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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집념 끝에 초음속항공기 개발한 한국항공우주산업 장성섭 이사
분야 항공우주기술/항공우주 날짜 2011-03-31
30년 집념 끝에 초음속항공기 개발한 한국항공우주산업 장성섭 이사
“젊고 패기있는 엔지니어가 나라의 희망”
| 글 | 강석기 기자ㆍsukki@donga.com |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12번째의 초음속항공기 개발국가로 올려놓은 한국항공우주산업 장성섭 이사. 그는 황무지나 다름없는 여건에서 시작했지만 끈질긴 노력과 집념으로 국내 항공산업의 초석을 쌓아왔다. 하루라도 비행기가 뜨는 모습을 보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1월 12일 오전 8시 반 김포공항 12번 탑승구. 기자는 이날 예정된 인터뷰를 위해 경남 사천행 9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창문 너머 활주로에는 손님을 맞을 채비가 끝난 여객기들이 줄지어 서있다. 활주로 저편에서 비행기 한대가 쏜살같이 달려가더니 땅을 박차고 날아 오른다.

‘그렇지. 속도만 충분히 붙으면 양력으로 저런 쇳덩어리도 뜰 수 있는 거야.’
이런 생각을 하며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솔직히 말해 무게가 수백t이나 나가는 비행기가 떠오른다는 사실이 기자에게는 여전히 비현실적이다.

기자가 이날 만날 사람은 한국항공우주산업 항공기개발센터의 센터장인 장성섭 이사다. 비행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장 이사를 기억할 것이다. 2002년 8월 20일 첫 비행을 한 국내 최초의 초음속항공기 T-50을 만든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2조원 프로젝트 총지휘
 
   
 
 
“T-50이 뜨는 모습을 보면서도 가슴 찡한 느낌은 없었습니다.”당시 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장 이사는 의외로 담담하게 대답한다.

“사실 T-50은 이미 2001년 10월 제작을 완료하고 10개월 동안 지상에서 비행을 위한 시스템 점검을 마친 상태였습니다. 뜰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던 것이죠.”장 이사와 동료 엔지니어들 덕분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2번째로 음속을 돌파하는 비행기를 만든 나라가 됐다.

장 이사가 비행기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대학시절부터. 의학도가 되기를 내심 바라던 부모님의 소망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중·고등학교 때부터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장 이사는 본인의 판단을 믿었다.

“우리나라가 자주독립국가가 되려면 국방력이 튼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려면 항공분야의 발전이 시급하다고 느껴지더군요.”1973년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선택한 장 이사의 동기가 기자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항공분야가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당시 여건에서도 장 이사는 열심히 공부에 매진했다. 1979년 군에서 제대한 뒤 학계와 산업계 진출을 두고 고민하던 장 이사는 산업계가 자신의 적성에 더 맞다고 생각하고 당시 전투기용 제트엔진 개발을 막 시작하던 삼성정밀에 입사했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항공기 본체를 제작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핵심 부품인 엔진 개발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죠.”장 이사의 예상대로 1983년,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항공기 생산과 개발 계획을 수립한다. 이에 따라 항공기 설계 기술자를 양성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그동안 열심히 일한 성실함을 인정받은 장 이사는 1984년 회사의 지원으로 항공기 설계 전문 대학원인 영국 크랜필드대에 입학해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 대학은 항공분야에서 5년 이상 일한 경력이 있어야 입학이 가능하다. 장 이사는 지금도 이런 기회를 갖게된 자신이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1986년 귀국한 장 이사는 우리나라 항공기 개발의 역사를 만들어 갔다. 먼저 외국 유명 항공기제작사의 기체 구성품을 생산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이렇게 노하우를 쌓아가다가 드디어 1990년부터는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전투기 F-16의 면허생산에 들어갔다.

차세대 전투기인 F-16을 구입하는 대가로 우리나라는 록히드 마틴사로부터 항공기 개발 기술을 이전받게 됐다. 이에 따라 1992년부터 초음속훈련기의 개념 설계에 들어갔고 오랜 검토 끝에 마침내 1997년, 8년간의 초음속훈련기 개발사업에 착수했다.

“이 사업에 들어간 개발비가 무려 2조원입니다. 참여한 국내 엔지니어만도 1천3백명이고요.”지난 7년을 회상하며 수많은 장면이 떠오르는 듯 장 이사는 인터뷰 중간중간 말이 끊어졌다. 개발비의 13%를 댄 록히드 마틴사도 90여명의 전문 엔지니어를 파견, 프로젝트를 적극 도왔다.

“록히드 마틴사가 이처럼 관심을 보인 것은 초음속훈련기가 수출 유망 기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현재 훈련기로 쓰이는 기종은 대부분 구형으로 디지털비행제어장치가 갖춰진 최신 전투기와 격차가 크다. T-50의 경우 컴퓨터로 제조된 최첨단 기종인데다 대당 3백억원 정도로 다른 기종에 비해 비싸지 않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높다.


세계 10대 항공기 제작사 목표
 
   
 
 
매일 서너차례 시험비행을 하고 있는 T-50은 현재 마하 1.25까지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까지 총 1천회 이상을 비행하면서 각종 테스트를 거칠 예정이다. 장 이사는 “현재 공군에서 수십대를 발주받아 제작에 들어간 상태”라며 “내년 말이면 T-50으로 비행훈련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수출협상도 시작될 전망이다. 록히드 마틴사의 경우 T-50을 자사 제품군에 포함해 적극적인 영업활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장 이사는 “T-50이 성공적으로 세계무대에 진출할 경우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10년 세계 10대 항공기 제작사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은 사람과 제품이 있어야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항공분야는 개인이나 기업이 독자적으로 하기 어려운 사업이므로 국가적인 관심이 지속돼야 합니다.” 장 이사는 2016년 완성을 목표로 올해부터 시작하는 한국형전투기사업(KFX)이 순조롭게 진행돼 국내 항공기술이 한단계 더 도약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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