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될 때 생각해야 진학 제대로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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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먼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보자. 자신이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생각해보자.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정보를 적극적으로 모아보자. 그러면 어떻게 진학을 결정해야 하는지 해답이 보일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모의고사를 끝내고 집에 가다가 학교 뒷산 자락에 걸린 저녁놀을 보고 무작정 산꼭대기에 올라 떨어지는 태양을 보며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세상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시간의 몸부림을 보면서 태양은 내일도 어김없이 떠오른다는 생각과 함께 미래에 대해 고민을 했다. 내일 무엇을 해야 하나,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나이 마흔이 되었을 때에는 무엇을 하며 누구와 살고 있을까….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다. 그때는 참 머리 속이 복잡했다. 불확실한 미래, 생각만큼 나오지 않는 성적, 입시라는 중압감, 대학이나 진로에 대한 부족한 정보 등 수험생이면 누구나 부딪치는 문제로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다. 치열한 고민 속에서 나름대로 물리 교사가 되기로 결정했고 이후 별 흔들림 없이 그 길을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 목표를 세우면 길이 보인다
물론 아는 것이 적으니 먼저 살아 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참고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분들의 이야기 속에는 인생을 먼저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녹아 있고 삶에 대한 나름대로의 관점이 스며들어 있다. 특히 이공계 쪽으로는 생소한 학과도 있고 오해하고 있는 전공 분야도 있다. 또 미래에는 어떤 분야가 유망한 지에 대해서도 판단하기가 어렵다. 이럴 때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조언을 듣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내 인생은 결국 나의 것이다. 불완전하더라도 결정은 스스로 해야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미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판단한 후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 나중에 그 결과가 어떻게 되더라도 스스로 판단해 결정한 경우에는 크게 후회하는 일이 적고 또 진로를 수정하기가 쉽다. 선택의 상황에서 좀더 나은 결정을 하려면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 운동장에서 1백m 달리기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1백m 지점에 깃발을 꽂아두고 그 깃발을 보면서 달리면 거의 직선으로 달려갈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목표를 향해서 지금 내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만큼 발을 내디뎌야 하는지 판단하고 실천하게 된다. 그러나 아무런 표시도 해 두지 않고 자기 발 밑만 보면서 그저 감으로만 달리면 이리 저리 엉망으로 달리게 되고 어쩌면 목표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도달할 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목표 지점에 꽂힌 깃발을 잘 보면서 힘껏 달린다. 마찬가지로 인생은 80년을 보면서 뛰는 것과 같다. 학생들이 당장의 현실과 느낌에 의존해서 앞길을 선택한다면 목표 지점에 도착하는 것도 어렵고 설사 도착한다 해도 이리 저리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할 것이다. 멀리 있는 목표를 보고 그 목표를 위해 지금 어느 방향으로 얼마만큼 나아가야 할 지를 판단하고 실천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 달성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필자는 새 학년이 시작되면 3학년 학생들에게 꼭 해주는 말이 있다. “마흔이 됐을 때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을지 상상해 보렴.” 마흔의 나이를 공자는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르는 일이 없게 된다는 의미로 불혹(不惑)이라 했다. 그 나이쯤이면 자기 인생에 대해 온전히 혼자 책임을 져야 할 나이다. 그 때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지를 상상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자기 인생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그 목표를 위해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지 생각해 본다면 지금 선택해야 하는 길이 조금 더 잘 보일 것이다. 나이 마흔에 내 모습이 어떠할 지를 생각한다면 나이 서른에, 또 나이 스물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조금은 파악하기가 쉽다. 이공계열 공부를 하다보면 무수한 수식이 나오고 그래프와 도표가 나타난다. 어찌 보면 이공계 학생들은 숫자와 화살표, 기호의 바다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복잡한 식을 풀다보면 그 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그 식을 풀게 됐는지는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런 속에서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려면 무엇보다도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 자신의 상황 이해가 출발점
