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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파 학자의 30년 물 사랑 - 인하대 공대 심명필 학장
분야 산업기술/토목
환경기술.에너지/기타
날짜 2011-03-31
행동파 학자의 30년 물 사랑 - 인하대 공대 심명필 학장
환경을 생각하는 토목공학자
| 글 | 박근태 기자ㆍkunta@donga.com |


 
   
 
 
심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일중독자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1주일이 빠듯하다. 어쩌다 시간이 남게 되면 쉴 궁리보단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해외출장을 나가서도 절대 한눈파는 일은 없다. 설상가상 공대 학장을 맡게 되면서 그런 증세는 더욱 심해졌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밀렸던 결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집안에 상중임에도 인터뷰 약속에 출장계획까지 잡혀있는 것만 봐도 그 증세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심 교수에겐 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인하대 공대학장, 건설교통부 댐건설조정위원, 한국수자원학회 부회장, 대한토목학회 부회장, 여기에 환경단체 이사까지. 그의 이력서에 빼곡히 올려진 맡고 있는 직책만 봐도 짐작이 간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일이 좋습니다. 벌여놓은 일도 많고 이것저것 책임질 일이 늘어나면서 시간을 아껴 쓰고 있답니다. 그러다 보니 간혹 일이 없을 때는 불안하기도 하더라구요.”
그나마 요즘은 나은 편이라고 한다. 얼마전만 해도 그는 몸이 10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그 중 하나가 학교 신축 건물로 공대를 이전하는 일이었다. 무려 5백개나 되는 공대 실험실을 한꺼번에 옮기는 ‘대역사’였다. 학장인 그로서는 안전점검에서부터 실제 이사까지 직접 꼼꼼히 챙겨야만 했다.

그런 중에도 연구는 언제나 우선이었다. 지난 10월초 그는 국내 주요 중소하천 5백개의 건천화 원인을 파헤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의 교수 20여명, 수자원 연구자 4백명이 동원된 큰 프로젝트였다. 연구 결과에 대한 각계의 반응도 기대 이상이었다. “2년 걸렸습니다. 전국의 산천을 직접 다니며 다리품을 팔았죠. 직접 사진을 찍고 실태와 문제점, 해결 방안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습니다.”



현장 좀더 가까이 느끼고 싶어
 
   
 
 
심 교수가 처음부터 토목공학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지금이나 그때나 어린 학생의 눈에 보이는 공학은 거기서 거기였다. 특별한 생각없이 입학한 곳이 서울대 토목공학과였다.
“그냥 실험실에 있는것 보다는 현장이 더 좋아보였습니다. 자연에 나가 있는 것이 좋았고 무엇보다 공부하는 대상의 스케일이 커서 맘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시국은 젊은 학생들을 강의실에 잡아두지 못했다. 연일 끝없이 이어진 시위와 휴교. 69학번이었던 그는 4년 내내 공부에 부족함을 느꼈다. 공부에 흥미를 갖게 된 것도 이런 어려운 여건 때문이었다고 한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물 전문가로서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다. 수자원공학의 명문 콜로라도주립대로 유학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은사인 선우중호 현 명지대 총장의 힘이 컸다. 해외의 우수 기술을 공부해오라는 특명이 떨어진 것. 늦깎이 공부에 한창 재미를 느꼈던 그는 스승의 뜻을 순순히 따랐다.
“당시 미국 서부는 오랫동안 극심한 물부족을 겪고 있던 때였어요. 수많은 연구자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매달려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많이 배워오라고 하셨죠. 하지만 그때까지도 물이 이처럼 중요한 자원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유학에서 돌아온 그는 곧 인하대 교수에 임용됐다. 그리고 최고의 수자원 전문가로 대형 수자원 개발 사업이 추진될 때마다 항상 그 자리를 함께 했다.

학자로서 정책자문가로 자리를 굳혀가던 어느날 심 교수는 작심하고 ‘외도’에 나섰다. 심 교수의 명함에는 환경단체이사라는 직함이 따라 붙었다. 그가 본부장을 맡은 ‘생명의 물 살리기 운동본부’는 깨끗한 물 자원 보전과 캠페인을 위해 1999년 결성된 모임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 2백여명이 참가해 서적 출판부터 세미나, 캠페인까지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환경운동에 뛰어든 것은 전적으로 우연이었다. 당시만 해도 정부의 물 자원 정책 자문역을 해주던 그에게 비정부기구(NGO)일이란 그저 낯선 것일 뿐이었다. 우연히 한 환경단체 관계자가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환경운동을 제안했을 때 왠지 귀가 솔깃했다고 한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그는 운동의 중심에 서있다.
“대안을 내놓는 환경운동을 함께 하자는 제안이었죠. 개발이냐 환경보존이냐는 어느 한쪽만 주장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조율이 필요하죠. 그래서 대안이 필요한 겁니다.”
대안을 내놓는 환경운동, 이것은 그가 평소 펼치는 주장이다. 물론 처음 환경운동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주변 시선은 곱지 않았다. ‘공대 교수가 무슨 환경운동이냐’며 하늘같은 선배들은 ‘철없는’ 후배의 실험을 극구 만류하고 나섰다. 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탱크처럼 밀어붙이는 그였기에 말릴 길은 없었다. 몇년이 흘러간 지금은 오히려 ‘그때 잘 선택했다’ 는 칭찬이 앞선다고 한다. 함께 참여하고 싶다고 말하는 후배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에 흐뭇할 뿐이다.

심 교수는 “오랫동안 정부의 자문역을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이 편’과 ‘저 편’을 모두 알다보니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답을 찾기 쉽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싸움이 커질 분위기’인 공청회의 좌장은 으레 자신 몫이라고 한다. “항상 개발하려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팽팽히 맞섭니다. 서로 한 치 양보도 없죠. 다루는 부분이 환경과 직결되다보니 갈등을 중재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물과 인연맺기 25년
 
   
 
 
그는 엔지니어의 멋을 아는 사람이다. 비록 험한 공사 현장을 넘나드는 엔지니어는 아니지만 풋풋한 사람 냄새, 하루 일을 끝내고 기울이는 술한잔의 참맛을 그는 너무나 잘 안다.
“사실 공학을 한다고 하면 차갑고 자기만 아는 사람으로 치부돼 버리는데 이 분야를 잘 몰라서 하는 얘기입니다. 토목공학은 수천년을 내려온 학문입니다. 꽤 인간적인 학문이지요. 전자나 기계, 화학공학과 달리 효율성만을 따지지 않아요. 특히 물 분야에선 말이죠.”
어느새 심 교수는 토목공학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1-2억t쯤은 우습게 생각하는 토목공학전공자들의 통이 아마도 클 것이라며 재담까지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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