 없다는게 그의 말이다.

“만일 제3차 석유파동이 온다면 그것은 가격 문제가 아니라 공급이 문제될 것입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에너지절약기술과 친환경적인 에너지기술,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현실적인 계산은 금물

최근 이공계 기피 현상을 선배 입장에서 어떻게 보느냐라는 질문에 박 사장은 “지금의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 봐서는 안된다”며 “경기 불황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고 말했다.과거부터 사농공상의 전통이 있던데다 최근의 경기불황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일시적으로 이공계 지원를 기피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적인 이공계 활성화는 필연적인 과제라는데는 공감했다.박 사장은 또 지금과 같은 첨단 산업 지원 중심의 사회 구조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최근 들어 IT, BT, NT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지나치게 편향되는 경향이 있어요. 돈되는 산업에만 쏟아붓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첨단산업과 굴뚝산업이 적절히 조화를 이룰 때만이 최상의 산업적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공대 출신인 그가 평소 순수 자연과학과 기초과학 강화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후배들에 대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너무 현실적인 계산은 자기 발전에 도움이 안됩니다. 의사나 판·검사보다 이공분야에 적성이 맞는다고 생각한다면 소신껏 밀고나가 실력을 쌓기를 바랍니다.”


매사에 배우는 자세로

그는 “우리나라가 설비와 운영 능력면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고 꼬집는다. 낡고 영세한 운영 체계와 낮은 서비스 품질, 복잡한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일은 여전히 그의 앞에 놓인 숙제다. 평소 겸손함이 생활에 배어 있는 박 사장이지만 특히 몸을 낮추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저 오랫동안 재직했던 까닭에 지금 자리에 오르게 됐을 뿐 내세울 만한게 없어요. 언제나 새로 배우는 자세로 근무에 임할 뿐이죠.”

가스안전의 총책임을 맡은 이상, 항상 연구하고 더 나은 방향을 끊임없이 찾는 일을 하루도 게을리할 수 없다는게 그의 신념이다.

“안전관리는 에너지 개발만큼 중요한 분야입니다. 자칫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자원을 국민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박 사장은 취임직후 주위 사람들에게 이번 기회가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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