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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진주 석유탐사의 최고봉 -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신창수 교수
분야 환경기술.에너지/자원 날짜 2011-03-31
검은진주 석유탐사의 최고봉
신창수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 글 | 김명우 서울공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05학번ㆍaster_mw@hotmail.com |


작년 5월 서울대 실험실 벤처기업이 석유탐사 기술을 해외 유명 기업에 수출해 화제를 모았다.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신창수 교수가 이끄는 벤처기업 신스이미징테크놀로지가 바로 그 주인공. 일부 선진국에서만 독점해 온 석유탐사 기술을 자체 개발하며 한국 석유산업의 미래를 개척하고 있는 신 교수를 직접 만나봤다.

“대략 5~15년 앞선 기술입니다. 지하구조를 3차원으로 영상화하기 위해선 1만대 이상의 컴퓨터를 3개월 정도 꾸준히 가동해야 합니다. 전기료만 10억 원이 들 정도죠.”

지난해 5월 상용화에 성공한 ‘3차원 지하구조 영상화 기술’에 대한 신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 기술을 미국 석유탐사 자료처리 전문업체 GX테크놀로지에 2005년 12만5천달러, 향후 5년간 매년 6만 달러의 기술료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이 기술은 지층구조에 따라 진동파의 전달 속도가 다르다는 원리에 착안했다. 지층에 다이너마이트 등으로 강한 충격을 가한 뒤 거기에서 발생한 진동파의 속도를 측정해 이를 3차원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병원에서 초음파 로 태아를 관찰하는 것과 같은 원리지만 그 규모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신 교수는 1999년 과학기술부의 ‘국가지정연구실’로 지정된 뒤 3년 동안 원천기술 개발에 힘썼으며, 2003년부터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서상용 박사팀의 기술지원을 받아 이 기술을 완성했다.

석유탐사 관련 기술은 그동안 미국,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이 사실상 독점해왔다. 그런 가운데 국내 기술이 해외 유수 기업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특히 턱없이 부족한 연구지원 환경 속에서 일궈낸 성과이기 때문에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


“가슴 속에 열정이 있어야죠”

 
   
 
 
대학시절만 해도 남들처럼 평범한 대학생이었다는 신 교수. 그러나 미국 석유회사 아모코에서 일하는 동안 한 두편의 논문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는 차츰 이 분야에 흥미를 느끼고 더없는 열정을 갖게 됐다.

“미국 석유회사 한 곳의 매출이 우리나라 총 GDP보다 많습니다.”

현재 전세계 석유산업의 시장규모는 3조 달러다. 하지만 신 교수는 “지금까지 발견된 유전은 전체 매장량의 3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석유가 없다기 보다 정확히 발굴해낼 기술이 아직 부족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이제껏 지하자원, 특히 석유에 관해서는 하늘도 무심하다던 우리나라에도 북한과 동해 인근에 석유가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순수한 연구를 넘어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아모코 연구원 생활을 통해서다. 자본주의 힘의 원리를 보여주는 석유산업의 엄청난 규모와 일확천금과도 같은 가슴 설레는 ‘한방’의 가능성을 몸소 경험했던 것이다.


석유산업은 자본주의의 꽃

신 교수가 기술 계약을 위해 미국의 한 석유회사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007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검문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그는 그 회사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어렵게 문턱을 넘어서긴 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회사 안에 있는 동안 그는 직원의 동행이 없으면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갈 수 없었다.

무엇이 한 나라의 국가 정보원도 아닌 일개 기업의 보안을 그토록 철저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는 그것이 석유산업이 지닌 힘이라고 말한다. 석유가 묻혀있을 만한 곳을 알려주는 지도 한 장의 가치는 수 백억 달러를 웃돈다. 어쩌면 엄격한 보안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그에겐 나라의 부를 좌우하는 산업에 종사한다는 연구원들의 엄청난 자부심도 인상적이었다. 이런 경험들은 그가 벤처를 창업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거기에다 신 교수는 “이공계도 의·약대 못지않게 해볼 만한 영역이라는 점을 후학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직접 기술개발 전선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몇 년 후 그는 대한민국의 석유탐사 수준을 한단계 올려놨다.

“뉴욕 증시에 진출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5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말이죠.”


“국내 GDP를 두 배로 만들 겁니다”

“솔직히 회사를 운영하다보니 전문 지식 외에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죠. 경영감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기술, 법률지식 등이 필요할 때가 많았어요. 학생들이 눈앞의 지식보다는 넓고 크게 보는 안목과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신 교수는 글로벌한 시대에 공학인이 갖춰야 할 첫 번째 소양으로 ‘영어 글쓰기’를 꼽았다. 외국에서 서로가 한국인임을 알아보기 위해 ‘Do yon Korean?’이라고 묻거나 한술 더 떠 ‘Yes, I can Korea’이라고 답할 정도로 아직도 영어에 서투른 한국인이 많은 게 현실이다. 세계 시장에서 자신의 기술력을 표현하고 훌륭한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말하기뿐만 아니라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석유 탐사부문에 있어서 SCI 논문 수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신 교수는 과학을 통해 땅 속을 볼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찾고 있단다. 세계 최초로 진행되고 있는 ‘파형역산기술’을 첫번째 목표로 잡았다.

신 교수는 이 기술을 통해 지하구조의 정확한 속도 모델이 밝혀지면 땅 속을 유리알처럼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석유탐사 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정도로 이 기술의 파급효과는 상당하다.

이쯤 되면 꺼질 줄 모르는 그의 열정이 조금은 수그러질까? 스스로 공학도들에게 하나의 역할모델이 되고 싶었다는 그의 꿈은 이미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그 어떤 곳까지 다다라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손에서 아모코 이상의 성대한 기업이 이뤄지길 꿈꾸는 건 지나친 기대일까?

우리나라 GDP가 두 배로 되는 날이 그를 통해 한층 앞당겨지길 기대해본다.

Profile

1979년 한양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미국 오클라호마주 툴사대에서 박사를 받고 미국 석유회사 아모코에서 3년간 일했다. 1996년부터 서울공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실험실 벤처기업 신스이미징테크놀로지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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