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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안전의 수호자 -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분야 환경기술.에너지/기타 날짜 2011-04-04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원자력 안전의 수호자
| 글 | 장승현ㆍ서울대 원자핵공학과 04학번 |


꽃샘추위가 봄을 시샘해 유난히 춥던 3월 초, 눈 덮인 교정에서‘원자력 안전의 수호자’로 통하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이은철 교수를 만났다. 한국원자력산업 발전에 평생을 바쳐온 그의 목소리를 담았다.


 
 
   
 
 
“경험상 제일 안타까운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자력 하면 핵폭탄을 떠올린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원자력 발전소가 핵폭탄처럼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대화의 서두를 원자력 안전으로 시작했다. 그의 말처럼 많은 사람이‘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같은 일을 떠올리며 원자력을‘기피대상’으로 여긴다. 하지만 40여 년간 원자력 분야에서 한길을 걸어온 그의 얼굴엔 원자력 안전성에 대한 강한 확신이 드러났다. 그가 말하는 원자력 안전이란 무엇일까.


원자력 안전은 예방이 최우선

“원자력은 기존의 대체에너지 중 가장 실현가능하고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며 대용량이란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술이 그렇듯 원자력 역시 사람이 만든 기술이라 실수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원자력 안전이란 바로 이런 사고 가능성을 줄이는 과정입니다.”

이 교수는 자동차 안전표지판을 예로 들어 원자력 안전철학을 설명했다. 보통 도로 위에는과속차량 단속용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그 앞에는 전방 몇m에 단속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다. 과속차량 단속용카메라를 설치하고 그 앞에 안내표지판을 세운 모습은 모순처럼 보인다. 하지만 거기에는 나름의 뜻이 숨어있다.

운전자가 과속을 하지 못하도록 미리 경고해 자동차 사고의 발생빈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그는“원자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이 원자력 안전의 최우선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안전벨트와 에어백이 사고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된 것처럼 원자력 안전의 두 번째 철학은 사고가 났을 때 그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설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만약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의 여파가 외부환경에 전달되지 않도록 크고 매우 안전한 격납 건물로 원자로를 덮어 사고피해를 막는 일이라고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고가 날지 예측해 원자로를 설계하고 예방법과 대처요령을 교육하는 전 과정이 원자력 안전에 포함되는 것이다.


 
   
 
 
원자력의 르네상스

원자력 안전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진 이 교수는‘원자력(핵공학)의 르네상스’시대가 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1954년 상업용 원자력 발전이 처음 시작된 뒤 원자력 발전소에서 몇 번의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뒤 전 세계는 원자력을 위험한 존재로 분류하고 기존에 마련했던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을 철회하고 다른 대체에너지 자원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 원자력만큼 대용량의 청정에너지를 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는 자원을 찾지 못했습니다. 특히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에너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원자력 발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는“앞으로 핵융합이 상용화되는 2050년경 전까지 원자력 발전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고유가와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해 원자력 발전은‘청정에너지’라는 면모가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원자력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돼 30년 만에 15기 이상의 원자력 발전소를 새로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뿐만 아니라 영국을 비롯한 유럽 13개국과 중국, 인도, 호주 역시 원자력 발전소의 신규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이미 20기의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고, 4기는 건설 중이며 4기는 계획중이다.

“핵융합이 상용화되는 2050년경전까지 원자력 발전이 에너지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입니다.”

“한국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는 1978년 고리에 세워졌습니다. 우리가 새로 지은 아파트에 들어갈 때 건설회사가 지어놓은 집에 열쇠를 받아서 들어가는 것처럼, 당시 외국기술에 의해 완성된 원자력 발전소의 운영권을 우리가 넘겨 받았습니다.”

그 뒤 3호기부터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부분적으로, 8호기부터는 공동으로 참여했다. 10호기부터는 우리 기술로 짓고 외국으로부터 자문을 받았다. “기술 자립도는 95% 정도입니다.

5%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 선점한 기술로 사용하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충분히 100% 자립이 가능합니다.”


40년 만에 이룩한 기술 자립

원자력 분야가 한국에 뿌리를 내린 지 40여 년만에 95% 정도의 기술 자립을 일군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원자력 설비에서도 세계 6위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최근에는 루마니아, 중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 우리의 원자력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이 교수의 어린 시절 꿈은 우주로 가는 로켓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가 중학생이던 1957년 옛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발사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는 2년 뒤 설립됐다. 당시에 그는 원자핵공학과가 로켓을 만드는 학과인줄 알고 대학에 들어갔다. 실제 배우는 내용은 달랐으나 원자핵공학의 매력에 푹빠졌다.

국내 원자력산업의 성장과 함께한 이 교수에게 정년까지 앞으로 5년이 남았다. 남은 기간 동안 그는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 안전성, 핵비확산성,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계속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가장 큰 소망은 설계 단계부터 개발까지 참여한 차세대 신형 경수로‘APR1400’의 완성을 보는 일이다.

APR1400이 완공되는 2014년 대한민국 원자력산업은 한걸음 더 전진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를 것이다.

P r o f i l e

1969년 서울대 원자핵공 학과를 졸업한 뒤 1971년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1976년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원자핵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가 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안전자문위원을 역임했다. 2003년부터 2년 간 한국원자력 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1977년부터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이자 원자력정책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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