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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서 마이크로 세상으로 들어간 삼성전기 중앙연구소 고병천 소장
분야 정보기술.컴퓨터통신/유무선통신
산업기술/전기
융합과학/나노
날짜 2011-03-31
자동차에서 마이크로 세상으로 들어간 삼성전기 중앙연구소 고병천 소장
2020년이면 일인당 사용 MEMS 센서가 50개
| 글 | 박미용 기자ㆍpmiyong@donga.com |

자동차를 연구하던 기계공학자 고병천 소장은 1990년대 초 마이크로 세상에 눈을 떴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센서를 만들다보니 마이크로 세상을 다루는 기술인 MEMS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의 변화하는 삶 속으로 들어가보자.


 
   
 
 
자동차 기계공학자가 마이크로 세상으로 이사를 했다. 주인공은 삼성전기 중앙연구소 고병천 소장(51).

1990년대 초에 그는 자동차의 기계설비를 연구해오다가 마이크로 전자기계시스템(MEMS=Micro ElectroMechanical System) 기술로 방향을 틀었다. 고 소장은 변화하는 삶을 살아온 공학자인 셈이다. 고 소장으로부터 MEMS와의 인연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자.

자동차 센서를 만들다 MEMS와 만나
고 소장은 1975년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고 1988년 미 미시간대 응용역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런 그는 15여년 간 각종 기계의 설비를 연구해왔다. 주로 기계공학의 꽃이라고 부르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와중인 1992년 그는 MEMS를 접한다.

당시 고 소장은 자동차부품연구원에서 근무했었는데, 자동차에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하는 국가과제를 맡고 있었다. 자동차의 안전성, 제어,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전자장치 센서가 장착되기 시작하던 때였다고 한다.

“자동차의 전자 센서를 만들다보니 MEMS를 알아야 했습니다. 자동차에 들어가야 할 센서가 작기 때문에 작게 만드는 기술인 MEMS가 필요했던 거죠.”
1995년 고 소장은 삼성전자로 옮겼고 MEMS와의 인연도 계속 이어졌다. 먼저 그는 센서를 만드는데 기반이 되는 박막기술에 대해 연구했다. 박막기술은 반도체뿐 아니라 CD, 하드디스크 등 각종 정보기기에 다양하게 쓰인다.


미래는 MEMS 센서 세상
“당시 박막기술을 반도체가 아니라 다른 쪽으로 응용하려는 연구를 했어요. 그러면서 MEMS 쪽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거죠.”
그가 본격적으로 MEMS에 깊이 관여한 것은 1996년부터다. MEMS의 대표적인 제품인 잉크젯 프린터와 대화면 프로젝션 TV에 쓰이는 마이크로 거울에 대해 연구했다. 하지만 이보다도 그때 그가 집중했던 연구는 인터넷 통신 관련 MEMS 분야였다.
“그때는 인터넷을 대표로 하는 IT산업이 굉장히 발전할 것이라고 모두 생각했었어요.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정보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늘어날 거라고 본거죠. 인터넷이 늘어나는 정보량과 빠른 속도를 만족시켜주려면 광신호로만 정보가 전달되는 네트워크, 즉 all-optic network가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어요. 그런데 막상 무선통신이 발전해버린 거예요. 인터넷은 예상과 달리 정보량의 발전이 빠르게 늘지 않았죠.”

이처럼 오늘은 뜨는 사업이지만 내일은 지는 해로 전락해버리는 일이 최근 산업계에서는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고 소장은 몸소 체험했다. 특히 세계 기술산업전쟁에서 최전방에 배치된 MEMS와 같은 프론티어 기술은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MEMS 기술은 전반적으로 산업계에서 그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01년 삼성은 그룹차원에서 MEMS를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도에서 여러 곳에 흩어져있던 MEMS 전문가를 삼성종합기술원으로 모았다. 고 소장 역시 이곳으로 옮겼다.

“그때부터 MEMS를 회사 전체의 제품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로 보기 시작했어요. 프린터, 대화면 TV는 물론 통신에서 바이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MEMS가 활용되는 방향으로 접근한 겁니다.”

