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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최초의 엔지니어출신 CEO - 김동진 사장
분야 산업기술/자동차 날짜 2011-03-31
현대자동차 최초의 엔지니어출신 CEO 김동진
공학과 경영학 결합이 최고 경영자 지름길
| 글 | 이충환 기자ㆍcosmos@donga.com |

발명가를 꿈꾸던 김동진 사장은 엔지니어의 길을 가다가 국내 최대 자동차회사 CEO가 됐다.
그의 꿈과 철학, 그리고 공학에 대한 열정을 들어본다.

엔지니어로서 국내 최대 자동차회사인 현대자동차(주)의 CEO 자리에 처음 오른 김동진(金東晉, 53) 사장. 이공계 분야에서 청소년의 모델이 될 만한 사람으로 선정돼 이렇게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기자가 말하자 김 사장은 자신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로 말문을 연다.

김 사장은 “어렸을 때 남들처럼 발명가가 꿈이었다”고 말한다. 위인전을 읽다가 에디슨이 전구, 축음기, 라디오 등을 발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때부터 발명을 통해 세상에 큰 기여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사생활 자체에서 행복을 찾지 않으며 새로운 문명의 이기를 발명하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에디슨의 모습에 끌렸다는 것이다. 또 의술이라는 미지세계에 심취해 연구하며 어려운 사람에게 의술을 베풀고 조선시대 한의학을 집대성해 ‘동의보감’을 쓴 허준이나, 중국의 전체 역사를 섭렵하며 중국 정사의 모범이 된 역사서인 ‘사기’를 저술한 사마천도 마찬가지 면을 지녔다고 덧붙인다. 이들은 모두 개인의 안락함을 버리고 큰 뜻을 이루는데 열성을 다했다는 것이다.

탱크와 비행기, 그리고 자동차
서울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김 사장은 미국 핀레이공과대학원에서 산업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런 전공이 현재의 자리까지 오는데 어떤 역할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제조업체에서는 공학적 개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한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생산하고 공장을 운영하는데 공학이 도움이 됐다는 말이다. 하지만 회사를 운영하는데는 이 밖에 마케팅, 재무관리, 인사관리, 판매, 영업 등이 중요하다며, 여기에는 경영학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조업 분야의 CEO에게는 공학적 바탕 위에 경영학 공부가 추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김 사장의 생각이다.

현재 김 사장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일을 진두에서 지휘하는 사령탑에 올라 있지만, 전에는 탱크나 비행기를 개발하는데도 참여했다. 1978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탱크를 개발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에 스카우트됐다. 이때 최초의 국산 전차인 K1A1 탱크를 개발하는 일을 주도했다. 1998년 현대우주항공 부사장 시절에는 비행기를 만드는 일에 관여했다. 배를 뺀 나머지 운송수단은 다 만들어본 셈이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일을 탱크나 비행기를 개발하던 때와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사업으로서 경영한다는 입장에서 다 마찬가지라고 대답한다. 모두 개발, 설계, 생산, 판매, 사용이라는 과정을 거치고 고장났을 때 재빨리 고쳐주는 애프터서비스를 잘 해야 한다는 점은 똑같다는 말이다.

엔지니어로서 현대자동차의 CEO가 된 나름대로의 비결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김 사장은 서슴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평소의 소신을 피력한다. 주어진 위치나 자리가 어디든지 더 나은데 가면 잘 할텐데 라는 불평과 불만을 버리고 자기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윗사람에게 발탁돼 더 큰 임무가 주어지고, 더 나아가 신뢰가 쌓이면 자신이 감당하는 일의 범위나 책임도 커지게 된다고 강조한다.

최근 자동차 분야의 전세계적 동향을 보면 생산설비가 수요보다 많은 공급 과잉 상태라 전세계 자동차업계 간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작은 회사의 경우 자립하지 못하면 큰 회사에게 합병되는 것이 다반사다. 마치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현재 기아를 인수한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3백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춰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8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은 “2008년이 되면 전세계에서 자동차회사는 5개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자동차를 세계 5대 자동차회사로 끌어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메이커와 싸워 이기기 위해 결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현대자동차가 세계 5대 자동차회사에 진입하기 위해 현재의 생산설비를 5백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국내 자동차시장은 1백60-1백70만대 규모이기 때문에 결국 해외로 수출하는 길이 최선이다. 그래서 미국 앨라배마주, 중국 북경, 인도, 터키, 유럽, 남미 등지에 대규모 자동차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앞으로 5-10년 후 차세대 자동차는 어떤 모습일지 전망해달라는 질문에 김 사장은 물로 가는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키면 물이 되면서 전기가 발생하는데, 이 전기로 전기모터를 돌려 자동차를 구동시킬 수 있다. 바로 ‘연료전지 자동차’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가솔린 엔진이나 디젤 엔진은 질소산화물, 유황, 이산화탄소 등을 배출해 대기를 오염시키거나 지구온난화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비해 연료전지 자동차는 물만 내보내니 환경문제와는 상관없다. 전세계의 많은 자동차회사에서 연료전지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 경주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료전지 버스가 곧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연료전지 자동차의 경우에는 10년 후에야 실용화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아직까지 연료전지의 크기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최근 가솔린 엔진이나 디젤엔진을 배터리와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중간단계로 선보이고 있다고 한다.

관심 있다면 직접 뜯어보라
이공계 분야, 특히 자동차 분야를 전공하려면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물었다. 김 사장은 “기초학문으로서는 수학과 물리가 기본이고, 여기에 컴퓨터를 잘 다루면 전공이 어떤 분야이든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구체적으로 자동차를 전공하려고 한다면 기계공학, 금속공학, 재료공학 등을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면 직접 뜯어보는 방법이 제일 좋다”고 말한다. 방학 때 자동차 서비스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방법도 좋을 것이라고 추천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동차가 어떤 메커니즘에 따라 작동하는지를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최근 이공계 기피 현상과 관련해 이공계를 지망하려는 청소년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부탁했다. 우리 경제의 중심은 농업, 수산업 등과 같은 1차 산업에서 제조업이 중심이 된 2차 산업으로 발전했고, 현재는 금융, 유통 등 서비스업이 중심인 3차 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산품을 만들어내는 제조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김 사장은 강조한다. 이공계 분야는 미래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라는 말이다. 또한 이공계 출신 CEO가 되는 길에 대해서도 “학부나 석사까지는 이공계를 전공하고 박사 과정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면 훌륭한 경영인이 될 수 있다”고 귀띔해준다.

현대자동차 김동진 사장을 만나고 나서 문득 든 생각이 있다. 많은 이공계 출신자들이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최고 사령탑이 되면 사회가 균형있게 발전하고 경제 발전이 합리적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김동진 사장이 그 물꼬를 트기 시작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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