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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과 장래 취업 두마리 토끼 잡기
분야 기타/기타 날짜 2011-03-28
적성과 장래 취업 두마리 토끼 잡기
현실보다 멀리 내다보는 안목 길러야



  어떤 기준으로 진로를 선택해야 옳은 것일까. 이미 이 과정을 거친 선배들의 얘기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하기까지 곁에서 직접 지도하면서 느낀 선생님들이 소중한 경험을 들어보자.
  학생이 경험과 사고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기성세대가 선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삶의 주체는 학생 자신이기 때문이다. 학생은 도대체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 것일까.


 
강요해서는 안되는 선택
세계 제일의 교육열 때문인지 해마다 12월이면 연례 행사처럼 치르는 입시전쟁을 바라보면서 대학 진학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수험생들에게 지난 수년간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진학지도를 하면서 겪었던 경험담과 함께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다음은 필자가 직접 겪은 몇가지 사례다.

■사례1 | 비평준화 고등학교의 K군은 부산에 있는 해양대에 진학해 장차 5대양 6대주를 누비는 마도로스가 되는 것이 꿈인데 부모는 완강히 반대했다. 학생과 함께 부모를 설득해 원하는 대학에 무사히 진학하도록 도와줬다.

■사례2 | L군은 명문대에 충분히 진학할 수 있는 모의고사 성적을 유지했다. 부모나 주위 사람들은 당연히 경영학과와 같은 소위 인기학과 진학을 권했으나 본인은 인문대학을 택했다. 처음에는 필자도 학생을 설득했으나 본인의 뜻이 너무나 완강했다. 한참 동안 혼란을 겪었지만 결국은 학생의 뜻을 존중하고 부모를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사례3 | B군은 주위에서 권하는 소위 일류대 비인기학과와 본인이 원하는 학과 진학을 놓고 고민을 해야 했다. 본인의 적성이나 희망과는 달리 아무 학과든 일류대만 나오면 앞길이 보장된다는 학벌 중심의 잘못된 사회 분위기가 B군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단호히 대학보다는 학과 중심의 진학이 우선이라며 본인의 뜻대로 진학하도록 도와줬다.

■사례4 | 젊은 시절 원했던 대학 진학의 꿈을 아들을 통해 대신 이뤄보고자 하는 아버지의 욕심 때문에 C군은 성적이 턱없이 부족한 대학의 학과를 아버지의 강권에 못이겨 원서를 썼다. 결국 진학에 실패하고 원치 않는 재수의 길을 걸어야 했다. 면담시 대화할 때는 담임 의견에 공감하다가도 집에 돌아가서는 아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다시 강요하는 아버지를 끝까지 설득하지 못한 게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모두가 복수지원이 허용되지 않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때나 지금이나 학생 중심의 진학지도가 돼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물론 학생들은 아직 경험과 사고력이 부족하기에 올바른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기성세대의 관점으로 그들의 선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다만 삶의 주체는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주인의식으로 자신의 미래를 올바르게 선택하고 아름답게 가꿔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나 교사의 역할이다.

 
평양감사도 저 하기 싫으면 그만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먼저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라. 적성은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는데서 찾을 수 있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과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생각해보라. 궁금한 것은 주위 사람들의 조언을 듣다보면 윤곽을 잡을 수 있다. 점수에 맞적성에 맞고 보람있는 일이 중요할까. 아니면 안정적이라고 말하는 일이 더 중요할까.

학생 입장에서 결정하기 무척 어려운 일이다.
여기 한 학생의 사례를 통해 적성과 직업적인 안정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춰 대학에 진학해 열심히 공부해도 나름대로는 성공된 삶을 살 수 있겠지만 흥미와 호기심이 없는 일에 과연 얼마나 자신의 열정을 쏟을 수 있을까. 똑같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비결은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다. 옛말에 ‘평양감사도 저 하기 싫으면 그만’이라고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면 밤새는 줄도 모르고, 힘든 줄도 모르고 몰두했던 기억들을 우리는 모두 간직하고 있다.

적성과 함께 장래 취업도 고려하라. 속된 말로 먹고살아야 할 게 아닌가. ‘2000학년도 서울대 졸업생의 취업, 진학 현황’에 따르면 지난 2월 졸업한 3천8백68명 중 대학원진학자와 군입대자를 포함한 총취업률이 71.1%에 그쳤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3분기 20대 대졸 이상 실업률이 14.8%에 이르며 앞으로 몇년 동안은 청년 실업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거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라는 것이 이상적인 조언이라면 졸업 후 직업을 쉽게 얻을 수 있느냐를 고려하라는 것은 현실적인 제안이다.

어쩌면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라는 것처럼 무리한 주문일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의 모든 학과는 순수학문이든 실용학문이든 그 나름대로의 개설된 이유와 목적이 있는 것이기에 졸업 후의 취업까지 고려한다면 다양한 취향과 개성을 지닌 수험생들이 자기 궁합에 맞는 학과를 선택해야 할 이유는 더욱 분명하다. 그리고 졸업하기 전에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이론 습득만이 아닌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습 중심의 대학 생활에 대한 정보도 미리 파악해야 할 것이다.

당장 눈앞의 현실에 사로잡히지 말고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길러라.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새로운 직업이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는 사회 변화 속에서 지금의 인기학과가 10년, 20년 뒤에도 여전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필자가 대학에 들어갔던 1970년대 초만 해도 컴퓨터공학은 생소한 분야였다. 그런 면에서 신설학과에도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생소하고 남들이 꺼려하는 분야라서 처음에는 예상 점수가 낮지만 대학이나 국가가 왜 그런 학과의 신설을 요청하고 허용했는가를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은 분명해진다.
 


| 글 | 변기수/충북과학고 교사ㆍsulsanbks@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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