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대 가고 싶은 고3, 그러나 내신 성적이…
강원 동해시 B고 3학년 K학생
제 꿈은 그린피스 같은 곳에서 야생동물을 구하는 일입니다. 일단 수의학과를 가야 할 것 같은데, 내신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내신 성적은 2.5등급. 생물 Ⅰ·Ⅱ, 화학 Ⅰ, 지구과학 Ⅰ을 선택했는데, 수학 Ⅰ과 생물 Ⅰ까지 학습을 마치고 생물 Ⅱ를 공부 중이다. 선생님은 K학생의 내신 성적과 학습 진도가 일반적인 수의학과 합격선을 생각할 때 많이 모자라단다.
“일단 수의학과는 합격선이 상당히 높아. 내신 성적이 더 좋아야 할 텐데….”
“고교 비평준화지역이고 전교 인원 수가 적기 때문에 내신 1등급에 들려면 전교 4등 안에 들어야 해서 너무 힘들어요. 특히 영어실력이 부족해서 안 되더라고요.”
“아무리 어렵더라도 네가 다니는 학교에는 수학 1등도 있고 과학 1등도 분명히 있어. 외국에 한 번도 안 갔다 왔어도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도 많아. 그런 학생들에 비해 게으르다는 건 반성해야 할 부분이야.”
입학사정관제는 주어진 여건 속에서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보기 때문에 일정 정도는 감안이 되겠지만, 절대적인 노력이 부족한 데 대해서는 스스로 반성하고 보완해 가는 방법밖에 없다. 일단은 고3 1학기 성적을 최대한 끌어올리라는 과제를 받았다. 3학년 1학기 성적은 전체 내신 성적 중에 40~50%의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또한 성적이 계속해서 상승 곡선을 이룬다면 그만큼 자신의 노력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꿈이 확고하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길로 갈지를 생각해보자. 현실적으로 수의학과 진학이 어렵다면, 타 계열을 먼저 전공하는 길로 돌아가는 방법을 제안했다.
“우선 생물학과에 가서 복수전공을 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해 수의학을 본격적으로 해보는 방법은 어떨까?
“생물학과요…. 그럼 생물학과를 가려면 어느 대학에 지원하는 게 좋을까요?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가야 할까요?”
“일단 학비도 저렴하고 우수한 교수진이 많이 있는 국립대를 가는 걸 목표로 잡자. 경제적인 여건도 고려해서 네가 사는 지역으로 가는 게 좋겠구나. 동물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면, 그동안 관련 활동으로 무엇을 해봤니?”
“그린피스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은 했지만, 특별한 활동은 못 해봤어요.”
과학 동아리에서도 깊이 있는 탐구활동은 해보지 못했다고. 그리고 독서활동도 많이 부족한 상태다.
“정말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고, 멸종 위기의 야생동물을 구하고 싶다면 가까운 데서부터 실천을 해왔어야지. 예를 들어 바닷가에 나가서 잡히는 물고기 어종을 탐구해본다든지, 그래서 관련된 탐구일지를 작성하거나 블로그를 운영해보는 활동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잖아. 지역에서 살고 있어서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주어진 환경에서 조금씩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게 중요해.”
문제는 K학생이 이미 고3이라는 점. 고1만 됐어도 조금씩 실천해보겠지만, 비교과 활동을 챙기기에 많이 늦은 게 사실이다. 과학·수학 교과공부는 2학년 때까지 마치고, 3학년 때는‘기획’을 해야 한다. 그동안 공부해온 내용을 차근차근 마무리하면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논술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그에 비해 K학생은 전반적인 준비가 많이 부족하다.
“꿈은 확실한데, 노력한 게 없다는 건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아. 열정이 있다면 뼈를 깎는 고통도 스스로 감수할 수 있는 거야. 네가 꿈이 있다면, 거기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그만한 열정을 보여줘 야 하는 전형이 입학사정관제야.”
선생님과 상담을 통해서 비로소 자신이 부족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된 K학생.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만 그칠 게 아니라, 그 마음을 갖고서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로 다짐하는 기회가 됐다.
| 글 | 신혜인 ㆍ leedhshy@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