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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그래픽이 만든 게임 세상 - (주)게임빌 사장 송병준
분야 문화기술.과학커뮤니케이션/게임
정보기술.컴퓨터통신/기타
날짜 2011-03-31
컴퓨터그래픽이 만든 게임 세상 - (주)게임빌 사장 송병준

| 글 | 이윤화 기자ㆍida@donga.com |


휴대전화로 독도 앞바다에서 대서양까지 돌을 튕긴 사람. 모바일 게임 마을의 수장 송병준(31) 사장을 만났다. 그와 함께 3차원 그래픽 시대를 맞고 있는 모바일 게임의 세계에 들어가 보자.

“게임을 끝내면 엔딩 메시지가 뜨잖아요. 이것을 전파 메시지로 만들어 60광년 거리 이내에 있는 행성에 쏘아 보내는 겁니다.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외계인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올 수도 있잖아요”
게임빌의 송병준 사장은 5월에 출시되는 모바일 게임 ‘놈투’의 엔딩을 이야기하며 눈빛을 반짝였다. 기발한 엔딩 메시지를 제공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파연구소(NSAU)까지 찾아가 계약을 맺었다는 송 사장은 휴대전화 액정 안에 우주를 향한 꿈을 담고 싶어 했다.

게임빌은 작년 한 해 동안 휴대전화로 즐기는 게임 ‘2004 프로야구’와 ‘놈’을 통해 100만 이 넘는 다운로드 건수를 기록한 국내 3대 모바일 게임 회사다. 송 사장은 ‘놈’이라는 게임을 특히 아낀다. 게임은 주인공 ‘놈’이 휴대전화 액정화면의 4면을 모두 활용해 뛰어다니는 식으로 진행된다. 길거리에서 휴대전화를 360도 돌려가며 버튼을 눌러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놈’을 즐기고 있는 중일 것이다.

어떤 아이템을 해야 독창적일까 고민하다가, 모니터는 돌리지 못하지만 휴대전화는 마음대로 돌릴 수 있다는데 착안해서 만든 순수 창작 모바일 게임이 ‘놈’이다. 그림자처럼 생긴 단순한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어 기존 모바일 게임의 틀을 바꿨다.
“휴대전화 게임의 그래픽은 온라인 게임처럼 많은 메모리를 사용할 수가 없어요. 그 한계 안에서 동작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용량은 최소화하면서도 뛰는 동작 같은 다양한 동작들을 만들어내는 거죠.”

열정을 현실로 끌어내다
 
   
 
 
송병준 사장은 1998년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2001년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서울대 창업동아리 '벤처'의 초대회장을 지냈고 2000년에 (주)게임빌의 전신 피츠넷을 창업했다. 2002년 한국모바일협회(KMGA) 초대회장을 맡기도 했다. 취미로 재즈피아노를 즐기는 그는 작년 말 결혼한 예비 아빠다.
차분한 목소리와 깔끔한 헤어스타일의 송 사장은 ‘날라리’와 ‘모범생’을 반쯤 섞어놓은 인상이었다. 그저 수학과 과학이 좋아 공대를 택했고 성적보다는 미팅에 관심이 많았다고 장난스럽게 말한 송 사장은 창업에서만은 대단한 열정을 발휘했다. 서울대 창업동아리 ‘벤처’의 초대회장을 지내며 벤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 모의 사업 기획서도 작성해보고 창업한 선배들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창업은 동아리 활동을 하며 오랫동안 생각해왔습니다. 어떤 아이템으로 할까 궁리하다가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을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에 게임 사업으로 정하게 됐고요. 게임 마니아는 아니었어요.”

시장성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당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게임 사업이야말로 없던 것을 만들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창업동아리 활동을 해온 그를 인상적으로 본 주변사람들의 권유도 벤처를 하기로 한 결단에 무게를 더했다. 지나고 보니 창업의 길이 정해진 수순과도 같았다는 송 사장. 그러나 막상 창업에 모든 것을 걸기까지의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창업을 정말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할 때… 졸업 후 공부를 더 할 수도 있고 기업에 갈 수도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남들 다 가는 학교나 연구소에는 도저히 못 앉아있겠더라고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을 보니 고민이 대단했나보다. 일단 창업을 하기로 정하고 나서야 마음이 편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
결단은 자본금 5000만원과 2억원의 투자금으로 게임빌의 전신 피츠넷을 세우면서 실현됐다. 2000년 당시 10명의 동료들과 웹에서 보드게임 같은 간단한 게임부터 만들어 팔았다.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모바일 게임도 같이 시작했는데 2003년 말부터 온라인 게임 쪽은 완전히 접고 모바일 게임에 주력하기로 했다.

