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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자동차신화 주인공 이충구 전 현대자동차 사장
분야 산업기술/자동차 날짜 2011-04-04
대한민국 자동차신화 주인공 이충구
끊임없이 진화하는 자동차처럼 당신도 진화해야 한다
| 글 | 장경애 기자 ㆍkajang@donga.com |

 
 
   
 
 
이충구 현대자동차 전 사장은 미래 엔지니어에게 “사회 진화의 방향을 예측하고 진화할 준비를 갖추라”고 강조한다.
“34년 동안 33종의 자동차 새 모델을 개발했으니 저야 말로 행운아죠. 늘 차 좀 빨리 뽑아달라는 청탁 아닌 청탁 속에 살았어요.”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자동차 신제품 개발의 산파 역할을 한 이충구 전 현대자동차 사장의 말이다. 이 전 사장의 손을 거친 자동차는 대한민국 최초 고유모델인 포니를 비롯해 엑셀, 프레스토, 엑센트, 엘란트라, 아반떼, 마르샤, 쏘나타, 그랜저, 에쿠스까지 이른다.

그는 1960년대 말 포드차의 조립생산기지에 불과하던 대한민국을 세계 16번째 자동차 생산국으로 만들고 더 나아가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에 당당히 진출해 달러를 벌어들인 자동차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포니’ 탄생시킨 ‘이대리 노트’
이 전 사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1969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당시엔 포드차의 도면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사람도 없는 상황이었다”는 그는 “돌아가신 정주영 회장이 우리나라 고유모델 자동차를 만들려는 의지가 자동차 산업의 출발점이었다”고 회고했다.
 
   
 
 
1970년대 초 ‘이탈디자인’사에서 보고 들은 자동차 스타일링과 설계과정을 기록한 ‘이대리 노트’. 훗날 대한민국 고유모델 자동차 1호인 ‘포니’를 탄생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동차의 기본 골격이 되는 엔진, 트랜스미션, 프레임 등을 포함한 플랫폼이 필요하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플랫폼을 구하기 위해 GM사와 포드사의 문을 두드렸으나 거절당했다. 다행히도 일본 미쓰비시사의 구보 회장이 고 정주영 회장이 이끌던 현대자동차를 도와주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었다. 플랫폼이 있어도 고유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스타일링과 설계가 필요했기 때문. 이때 이 전 사장과 동료 4명은 스타일링과 설계를 위해 이탈리아로 날아갔다. 당시 그곳에서 21세기 자동차 디자인의 거장 조르제토 주지아로를 만났다. 주지아로가 이끄는 ‘이탈디자인’사는 한국의 첫 고유 모델인 포니의 스타일링과 설계 디자인을 맡아서 시행한 곳이다.

이것이 그의 자동차 인생에서 첫 번째 행운이었다. 그가 두 번에 걸쳐 이탈리아에서 지낸 1년 6개월은 엄마가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 온갖 정성으로 뱃속의 아이를 기르는 10달에 비유할 수 있다. 그는 거장 주지아로가 설계하는 과정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당시 대리였던 이 전 사장은 설계 사무실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낱낱이 기록했다. 심지어 설계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제도기까지도 그림으로 남겼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동료들과 밤새워 세미나하면서 알아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대리 노트’. 서너 권에 이르는 ‘이대리 노트’는 훗날 현대자동차의 맏아들격인 포니를 탄생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시련이 행운?

하지만 그에게도 시련의 그늘은 크게 다가왔다. 1986년 자동차 왕국인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10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시장에서 힘들었지만 자동차를 제대로 배운 것 또한 그때였다”며 현대자동차의 기술력은 “독일과 일본 자동차와 경쟁하면서 업그레이드됐다”고 밝혔다.
 
   
 
 
2000년 현대자동차 사장 시절 발명의 날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뒤 부인, 두 딸과 함께 찍은 사진.

혹독한 시련이 그의 인생에서 두 번째 행운이 된 셈이다. 이 전 사장은 전 세계의 모든 자동차를 다 타봤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자동차 시승 마니아다. 그는 시승하면서 엔진 소리, 핸들 조작 느낌, 주변 기기와 운전자의 시선방향 등 관련 사항을 기록한다. 새로운 모델 자동차의 출시를 앞두고 이 전 사장은 서류에 최종 승인하기 전에 반드시 자동차를 몰아본다. 자신이 직접 타보고 난 뒤 ‘OK’ 사인을 한 자동차라야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평생을 자동차와 함께 한 그는 요즘 대학생들과 캠퍼스의 신록을 즐기고 있다. 국민대 자동차공학전문대학원에서 자동차 산업 현장에 대한 강의도 하고 미래 엔지니어가 갖춰야 할 덕목도 들려주고 있다. 그는 “엔지니어는 과학, 엔지니어링, 예술적 감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보헤미안 지수?를 높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언뜻 보면 달라 보이는 영역의 능력을 융합해 창의적인 능력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동차는 유기체
 
   
 
 
1975년 이탈리아 모델실에서 ‘포니’와 함께한 이충구 전 사장.
이 전 사장은 시골에서 방앗간을 운영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을 기억하며 늘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방앗간의 고장난 기계가 아버지의 손을 거쳐 다시 돌아가는 것을 보며 그는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 또 힘든 방앗간 일에도 늘 미소를 지으며 행복하게 일을 즐긴 어머니의 모습은 자신에게도 대물림됐다고 믿는다. 40년 넘게 열정적으로 자동차 신화를 일궈온 동력이 부모님인 셈이다.

그가 평생을 함께한 제2의 가족인 자동차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는 “자동차는 끊임없이 진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유기체”라고 대답한다. 1914년 포드사의 ‘T 모델’을 시작으로 자동차가 대중화된 뒤 자동차는 현대 문명의 대표적인 산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면서 자동차는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고 있다. 그는 “자동차의 진짜 진화는 이제부터”라며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비롯해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같은 그린카로 진화하며 영원히 인류와 함께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진화하는 자동차처럼 미래의 엔지니어도 사회 진화의 방향을 예측하고 진화할 준비를 갖추라”고 당부했다.

P r o f i l e
1945 출생
1967 서울대 자동차공학과 졸업
1969 현대자동차 입사
1987~1990 현대자동차 상무
1991~1993 현대자동차 전무
1993~1999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장(부사장)
1999~2002 기아자동차 통합연구개발본부장(사장)
2002 현대자동차 상임고문
(주) 엔지비(현대차 그룹사) 사장
2003~2005 서울대 공대 초빙교수
2005~현재 국민대 자동차공학전문대학원 교수

보헤미안 지수
한 지역에 화가, 무용가, 작가 등 예술가들이 얼마나 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하이테크 산업이 밀집한 창조적 중심지는 보헤미안 지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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