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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항공 분야 ‘넘버원’ 꿈꾸는 공학자 - 기창돈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분야 항공우주기술/항공기조종
항공우주기술/항공우주
날짜 2011-04-04
무인항공 분야 ‘넘버원’ 꿈꾸는 공학자
기창돈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 글 | 변재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06학번 ㆍjaeyun15@hanmail.net |

 
 
   
 
 
지난 4월 말 서울대 연구실이 만든 무인항공기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값비싼 관성센서 없이 GPS 수신기만으로 세계 최초로 자동 이착륙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6년간 200회 실험 끝에 꿈을 이뤄낸 기창돈 서울대 교수를 만났다.

지난 4월 26일 경기도 화성 서해안 간척지에서 주황색 비행기 한 대가 하늘을 날았다. 그 비행기는 하늘을 한 바퀴 돌더니 사뿐히 땅에 내려앉았다. 그 순간 지켜보던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기창돈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위성항법시스템(GPS) 수신기만으로 무인항공기를 자동 이착륙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관성센서 없이 자세 잡는다
기 교수팀이 개발한 무인항공기는 관성센서 없이도 자세를 잡을 수 있다. 관성센서란 비행기의 자세 정보를 감지하는 고가의 장비로 사람의 자세를 잡도록 도와주는 세반고리관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이 부품 없이 비행기가 자동 이착륙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기 교수팀은 위치, 고도, 속도 등 기존의 GPS 정보를 바탕으로 비행기의 기울기 같은 자세 정보를 계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 교수는 “관성센서는 고장에 취약하다”며 “1983년 ‘KAL기 격추 사건’의 원인도 관성센서의 고장 때문이었는데, GPS 사용으로 그와 같은 참사를 막을 수 있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GPS 수신기는 관성센서(약 2만 달러)보다 10분의 1에서 100분의 1 정도 싸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면 초경량 비행기에도 안전하고 값싼 비행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의 다음 목표는 앞으로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열릴 세계 무인항공기 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기 교수는 “머지않아 세계대회 우승도 넘볼 만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2001년부터 시작됐다. 기 교수는 처음에 ‘관성센서 없는 무인항공기의 자동 이착륙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한 학생은 기 교수에게 이번 연구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30여 분에 걸쳐 설명하며 만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몇 년의 연구 끝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가능성을 엿봤다. 그러나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의 벽을 뚫고
 
   
 
 
기 교수는 “자동 이착륙에 성공하기까지 비행 실험을 200회에 걸쳐 반복했는데, 20여 회 추락하고 비행기가 완파된 것만도 5회”라고 밝혔다. 기체 가격은 500만원이지만 여기에 자동 이착륙 실험장비를 탑재하면 대당 가격이 3000만원에 이르는데, 이런 비행기가 추락할 때마다 새 비행기 살 돈을 구하느라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잠시 감회에 젖던 기 교수는 “두려움이란 마음의 벽을 뚫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험은 실패를 통해 완성된다”며 “자신과 학생들을 끊임없이 격려한 덕분에 성공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기 교수는 GPS와 유사한 개념의 의사위성(pseudolite), 컴퓨터 비전(vision)을 무인항공기에 활용하는 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의사위성이란 GPS 위성과 유사한 신호를 보내 수신기로 하여금 마치 또 하나의 GPS 위성으로부터 전파를 수신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도록 해주는 일종의 전파 송출 장치다. 쉽게 말해 지상에 있는 GPS 위성이라고 할 수 있다. 비전 연구는 무인항공기에 장착된 카메라로부터 얻은 영상에서 목표물을 인식하고 위치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다방면의 연구를 동시에 추진하기 때문에 기 교수는 연구실을 핵심기술별로 나눠 각 팀장의 지휘 하에 운영되도록 지도하고 있다. 그는 팀 간 조율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연구와 관련된 일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일에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 교수는 어려서부터 물리학과 항공우주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그가 의사가 되기를 원했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못한다면 평생 상처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인 항공우주공학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세상은 내가 바꾼다

기 교수는 “원하는 일을 스스로 선택해 노력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은 열리기 마련”이라며 “특히 공학은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비전을 보여주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면에서 그는 요즘 학생들이 안정적이고 편안한 직장만을 좇는 세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10~20년 뒤를 내다볼 줄 아는 안목을 가진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며 “항공우주공학 분야에서도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학도라면 의사소통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꼭 필요한 시점에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고 있다.

기 교수는 “항공우주공학을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수학, 물리학, 지구과학에 대한 기초지식을 쌓고 영어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인항공기를 포함한 항공우주공학을 공부하기 전에 기술의 가치를 잴 수 있는 외교적, 윤리적 소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왜냐하면 이 분야는 국익과 직결돼 그릇된 가치관은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인항공기 산업은 세계적으로 매년 15%씩 성장해 차세대 유망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기 교수는 이 분야에서 ‘대한민국 넘버원’을 넘어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이번 여름방학도 뜨겁게 보낼 계획이다.

P r o f i l e
1984년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4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항공우주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여러 해 동안 국제항법학회에서 아시아대표를 지냈으며 건설교통부와 행정자치부의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1996년부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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