진로를 정할 때 또 하나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사람들이 처한 현실은 각자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현실이 다르다는 것은 출발점이 다름을 뜻한다. 목표가 비슷하더라도 출발점이 다르면 남과 다른 길을 걸어가야 한다. 나와 내 주위를 둘러보고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출발점을 확실하게 하는 일이 된다.가장 답답한 경우는 자신의 적성이나 소질을 잘 모르거나 알아도 무시하고 진로를 선택하는 학생이다. 예를 들어 마음이 여려 피를 보기 싫어하고 소심해 과감한 결단을 잘 내리지 못하는 학생이 의대를 지망하는 경우가 있다. 의사가 되려면 최소한 호주머니 속에 사람의 뼈를 넣고 다니며 공부할 각오와, 다리가 썩어갈 때 더 이상 상처가 번지지 않도록 환자의 다리를 잘라낼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1학년 담임을 할 때 부모는 의대 쪽을 원하고 학생은 미술에 소질이 있어 고민하는 학생을 만난 적이 있었다. 감성적이고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를 좋아하는 학생의 적성을 본다면 당연히 미대로 진학하는 것이 좋은데 부모의 마음은 자식이 안정적인 앞날을 보장받기를 원했다.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며 대립하는 학생과 부모 사이에서 여러번 대화를 통해 결국은 일단 학교를 다니면서 대입 준비를 하고 미술 학원에서 미술 공부를 계속 하는 것으로 잠정적 결정을 봤다. 서로 일정 부분을 양보한 것이었는데 얼마 후 그 학생은 예고로 전학을 가서 미술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는 소식이 왔다.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따른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또 앞날을 설계할 때 현재 자신의 가정 형편에 대해서도 고려를 해야 한다. 부모의 경제적인 여유와 더불어 형제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대학을 졸업하고 공부를 더 할 수 있는지, 아니면 졸업과 동시에 취직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려야 한다. 다행히도 요즘은 대개 자녀가 한두명인 경우가 많아 경제적인 문제로 진학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많이 줄었다. 과학강연회도 좋은 정보
진로를 파악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그 분야에 대한 정보다. 미래에 대한 정보가 풍부해야 10년이나 20년 후는 어떤 분야가 각광을 받을지, 어느 대학 어느 학과로 진학하는 것이 유리한지, 대학 재학 중에 또는 졸업 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학생들은 입시 공부에 너무 매달리다 보니 인생을 선택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한다. 학교에서 진로 상담이나 진학 지도가 있긴 하지만 입시 외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은 대개 친구들, 선배, 부모님,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정보를 얻는다.그러나 이제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7차 교육과정의 적용을 받는 고등학교 1학년들은 인터넷을 통해 관심 있는 분야의 웹 사이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또 책이나 TV 프로그램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니면 담임 선생님 외에 전공하려는 분야에 관계된 선생님과 상담하는 것도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에는 좋은 방법이다. 현재 첨단 과학이라고 하는 분야는 IT(정보통신기술), BT(생명공학기술), NT(나노기술), ET(환경공학기술), ST(우주기술), CT(문화콘텐츠기술) 등이다. 조금 생소한 분야도 있겠지만 학생들이 사회의 주역이 될 20년 후에도 활발한 분야일 것이다. 이공계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이런 분야에 대해 나름대로의 관점을 갖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분야의 주된 관심이 무엇이고 어떤 것들이 연구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분야에 많은 투자와 연구가 진행 중이므로 각 분야에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서 정보를 얻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이공계 출신자들이 비단 첨단 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언론, 문학,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으므로 이런 분야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다행히 요즘에는 과학의 여러 분야에 대한 강연회나 박람회, 전시회 등이 많이 생기고 있다. 아직은 서울에 편중돼 있기는 하지만 지방에도 기회가 조금씩 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에서 격주 목요일에 하는 과학강연회는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과학자들이 일반인들에게 첨단 분야를 소개하는 자리로, 진로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다. 중고등학생들이 관심 분야의 강연회에 참석해보도록 권하고 싶다. 한국과학문화재단에서 여는 8월의 크리스마스 강연회도 좋은 자리다. 이 외에도 서울과학관을 비롯한 각 지방의 과학관들, 교육과학연구원 등에서 좋은 전시회가 박람회가 많이 열리므로 관심을 갖고 찾아보는 것이 좋다. | 글 | 강태욱/고대부속고 교사ㆍusu1972@orgio.ne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