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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량은 공학과 미학의 결정체 - (주)DM엔지니어링 사장 김우종
분야 산업기술/토목 날짜 2011-03-31
교량은 공학과 미학의 결정체 - (주)DM엔지니어링 사장 김우종
 
| 글 | 강석기 기자ㆍsukki@donga.com |

바다나 강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놓여있는 다리. ‘토목 기술의 꽃’이라는 교량을 설계하는 김우종 사장은 20년째 교량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 칠순에도 설계도를 그리는 엔지니어이고 싶다는 그를 만나보자.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서해대교가 나타나면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교량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DM엔지니어링의 김우종 사장은 자신의 대표작을 들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이렇게 대답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상적인 다리의 하나가 그의 작품인 것이다. ‘토목 기술의 꽃’이라는 교량 설계 전문엔지니어인 김 사장은 최근 국내에 건설되는 주요 교량 설계에 참여해 주목받고 있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 사장은 공부 잘 하는 학생으로 서울대 공학계열에 무난히 들어갔다. 당시는 2학년이 되면 학과를 정하는 시스템이었는데 그는 건축과를 생각했다.
“사업을 하시던 아버님이 좀더 스케일이 큰 토목과를 권하셨습니다. 당시 해외건설 붐도 있었구요.”
결국 토목공학과를 택한 김 사장은 곧 공부에 흥미를 느꼈다. 최적 구조물을 설계하는데 수학이 필수적인 도구여서 수학을 좋아하는 그의 적성과 딱 맞아떨어졌던 것. 게다가 공대 전산실에서 컴퓨터를 배우는 즐거움도 쏠쏠했다. 당시는 PC가 나오기 4~5년 전이었으므로 이공계생 가운데서도 컴퓨터를 접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흔히들 토목하면 ‘삽질’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가장 효율적으로 삽질을 하려면 먼저 계산을 많이 해야해요.”

김 사장이 관심이 많았던 분야는 설계에 기초가 되는 구조공학으로 미분방정식, 적분, 확률, 매트릭스 등 다양한 수학적 기법을 사용한다. 구조공학 연구로 석사학위를 마치고 박사과정에 합격한 후 김 사장에게 처음으로 자유시간이 생겼다. 당시 이공계에 대체 복무로 6개월을 근무하는 석사장교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하반기에 입대 예정이라 상반기가 비었던 것.
“그냥 놀까 하다가 사회 경험도 쌓는다는 생각으로 토목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삼우기술단이라는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도 대기업을 선호하는 분위기였으므로 그도 6개월만 다닐 심산이었다.
“퇴사를 하려는데 회사에서 휴직을 권하더군요. 그때만 해도 도면에 작도하고 일일이 손으로 계산하던 시절이었는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설계에 도입한 제가 참신해 보였던 모양입니다.”

회사를 다닐 때는 그냥 그랬는데 막상 떠나보니 생각이 많이 났다. 설계도 재미있고 동료들도 좋았다. 결국 6개월 복무를 마친 뒤 복직한 그는 회사의 배려로 박사과정을 병행했다.
공부와 실무를 함께 하며 실력을 쌓아가던 그는 프랑스로 3개월간 출장을 가는 기회를 갖게 된다. 회사가 올림픽대교 공모에서 뽑혀 본격적인 설계를 위해 파트너인 프랑스 회사와 공동 작업이 필요했다.

프랑스 엔지니어에게 감명 받아
“그들과 일하면서 엔지니어란 과연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많이 느꼈습니다. 저도 그들처럼 진정한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죠.”
올림픽대교처럼 주탑에 연결된 끈이 다리 상판을 당겨주는 형태인 사장교의 구조를 다룬 그의 박사학위 졸업논문은 이런 현장 경험이 잘 반영돼 있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 뒤 교량설계팀장이 된 그는 서해대교 공모에 참가해 10여 곳의 경쟁자를 제치고 당선됐다.

“서해대교는 총길이 7.36km로 중간에 주탑 사이가 470m인 사장교가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였습니다. 바다 위에서 공사를 해야했으므로 설계에 난해한 부분도 많았죠.”
그는 17명의 팀원과 함께 밥먹듯이 밤을 새우며 설계를 완성했다. 이렇게 엔지니어로서 실력과 경험을 쌓아가던 중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졌다. 1995년 경영부실로 회사가 문을 닫게 됐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뛰어난 엔지니어가 맘놓고 일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깨닫고 자신이 직접 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DM엔지니어링은 교량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국내 최초의 회사입니다. 저희 직원의 90% 이상이 엔지니어입니다.”
김 사장의 창업은 시기적으로 운이 좋았다. 마침 남해의 다도해를 40여개 다리로 잇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서해대교란 고난도의 다리를 설계한 경험을 바탕으로 김 사장은 거금연도교, 무영대교, 녹산대교 등을 잇따라 설계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소록도와 거금도를 잇는 거금연도교는 총길이 3km, 주탑사이가 480m인 사장교를 2층으로 설계한 독특한 구조다. 위층은 차가, 아래층은 사람이 다니게 돼 있다.
“예전에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도로를 연결하는 기능에만 충실한 다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기능성과 미려함이 조화된 다리가 필요합니다. 지역 명물로 관광에도 한 몫을 하니까요.”

최근 DM엔지니어링은 거제도와 가덕도를 잇는 거가대교를 설계했다. 거제도, 가덕도, 부산을 연결하는 총규모 1조3천억원인 대형 프로젝트의 일부다. 거가대교는 다리 길이 919m인 사장교로 주탑 사이 거리가 475m인데 미려함이 특히 돋보인다. 김 사장은 “수년 뒤 이들 다리가 완공되면 남해안의 풍경이 바뀌는 것은 물론 사람들의 생활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관광객이 급증하고 섬에 사는 주민의 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김 사장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교량건설 붐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이나 동남아에서도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교량설계에서 지난 20여년 동안 쌓은 노하우로 외국사와의 수주 경쟁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다.

해외진출도 모색
“현재 저희 회사에는 교량 전문엔지니어가 40명이나 됩니다. 이들은 모두 박사나 석사 또는 기술사로 최고의 다리를 설계할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일한 길은 고급 엔지니어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김 사장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틈만 나면 외국의 교량이나 건축물을 참고하고 책도 많이 읽는다. 또 미술 전공자들과 함께 일하며 공학적으로 구현이 가능한 미적 구조물을 찾고 있다.
“유럽에 가보면 머리가 하얀 칠순의 엔지니어가 젊은이들과 함께 일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전문지식을 갖춘 엔지니어는 정년이 없기 때문이죠.”
회사를 경영하면서도 여전히 설계에 참여하고 있는 김 사장은 실력만 있다면 평생 일할 수 있는 엔지니어란 멋진 직업에 젊은이들이 뛰어들기를 기대했다.



김우종 사장은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동 대학원에서 사장교의 구조공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 토목설계 전문회사인 (주)삼우기술단에 입사해 교량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1999년 국내 최초의 교량전문설계회사인 (주)DM엔지니어링을 창립했다. 김 사장이 설계에 참여한 교량으로는 올림픽대교, 엑스포교, 서해대교, 소록도와 거금도를 잇는 거금연도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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