1억원을 넘게 투자한 온라인 게임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쪽으로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과감히 결정했다. 당시에 회사를 이끌어가기가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회사 운영은 늘 어려웠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대답했다.
“월급을 주지 않은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 열심히 뛰어다녀야만 했죠. 기대했던 만큼 성과가 없을 때나 사람들이 제 뜻에 따라주지 않을 때 힘들었습니다.”

스물여섯 살 사장이 회사를 운영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얼마 안되는 기술자에 의존했던 당시 게임 산업의 특성상 한 두 명만 빠져나가도 공백이 커,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기가 특히 어려웠다. 5년째 사업체를 이끌어온 송 사장은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사원을 말할 때 ‘가족’이라는 표현을 썼다. 사람의 중요성을 알기에 함께 일할 가족을 뽑을 때도 여럿이 심사를 하고 직접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
송 사장은 어떤 사람을 원할까? 게임이 좋아서 이 일을 할 사람, 게임을 잘 이해하는 사람, 뭔가 한 가지라도 그것만은 정말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창의력을 제일 요건으로 꼽았다.

“창의력이 제일 중요해요. 사람 머릿속에서 뭔가가 나와서 그게 바로 산업이 되는 사회니까요.” 그러면서 스스로는 창의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한다. 자신의 역할은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러 의견을 듣고 자신의 생각과 거리를 좁혀나가면서 함께 나갈 방향을 정하는 과정이 자신에게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스스로 ‘막무가내’형의 CEO도, ‘주도면밀’형 CEO도 아니라고 말한 송 사장. 그는 두루두루 여러 사람의 의견을 많이 들으려 노력하는 개방적인 동료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모바일 게임을 향한 도전
 
   
 
 
게임빌은 이제 세계 시장을 향하고 있다. 최근 영국의 거대 게임 사업자와 계약을 맺어 미국, 유럽 등지의 주요 이동통신사에 이 회사의 ‘물가에 돌튕기기’ 게임을 서비스하게 됐다. 올해 여름쯤이면 미국에서도 휴대전화로 돌을 튕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세계의 게임 마을을 누빌 채비를 마친 송 사장은 해외사업 현황에 대해 말하며 자신감을 비쳤다.
송 사장은 게임 기술 쪽에서 올해 특히 발전할 분야로 3D 게임과 게임폰, 무선 네트워크 게임을 들었다. 시스템이나 망이 계속 빨라지고 비용도 내려가면 3D 같은 고용량의 수준높은 게임 또한 계속 발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필요한 기술이 컴퓨터그래픽이다. 아직까지 모바일 게임에서는 타일(점)을 조합하는 방법으로 여러 움직임과 이동을 만들어냈다. 2차원 게임은 이런 기술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3차원 게임 화면을 구성하려면 위피(Wipi)라는 무선인터넷 플랫폼에서 컴퓨터그래픽 프로그램들을 활용해야 한다. 현재 게임빌의 프로그램 개발팀에서는 ‘네모’라는 3차원 퍼즐형 게임을 준비 중이다.
“현재 한국에 모바일 게임 업체 수는 많은데 선진국 게임 기업에 비해 규모가 너무 작아요. 그러다 보니 모바일 게임이 사용자가 바라는 만큼 고급화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찍어내고 있는 식이죠.”

송 사장은 정체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이야기를 꺼내며 이제는 기업의 규모도 키우고 사용자가 바라는 것을 먼저 개발하는 적극적인 공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 ‘놈투’의 엔딩 메시지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이 게임이 ‘의식을 에너지로 된 육체에 실어 자유롭게 움직인다’는 유체이탈을 소재로 한 만큼, 우주로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에 사용자들의 꿈과 소망을 대신 실어주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파법 때문에 실현하기 어려운 이 독특한 아이디어를 ‘그래 해보자’고 적극 추진한 사람은 송 사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강조했다.

“제가 학교에서 얻은 것은 이런 소중한 인맥과 논리적인 사고, 그리고 기술의 흐름을 볼 줄 아는 눈이었습니다.”
기술의 흐름을 읽는 눈은 IT 산업에서 특히 중요한 요소인데 이것을 학교에서 길러둔 게 장점이 됐다고 했다. 앞으로 배울 것도 해나갈 일도 너무 많다는 송 사장. 그가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남겼다.

“요즘 후배들을 보면 점점 도전정신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남들 따라서 안정만 추구하지 말고 자기 소신대로 살면 된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글로벌한 시각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요. 영어는 당연하고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도 겸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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