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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논문왕’서 은메달 거머쥐다 -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이종협 교수
분야 생명공학기술/생명공학
산업기술/화학공학
날짜 2011-04-04
서울대 ‘논문왕’서 은메달 거머쥐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이종협 교수
| 글 | 이현경 기자ㆍuneasy75@donga.com |

 
 
   
 
 
사례 하나. 한국의 히트 상품인 은나노 세탁기는 세탁할 때 4000억 개 이상의 은나노 입자를 뿌려 빨랫감에 숨어 있는 세균을 99.99% 제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해 9월 미국 환경보호국은 은나노 세탁기의 살균력이 너무 강하다며 강력한 규제 대상인 살충제에 포함시켰다.

사례 둘. 선크림에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성분인 산화티타늄(TiO2)이 들어간다. 그런데 지난 8월 미국 환경보호국 산하 벨리나 베로네시 박사팀은 “생쥐가 산화티타늄 나노입자에 장기간 노출되면 신경세포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은나노 세탁기 수입 금지?

나노 독성 연구의 권위자인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이종협 교수는 “최근 세계적으로 나노입자의 독성 문제가 큰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령 산화티타늄 나노입자는 기존 티타늄 입자를 썼을 때 하얀 막이 생기는 백탁현상이 없고 자외선 차단효과가 뛰어나 선크림에 많이 사용된다. 나노입자라 피부에 발라도 창백한 느낌을 주지 않아 더욱 인기다.

이 교수는 “산화티타늄이 나노입자가 되면 화학적인 특성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피부 가장 바깥인 각질층에 산화티타늄이 흡수되면 신경세포에 반응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나노입자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환경보호국은 은나노 세탁기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2009년 5월까지 증거를 제시하지 못 하면 은나노 세탁기의 수입은 일절 금지된다.

이 교수는 “최근 연구실에서 실험한 결과 은나노입자가 세포벽을 뚫고 들어가 세포를 죽이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며 “나노 독성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져야 궁극적으로 나노기술도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환경부 지원을 받아 ‘나노물질의 환경노출, 영향평가 및 관리기술 확보’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독성이 없는 자동차 부동액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GS칼텍스 연구팀과 공동으로 친환경 부동액을 개발한 것.
지금까지 부동액으로는 에틸렌글리콜(C2H6O2)이 사용됐다. 하지만 에틸렌글리콜은 사람이 마실 경우 구토와 위통을 일으키고 신경과 뇌가 손상될 수 있다.

사람에게 해로운 물질이 환경에 좋을 리 만무하다. 에틸렌글리콜은 인체와 환경에 독성이 강한 군으로 분류된다. 현재 국내에서도 환경마크 제품으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부동액은 물론 자동차용 세정제에도 에틸렌글리콜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물론 에틸렌글리콜 대신 프로필렌글리콜(C3H8O2)을 사용할 수 있다. 프로필렌글리콜은 석유화학 공정으로 생산되는데, 에틸렌글리콜과 달리 독성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 경쟁력. 에틸렌글리콜을 대체할 후보로 프로필렌글리콜을 찾는 이들이 많다보니 가격이 비싸 부동액에 사용하기 힘들다.
이 교수팀은 글리세롤(C3H8O3)에서 해답을 찾았다. 글리세롤은 식물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디젤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성된다. 만약 이 글리세롤을 프로필렌글리콜로 바꿀 수 있다면 문제는 해결된다.

이 교수팀은 이를 위해 구리로 특수한 촉매를 만들었다. 이 구리촉매는 수소첨가분해 반응을 일으켜 글리세롤의 90%가량을 프로필렌글리콜로 전환한다.
이 교수는 “구리촉매는 현재 외국에서 사용되는 기존 촉매보다 20% 정도 반응 효율이 높다”며 “원유에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오디젤에 사용되는 바이오원료의 부산물에서 얻을 수 있어 친환경적”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쓰임새도 ‘친환경 부동액’의 자랑거리다. 이 교수팀이 개발한 프로필렌글리콜은 자동차뿐 아니라 마스카라, 스킨크림 같은 화장품을 비롯해 샴푸, 바디 샤워 같은 목욕용품에 보습용 첨가물로 사용할 수 있다. 독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세계적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이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전략으로 대두되고 있다”며 “나노기술과 환경기술을 융합한 친환경기술을 개발하는 일이 필수”라고 말했다.

오염물질 감지하는 바이오센서

나노기술을 활용해 첨단 바이오센서를 개발하는 일도 이 교수의 주된 관심사다. 가령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유출 사고로 생태계는 물론 주민들도 다양한 종류의 오염물질에 노출됐다.

사고 직후 막대한 양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공기 중에 배출됐고, 여기에는 발암물질인 벤젠을 포함해 톨루엔, 자일렌 같은 독성물질도 들어있었다. 실제로 주민들과 방제작업을 도운 자원봉사자들은 두통과 메스꺼움, 피부염 같은 증상을 호소했다.

만약 당시 오염물질을 감지하는 바이오센서가 있었다면 미리 주민들을 대피시키거나 자원봉사자들의 오염을 막아 그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이 교수팀은 최근 사고 당시 주민들이 오염물질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직접 계산했다. 그는 “무색무취의 오염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아 더 위험하다”며 “단추나 머리핀 크기로 바이오센서를 만들면 개인이 휴대할 수 있어 위험을 막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교수팀은 서울대 의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빛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작동하는 휴대용 바이오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이 센서는 환경호르몬 등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퇴행성 신경질환을 일으키는 오염물질을 감지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 교수가 이렇게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내놓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학문간 융합이다. 이 교수가 이끄는 나노공정연구실은 나노기술과 환경기술, 생명공학기술, 정보기술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다. 그는 지난 2004년 서울대 공대 연구부학장을 맡았을 때도 공대와 의대 학제간 연구 시스템을 만들며 융합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논문왕’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도 얻었다. 서울대에서 2005년부터 3년간 SCI(과학기술논문색인)급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한 교수를 조사한 결과 이 교수가 61편으로 2등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가 2003년 이후 발표한 SCI급 논문 120편이 인용된 횟수는 무려 1000번에 이른다.

나노기술, 환경기술, 생명공학기술, 그리고 정보기술. 나노공정연구실은 ‘융합의 고수’라는 명성에 걸맞게 분야를 넘나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데 여념이 없다.

고수의 비법 전수
자신의 전공 분야에만 집착하지 말라.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
입는 컴퓨터, 홍채인식시스템, 전자종이 같은 참신한 개발품은 각기 다른 연구에 매달리는 연구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결과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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