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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가치에 주목하는 산업공학자 - 이면우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분야 융합과학/산업공학 날짜 2011-04-04
숨은 가치에 주목하는 산업공학자
이면우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 글 | 홍보화 서울대 산업공학과 1학년 ㆍtwinkle_lady@hanmail.net |

직설적인 화법과 절묘한 비유로 매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공학자가 있다. 그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선구자적인 자세로 많은 공학도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인 이면우 서울대 교수를 함께 만나보자.

 
 
   
 
 
지난 2월, 서울대 공대 신입생을 위한 행사에서 산업공학과 이면우 교수는 듣는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재치와 명쾌함으로 신입생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그는 공학도의 길에 발걸음을 갓 내딛은 학생들에게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공학을 부드럽게 전해줬다. 이 교수가 보디빌더 시절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자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고 이때 그가 던졌던 말은 ‘글로벌 리더가 되라’였다.

대한민국을 흔든 ‘W 이론’

1992년에 그의‘W이론’이 발표되자 사회 각계는 크게 술렁였다. ‘W이론’이 담긴 그의 저서인 ‘W이론을 만들자’는 60만부가 팔리는 기록을 세웠고 이 덕분에 그는 대중적 스타로 떠올랐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모두가 마음속에 담고 있던 생각을 먼저 이야기해 공감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W이론’이란 우리나라가 외국 기업 베끼기식 기존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실사구시에 강조점을 둬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보이지 않는 것에 주목하라’‘변할 것과 변하지 않을 것을 구별하라’‘느린 파문에 집중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W이론’은 12년 뒤 교육 시스템의 혁신을 강조한 ‘생존의 W이론’으로 발전했다. ‘생존의 W이론’에서 그는 ‘우리 교육은 음모’라고 선언하며 이공계 위기를 날카롭게 비판했고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교육철학의 빈곤’을 꼽았다. 그는 “끊임없이 보완책이 나오더라도 철학이 없으면 교육문제는 계속 심각한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생존의 사냥기술’을 가르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교육철학을 제시했다.

상대방을 꿰뚫는 듯한 눈빛과 꾸준한 운동으로 다져진 체격 때문에 이 교수는 어떤 비난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는 “누구에게나 두려움은 있기 마련”이라며 “선택이 가져올 결과보다는 그 선택이 자신의 철학에 일치하는가를 가장 먼저 살핀다”고 말했다.


시대를 앞서나가는 아이디어

 
   
 
 
이 교수는 현직 기업가이기도 하다. 그는 벤처기업인 하이브레이드, 하이터치, 페이퍼매직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모두 그의 경영철학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고유한 분야를 개척했다.

그의 경영방식은 IMF 당시 한 신문에 15회분으로 연재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한‘신창조 이론’에 잘 드러나 있다. 이 교수는 “기업이 기존의 종속적이던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현실에서도 실현하려고 힘쓰고 있다.

하이브레이드를 경영하면서 1998년에 가장 먼저 시장에 내놓은 제품이 바로 ‘브레이드 매직’이다. 이 제품은 원래 머리를 땋는 기계였는데, 몇 년 뒤 명품 보석상에서 이 제품의 기술을 백금 세사를 가공하는 데 응용했다. 또 머리를 꼬는 기계인 ‘트위스트 매직’기술은 실리콘을 이용하는 첨단 의료장비 제조업체에서 활용했다. 하이브레이드에서 개발한 제품들은‘미국 모발 저널’과 일본 잡지 ‘헤어 모드’에 실리면서 세계 무대로 발판을 넓혀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 교수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녹록하지 않은 현실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가 개발한 LG전자 벽걸이용 VCT-CD, 삼성 전자의 손빨래 세탁기와 따로따로 냉장고 등은 큰 인기를 끌었고 리모콘 진공청소기, 음성기반 전자오븐 등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미래상품 250개에 들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요즘 그의 화두는 ‘패러다임’이다. 언제나 변화의 물결을 선도하는 선구자적 자세를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 교수는 “삶은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라며 “급변하는 사회에서 가장 요구되는 점은 ‘창조적 사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생철학을 수립해야

그는 26살의 나이에 서울대에 산업공학과를 창설했다. 당시에는 국내에 산업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유분방한 성격 탓에 스스로 교수직이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는 이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재미를 붙여 한해, 두해 보내다가 어느새 정년을 앞두고 있다”며 감회에 젖었다.

사실 그가 재작년까지 맡았던 ‘인간공학’수업은 학교에서 악명(?)이 높았다. 한 학기에 쪽지시험을 15회 보고 과제를 30회 넘게 내주니 학생들이 사이에는 “그 수업을 들으면 6개월간 얼굴도 못 본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특히 24시간 안에 A4 80페이지에 이르는 리포트를 써내는 기말고사 시험은 졸업생들 사이에 ‘전설’로 남아 있다. “숙제를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된다”고 말하는 이 교수는 “그 대신에 과감하게 C학점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힘든 과정을 극복한 사람은 성취감, 자부심, 도전의식이 저절로 생기기 마련”이라며 “수업을 듣고 난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 진취적인 자세로 어떤 상황이든 잘 대처해가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공계 진학을 주저하는 학생들에게 공학의 참모습을 고민해볼 기회가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그는 또 공학은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하는 학문임을 강조하며 많은 사람이 오로지 자신만을 위하는 직업에 매달리는 세태를 비판했다. 이 교수는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자녀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라며 “자녀의 선택을 존중해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 교수는 앞으로도 자신의 철학에 일치하는 일이라면 그 길을 힘차게 걸어갈 것이다.

P r o f i l e
1968년 서울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인간공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0년 서울대에 산업공학과를 창설한 뒤 현재까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88년 미국 미시간대 100인의 최우수박사 졸업생에 선정됐으며, 지금까지 130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250건의 특허를 받았다. 1993년부터 벤처회사 하이브레이드, 하이터치, 페이퍼매직을 설립해 운영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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