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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와 의대 두가지 갈림길
분야 기타/기타 날짜 2011-03-28
이공계와 의대 두가지 갈림길
성적 따라 결정하면 문제 있어


최근 진학과 관련된 자연계열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이공계와 의대 사이에서 진학을 결정하는 것이다. 어려운 갈림길을 거쳐간 선배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어떤 결정을 해야할지 생각해보자.


과학고 학생의 고민 중에 가장 큰 것이 있다면, ‘과학고의 특성에 맞게 자연대나 공대로 진학하느냐, 아니면 의대로 진학하느냐’다. 이는 학생 본인의 고민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학부모의 고민이기도 하다. 지난 2년 간 고3 담임을 한 필자도 피부로 느꼈다. 구체적인 사례를 알아보자.



의대 원해 재수하는 학생들
A양은 처음부터 의대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고 3학년에 진급했다. 내신성적은 전체 60명중에서 30등 내외로 중간이었으나 모의고사 성적은 전교 5등에서 10등 사이인 학생이었다. 모의고사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성적은 안정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의대에 진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사상 유례 없이 수능이 쉽게 나오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아 만족할만할 결과를 얻지 못했다. 즉 전국 자연계 1.5% 정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이 성적으로 서울시내의 의대에 진학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방에 있는 의대에 진학하는 것은 본인이 원치 않았다. 그래서 의대에 진학하는 것을 포기하고 포항공대 산업공학과에 특차로 응시했다. 그 결과 합격 통지서를 받았고, 입학해 3개월은 잘 적응하면서 학교 공부에 충실했다.

그런데 6월 중순경에 필자를 찾아와 재수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A양이 울산의대와 중문의대 수시모집 원서를 갖고 나타났다. 그 결과 중문의대에는 실패했으나 울산의대에는 합격을 했다. 울산의대는 합격조건이 수능 1등급이었으므로 수능시험까지 응시해 최종합격자가 됐다. A양의 경우를 보면, 부모나 학생이 의대를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기꺼이 재수를 해 다시 도전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경우로 B군이 있다. B군은 가정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에 의대에 진학해 확실한 직업을 원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모의고사 성적은 만족할 만큼 나오지 않았고, 수능 결과도 5% 정도에 해당하는 성적을 얻지 못해 의대 진학은 포기하고 한양공대로 진학했다. 하지만 이 학생도 1학기를 마치고 재수를 해 좋은 성적을 얻어 가톨릭의대에 당당히 합격했다. 한편 C양의 경우는 부모님이 한의대에 진학하기를 원했으나 수능성적이 전국 8% 정도여서 진학을 포기하고 바로 재수의 길을 선택했다. 재수한 결과 역시 가톨릭의대에 합격했다.

이와 같이 과학고 학생 중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공계로 진학해서는 앞날이 보장받지 못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확실한 보장이 되는 의대를 선택하는 것이다. 특히 IMF 이후 이런 경향은 두드러졌다. 의대로 진학하는 이유가 단지 공대나 자연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아 씁쓸하다.



이공계로 한길 파기도
D양은 생물경시 전국대회에서 많은 수상경력을 갖고 있었다. 모의고사 성적도 서울시내 의대에 충분히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이었다. 본인은 생물과 관련된 학과에 진학해 계속 공부하기를 원했지만, 부모는 의대에 진학하기를 원했다. 그러다가 서울대 2학기 수시모집 시기가 됐다. 처음에는 자연과학부에 지원하기로 했으나 부모님의 의견에 따라 의대를 지원할 수도 있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며칠 간을 고민하다가 결국 자연과학부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입시 결과는 수시모집에 합격이었다. 그리고 수능시험에 응시해 전국 1% 정도의 성적을 얻었다. 만약 이 학생의 경우 전국 0.5% 정도의 성적을 얻었다면 서울대 합격을 포기하고 다른 사립대 의대로 진학했을지도 모른다.

반면에 오직 한길만을 파고든 E군도 있다. E군은 남학생으로 화학을 좋아했기 때문에 전국 화학 경시대회에 참여해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었다. 예를 들면 연대 경시 금상, 고대 경시 동상, 한국화학올림피아드 동상 등이었다. 원래 E군은 서울대 화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목표였다. 따라서 서울대 2학기 수시모집 지원자격이 주어졌기 때문에 서울대 자연과학부에 지원했다. 그 결과 1차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그 이유는 내신 때문이라고 생각됐다.

E군이 지원한 자연과학부는 1차에서 2배수의 인원을 선발했다. 반면에 공대의 경우 3배수의 인원을 1차에서 선발한 후 면접으로 합격자를 판정했다. 만약 공대처럼 자연과학부에서도 3배수의 인원을 선발했다면 합격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E군의 소망은 포항공대에서 이뤄졌다. E군은 수능시험을 본 다음 포항공대 화학과에 지원했다. 화학경시대회에서 많은 수상 경력과 면접에서 좋은 성적이 고려돼 합격했다. 이처럼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전공을 찾아가려는 학생들이 한국 과학의 미래를 짊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학생들이 더욱 많아지도록 뒷받침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해 아쉽다.


교육 현장에 존재하는 현실의 벽
F양은 KAIST 산업디자인과에 진학하기를 원하는 여학생이었다. KAIST 진학을 위해서는 토플시험에서 일정 성적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3학년에 진급하자마자 토플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토플 모의고사 성적은 대략 5백20 정도로 KAIST에 무사히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학교 내신 성적이 50% 이상이었기에 KAIST에 합격할 수도, 합격하지 못할 수도 있는 성적이었다.

그래서 3학년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전념해 내신성적을 올리는데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 그 결과 1·2학년 성적보다는 약간 높아졌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왜냐하면 KAIST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F양 못지 않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총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1단계를 통과한 F양은 2차 면접에 철저히 대비해 면접시험도 잘 치렀다. 하지만 최종 결과에서 불합격이라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이 충격에서 벗어나는데 2-3일이 걸렸고, 남은 한달 동안 수능시험에 최선을 다해 전국 2% 정도에 해당하는 성적을 얻었다. 포항공대 수시 모집에서 학교장 추천으로 지원해 화학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자신의 소신이 뚜렷한 G군이 있었다. G군은 내신성적이 3학년 학생 중에서 1등이었기에 KAIST에 무난히 합격했다. 담임인 필자와 학부모는 이에 만족하지 않아 수능시험을 계속 준비해 서울대 수시모집에 지원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본인은 KAIST에 진학해 화학을 전공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이를 존중해 KAIST 진학을 최종 결정했다.

또한 H양은 생물 경시를 준비한 여학생으로 서울시 수학·과학 경시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얻었다. 비록 서울대 경시대회에 참여해서는 좋은 성적을 얻지 못했지만, 수능시험에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대비한 결과 좋은 성적이 나왔다. 하지만 아버지는 연세의대에 진학하기를 원했기 때문 정시모집 (가)군에서는 연세의대에 지원했다. (나)군에서는 서울대 자연과학부에 지원했다. 결과는 연세의대에 불합격했고, 서울대 자연과학부에는 합격했다. 사실 H양은 동물을 좋아하는 학생이어서 자연과학부에서 이와 관련된 학과를 전공하길 원했기 때문에 만족할만한 결과였다.  

| 글 | 심중섭/한성과학고 교사ㆍs1j2s3@hite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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