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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 꿈꾸는 나노과학자 -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분야 생명공학기술/생명공학
융합과학/나노
건강의료/의학
날짜 2011-04-04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하얀거탑 꿈꾸는 나노과학자
| 글 | 김호성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05학번 ㆍurusa202@snu.ac.kr |

 
 
   
 
 
나노기술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언론의 주목을 받아온 현택환 서울대 교수가 또 다시 일을 냈다. 나노기술을 의학에 접목시켜 ‘MRI 조영제’를 개발한 것이다. 유명 대학과 연구소, 제약회사가 그의 연구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대의 연구가 의학에도 기여를 한다고?” 올해 3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현택환 교수팀은 성균관대 의대 이정희 교수팀과 획기적인 MRI 조영제를 개발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한 사람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이미 나노기술(NT)의 대표주자로 널리 알려진 현 교수였기에, 사람들은 그의 새로운 시도에 매우 놀라워 했다. 자신이 연구한 나노입자가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일에 쓰였으면 한다는 현 교수. 얼마 전 방영된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볼 수 있었던 환자를 살리려는 의학도의 꿈은 서울대 공대에서도 피어나고 있다.

나노가 의학을 만났을 때

현 교수는 나노기술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나노입자를 다루는 과학자 사이에서 ‘균일한 나노입자’ 하면 바로 ‘한국의 현택환’으로 통할 정도다. 하지만 그는 여러 과학자로부터 “균일한 나노입자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며 고민에 빠졌다.

그가 찾아낸 답은 나노기술을 의학에 접목시키는 일이었다. 이번에 개발한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같은 뇌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MRI 조영제는 첫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신체 내부를 정확히 들여다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죽은 생물체를 해부해 관찰하는 것이다. 하지만 MRI가 개발되면서 죽은 생물체를 이용하지 않고도 신체 내부의 이상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곧 의학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MRI 조영제는 크게 둘로 나뉜다. 양성 조영제는 조영제가 들어간 부분이 하얗게 변해 신체 내부를 관찰하기가 쉽다. 하지만 혈뇌 장벽을 통과하지 못해 뇌 안쪽 영상을 찍을 수 없을뿐더러 일부는 독성이 매우 강해 그 위험성을 지적받아왔다. 자성체 나노입자를 사용하는 음성 조영제는 조영제가 들어간 부분이 어둡게 변해 오진 가능성이 높아 널리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노입자에 추적자를 붙여 넣어주면 원하는 부위만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암세포에 결합하는 추적자를 넣어준다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치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퇴행성 뇌질환은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현 교수의 연구는 MRI를 통해 뇌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그 목표를 둔다.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발된 조영제의 이름은 ‘MONE MRI’다. 그는 ‘Manganese Oxide Nanoparticle contrast-Enhanced’의 머리글자를 따다가 우연히 유명 화가 모네(Monet)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생명감을 부여받은 사물을 밝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던 모네처럼 퇴행성 뇌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빛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그는 이런 마음을 미국국립미술관에 전해 모네의 그림을 사용할 수 있는 허가권을 얻었고 그 그림은 세계적 권위의 독일화학회지 ‘안게반테 케미’ 5월호 표지에 현 교수의 논문과 함께 실렸다.


나노의 꿈

 
   
 
 
나노기술에 대한 현 교수의 열정이 언론에 처음 알려진 것은 3년 전이었다. 균일한 나노입자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1000배 싼 가격으로 1000배나 많이’라는 표현만큼이나 획기적인 기술로 인정받았으며, 2004년 12월 세계적 저널인 ‘네이처 머티리얼즈’에 그의 관련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은 전 세계 논문 중 다른 논문에 인용된 횟수가 상위 0.1% 안에 드는 ‘뉴 핫페이퍼’(New Hot Paper)로 선정됐다. 2005년에는 듀폰 과학기술상을 수상했고, 2006년 10월에는 문화일보가 선정한 ‘주목받는 차세대 인물 30인’에 가수 비와 함께 소개되기도 했다. 현 교수는 “나노입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며 “균일한 나노입자를 만드는 기술은 테라바이트급 차세대 저장매체, 차세대 디스플레이 형광체에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바이오 메디컬 분야에 나노기술을 집중적으로 접목시켜 보고 싶다”는 소망도 비쳤다.


창조적 사고의 힘

대한민국 대표 과학자로 승승장구하는 그에게도 과학자로서 어려움을 겪던 시기가 있었다.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동안 인정받을 만한 연구성과가 없던 적이 있다. ‘과연 한국에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에게는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이었다.

이런 위기를 그는 기회로 삼았다. 새로운 분야를 모색하기 위해 그는 손에 잡히는 대로 논문을 읽었다. 지금껏 관심을 갖지 않았던 다른 분야와의 접목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결국 힘든 시기에 했던 창조적 사고는 오늘날 그의 연구에서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현 교수는 미래 이공계인들에게 ‘창조적 사고’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기자도 작년에 그의 수업을 들으면서 창조적 사고의 중요성에 대해 절실히 느끼게 됐다. 그는 “사실 노벨상을 수상한 연구 중에는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경우도 많다”면서 “고정관념을 깨고 발상의 전환을 꾀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교수는 “공학은 과학기술을 이용해 사람에게이로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구호처럼 그의 창조적 사고에서 시작된 일은 하나씩 실현되고 있다.

P r o f i l e
1987년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무기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젊은과학자상,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듀폰과학기술상을 수상했고 미국 톰슨 사이언티픽사에 의해 ‘한국과학자’로 선정됐다. 1997년부터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03년부터 산화물 나노결정 연구단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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