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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갈 때 직업 안정도 봐야 한다
분야 기타/기타 날짜 2011-03-28
대학갈 때 직업 안정도 봐야 한다
선택한 길에 맞춰 적성 가꿔나갈 수도


적성에 맞고 보람있는 일이 중요할까. 아니면 안정적이라고 말하는 일이 더 중요할까. 학생 입장에서 결정하기 무척 어려운 일이다. 여기 한 학생의 사례를 통해 적성과 직업적인 안정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사실 길지 않은 경력에 올해 고3 담임을 맡으면서 걱정이 앞섰다. 고3이라는 시기는 앞으로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시기이고, 또 담임이란 그 결정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필자만해도 고3 때의 결정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생각한다. 당시에 다른 길을 생각하고 있었던 필자는 고3 담임 선생님의 말 한마디로 그 길을 접었으므로….

꽤 오래 전에 두가지의 인생을 보여주는 ‘인생극장’이라는 TV프로그램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인생을 여러번 살 수 없는 노릇이고 보면, 대학 진학은 더욱 중요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합격과 함께 변해버린 운명
대학 진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적성. 적성은 살면서 발견해나가거나, 또는 선택한 길에 적성을 맞춰나가는 것이 아닌지 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살아가면서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적성이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면,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그때까지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생각한다면, 대학을 진학하면서 적성에 맞는 최선의 길을 찾기를 누구든지 바랄 것이다.

필자 주변에서는 심지어 대학을 졸업하고도 다시 수능을 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우리반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더욱 심사숙고하려고 노력했다. 대학 진학은 곧 직업과도 연결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본인의 희망과 미래의 전망까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대학 진학을 직업과 반드시 연결시켜 생각할 필요는 없으며, 앞으로의 사회에서 그 연결이 더욱더 느슨하게 될 것은 틀림없지만 말이다.

자연계를 진학하는 학생들이 갈 수 있는 진로는 의대와 약대, 공대, 자연대, 그리고 자연계 사범대와 생활과학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요즘은 과 이름을 보면 예전처럼 세분화돼 있지 않고 ‘공학부’처럼 큰 학부로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적성을 고교 시절에 전문적으로 세분화해 정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입시에는 수시 모집이 다양하게 있었는데, 이에 합격한 한 학생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공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었는데, 수학과 물리가 뛰어나고 학업성적이 우수해 서울대 공대를 목표로 수시 준비를 했다. 서울대의 경우 면접이 중요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본인이 전공하려는 부분에 대해 깊게 공부하고, 과학동아 같은 과학관련 잡지를 꾸준히 관심을 갖고 읽는 등 체계적인 준비를 했다.

막상 수시 원서를 넣을 때 한군데 넣기만은 불안해 연세대 의대에도 함께 원서를 썼다. 사실 고등학생으로서 직업과 진로에 대한 정보는 간접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자신의 적성을 확실히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과는? 연세대가 먼저 합격자를 발표했는데, 수능과 면접이 모두 면제되는 합격이었다. 그 학생은 그 순간 목표가 바뀌었다. 의사로 적성이 바뀌어버렸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 학생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의아했으나, 입시에 지친 수험생에게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빨리 입시를 끝내고 수험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것이다. 또 자연계로 진로를 결정한 학생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볼 수 있는 의대로의 진학, 그리고 나름대로 본인의 적성이라고 생각했던 과학기술에의 꿈 사이에서 갈등했을 것이다. 나중에 서울대에도 합격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 학생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현실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 흥미나 적성 못지 않게 중요한 직업의 안정성과 비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다. 또 그 학생이 수학과 물리 등 과학과목에서 뛰어난 성취도와 흥미를 보였으나 인성적인 면에서나 현실적인 면에서 볼 때 안정적인 의사로서의 직업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흥미 못지 않게 중요한 현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처럼 과학기술이 경시돼 있는 풍조에서 교사로서 학생에게 의사의 길을 접고, 흥미와 적성을 우선 생각하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초과학의 발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과학자들에게 바람직한 연구 환경이 보장되고 최소한 삶의 만족을 줄 수 있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낀다. 필자는 앞으로 학생들에게 의사보다 과학자의 길이 안정적이고 보람있으며 즐겁게 살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또한 아무리 안정적이고 남들이 말할 때 좋은 직업이라도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평생 하며 산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학생은 의대 진학을 결정했으며, 필자의 걱정에 대해 메일로 답을 해왔다.


고1때까지 꿈꿔왔던 의대, 2학년 이후 꿈꿔왔던 공대. 그 고민 속에서 고려했던 것들은 흥미, 적성, 앞으로의 전망 등 여러가지였죠. 흥미 한가지 면에서 본다면 공대 쪽을 택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까지 공대를 고집했던 건 나머지 면들을 너무 경시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 단순히 재미있다란 이유로 진로를 택한다는 것. 물론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너무 사치스런 생각인 것 같아요. 물론 공대가 전망은 없고 재미만 있는 과는 아니지만….
어쨌든 저는 순진한 건지 어리석은 건지 모를 생각을 접고, 마음을 바꿨던 거예요. 부모님 의견에 순응해서 결정을 위임했던 건 아니에요. 게다가 제가 의대를 특별히 싫어하는 건 아니니까요.

순진하지 못한 저의 태도를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소시민적이라 생각하신다면 어쩔 수 없네요. 의사로서 자신의 일에 보람과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자체로서 충분히 만족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앞으로 의대에 가서 어떤 일을 할지는 모르겠어요. 구체적인 비전은 대학 가서 찾아야겠죠. 하지만 제가 하는 일에 최대한 만족하기 위해 노력할께요.


| 글 | 조은경/오금고 교사ㆍekbio@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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