고 소장은 올해 초 삼성전기 중앙연구소로 옮겼다.
미래 산업에서 MEMS는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까. 이에 대해 고 소장은 “미래는 유비쿼터스 시대”라면서 “이 길로 가다보면 MEMS 시장은 매우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이때는 수많은 센서들이 사용된다. 내 몸은 물론 자동차, 가정, 직장 등 도처에서 수많은 센서와 만나게 되는 것이다. 2020년이면 개인당 40-60개의 센서를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센서들은 상당수가 MEMS 기술로 만들어지게 된다. 센서의 수가 늘어나는 대신 크기가 작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MEMS는 미래산업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이 기술을 차지하려는 경쟁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고 소장은 MEMS 활용 분야 가운데 휴대전화에 쓰이는 통신 분야와 바이오 쪽이 전망이 밝다고 얘기한다. 그 외에도 자동차용 MEMS도 꽤 괜찮을 것이라고 한다.

통계적 접근법이 필요
고 소장에게 미래에 공학은 얼마나 전망이 있는지도 물어봤다. 그는 “기술의 중요성은 시대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왜 그런지를 설명해줬다.
사람은 크게 두가지 측면이 있다. 이성적 측면과 감성적 측면이 그것이다. 이 두가지 측면에서 사람들은 어떤 판단을 내릴지를 고민한다. 그런데 감성이라는 것이 아날로그여서 설명이 안될 거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감성의 상당한 부분도 과학을 동원하면 설명이 가능하고 예측도 이뤄질 수 있다고 한다. 심리학이 심리공학으로 발전하고 결국 인공지능이 출현할 것이라고 고 소장은 말한다. 그는 현재 과학의 분야가 아닌 것조차도 미래에는 과학에 포함될 것이고 결국 새로운 공학이 출현할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기술의 중요성은 시대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서 고 소장은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미래가 기술사회이긴 하지만 소수만이 진정으로 기술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노동자의 종말’이라는 책을 보면 20%의 기술자가 모든 기술을 독점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즉 원천기술을 아는 기술자는 소수이며, 덜 아는 기술자는 평범한 사람과 별 차이가 없을 거라는 말이다. 왜 그런지에 대해 그는 지금도 컴퓨터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어도 쓸 줄 아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 미래에는 원천기술을 아는 기술자가 상당히 대우받게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여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고 소장은 미래 공학자는 기본원리를 알고 지식과 기술에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식의 보편화가 이뤄지고 있어서 미래에는 누구나 쉽게 지식에 접근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의사만이 의학지식을 갖고 있지만 나중에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발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지식을 아는 것보다 다양한 기술을 꿸 수 있는 기본원리를 아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기술을 안다고 할 수 있다. 미래 공학자는 현재의 과학자처럼 물리, 화학과 같은 기초학문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 고 소장이 중요하게 보는 면은 뜻밖에도 통계적 접근법이다. 원리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은 원리대로만 돌아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란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과학은 a를 넣으면 b가 나온다는 식으로 결정적이다. 하지만 실제 세상은 a를 넣어도 b가 나온다고 보장할 수 없다. 그저 b가 나올 확률이 있을 뿐이다.

고 소장은 통계적인 접근법은 기술이 미시세계로 들어갈수록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머리카락보다 1백배 이상 가는 수준으로 물질을 가공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제품은 오차가 상당하다. 이처럼 마이크로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결정론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통계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고 소장은 요즘 이 분야 전공자들이 자동차 업계말고는 취직할 곳이 없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한다. 기계공학전공자는 자동차만이 아니라 바이오, 나노 등 못할 것이 없다고. 그들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를 한정시키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다. 어떤 회사건 기계공학자가 필요하다고 고 소장은 말한다.

이와 함께 공학자가 성공하려면 사회의 다양한 변화에 대해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대생이 사장이 되려면 기술만 알아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고객의 마인드를 알기 위해 심리학도 알아야 하고, 경영학 등 여러 분야에 대해 알아야 하며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그가 말하는 성공으로 가는 길은 이렇다. “기본원리를 깊이 이해하고 원칙대로 실행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주변 변화에 촉각을 세워야 합니다. 그런 다음 확신을 갖고 도전을 하세요. 그러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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