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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선박생산기술 이끄는 공학자 - 신종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분야 산업기술/조선 날짜 2011-04-04
최첨단 선박생산기술 이끄는 공학자
신종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 글 | 이성오ㆍ rainer4u@naver.com |

 
 
   
 
 
2006년 7월 선박건조의 핵심 난제로 꼽히는 철판 곡면가공을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가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조선업계 역사를 새로 쓸 이 기술을 10여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신종계 교수를 만났다.

‘미쳐야 미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선 그것에 몰두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신종계 교수는 10년 넘게 선박 곡면가공 연구에만 몰두해 곡면가공 자동화 소프트웨어 ‘와이즈 히팅’(Wise Heating)을 개발했다. 조선업계는 이를 세계 조선사를 새로 쓸 수 있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했다.

조선기술의 새 역사 쓰다

“선박은 곡판과 평판으로 구성됩니다. 어떤 배는 곡판이 30%, 또 어떤 배는 전부 곡판으로 이뤄져 있죠. 평판에 열이나 힘을 가해 곡판으로 만드는데, 이 과정은 전적으로 기술자의 경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가 개발한 ‘와이즈 히팅’은 그 동안 100% 수작업으로 해야 했던 선박의 곡면가공을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즉 두꺼운 철판을 곡면으로 만들려면 어느 부위를 어떤 순서로 얼마나 오래 가열할지 등을 계산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사실 철강을 이용한 조선의 역사는 100년을 넘어섰다. 용접이나 페인팅 같은 웬만한 분야에서는 이미 자동화가 이뤄져 있다. 하지만 곡면가공 분야는 원시적인 수작업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선박 몸체의 곡면가공 분야는 세계 조선업계의 핵심 난제로 꼽혀왔다.

그는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에 몰두해 왔다. 그 덕분에 ‘선상가열에 의한 곡면가공 자동화’에 관한 논문으로 2001년 국내 최초로 미국조선학회(SNAME)에서 주는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그는 “곡면가공이 자동화되면 2~3개월 걸리던 선박건조 기간이 한 달 정도로 줄어든다”며 “소음과 열에서 작업자를 보호할 수 있어 안전한 작업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요즘 그는 ‘와이즈 히팅’의 상용화를 앞두고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기술이 사용되면 세계 조선업계는 획기적인 변화와 함께 선박기술에 일대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우리나라가 세계 조선업 1위 자리를 굳게 지키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미래의 선박기술 만든다

“자동차나 휴대전화의 경우 시제품을 만들어 사전에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지만, 대형 복합구조물인 선박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디지털 조선소’를 연구중입니다.”

그는 1992년 미국 미시간대에 연구교수로 갔다가 ‘카티아’라는 캐드프로그램으로 유명한 프랑스 ‘다쏘시스템’과 인연을 맺었다. 10여년 뒤 그는 다쏘시스템, 한국IBM과 공동으로 서울대 공대에 디지털선박기술센터(Digital Shipbuilding Innovation Center)를 설립했다.
‘디지털 조선소’는 선박건조에 첨단 디지털기술을 접목시켜 선박건조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가상적인 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하는 차세대 시스템이다. 1년에 선박 300척 이상을 건조하는 우리나라는 제한된 조선소에서 많은 배를 만들어야 한다. 선박 한 척의 건조기간이 길고, 공정도 복잡하기 때문에 생산계획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디지털 조선소를 이용해 미리 선박을 건조해볼 수 있다면 실제 선박 생산계획을 세우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그는 디지털 조선소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과학기술부가 선정한 ‘미래를 만드는 한국의 과학자 14인’에 뽑혔다.
조선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설계와 생산기술, 철판이나 엔진 같은 기자재, 환율과 금리 등이 있다. 그는 “이 중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건 역시 기술력뿐”이라며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다로 뻗어야 세상을 얻는다

 
   
 
 
그는 연구뿐 아니라 강의에도 많은 정성을 쏟고 있다. 그는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선생님이 잘 가르쳐줬을 때 많이 배운 것 같다”며 “좋은 강의는 내용과 함께 그것을 잘 전달하는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교수법에 대한 그의 관심은 수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창립준비위원을 맡아 선진국의 교수법을 조사했다. 그 뒤부터 그는 강의기술을 배우기 위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강의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전문가로부터 상담을 받았으며 새로운 교수법을 고안해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만났다.

그는 자신을 강의를 잘하기보다는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표현했다. 선천적으로 강의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좇을 수 있는 방법은 노력뿐이라고 생각했다. 그 결과 요즘에는 서울대 최고산업전략과정, 신임교수 워크숍 등에서 강의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그의 꿈은 앞으로 선박생산기술 분야의 교재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는 생산공학을 단지 책으로 배웠기 때문에 재미도 없고 내용을 이해하기도 어려웠다”며 “생산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방식의 교재를 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한 잡지에 실린 ‘바다로 뻗은 나라치고 못사는 나라가 없다’는 글을 읽고 조선해양공학에서 미래를 발견했다고 한다. 미국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에서 계속 일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는 진로방향을 두고 갈등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로 돌아와 연구를 해온 일만큼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믿는다.

그는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또 남한의 국토면적보다 바다면적이 더 넓다”며 “조선해양공학의 발전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세계를 상대로 하는 조선해양공학 분야에서 꿈을 키우는 학생들이 많아지길 바란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P r o f i l e
1977년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까지 한국선박연구소에서 일했으며, 1989년 미국 MIT에서 해양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부터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2001년 미국조선학회 ‘최우수논문상’, 2005년 ‘가헌학술상’을 수상했고, 2006년 과학기술부가 선정한 ‘미래를 만드는 한국의 과학자 14인’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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