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이사ㆍ jpcho@wisementor.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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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대가 두 개 있다. 취리히연방공대(이하 ETH)와 로잔연방공대(EPF)가 그 주인공이다. ETH는 독일어를, EPF는 불어를 주로 사용한다. 지난 6월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세계 최초 태양열 택시를 만든 곳이 바로 ETH다.
ETH의 연구 수준은 미국 MIT에 비견된다. ETH가 세계 최고 수준의 공대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무엇보다 스위스 정부의 적극적인 이공계 육성책 덕분이다. 정부는 매년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연구 활동에 지원하고 있다.
상위 1% 이내 학생 대부분이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고 선호 직업 1순위는 과학자다. 연구개발 인력의 초봉은 의사나 변호사의 연봉과 비슷하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면서 사회적으로 만족할만한 지위와 경제력을 가질수 있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열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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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본 ETH의 본관. 전통과 현대가 자유롭게 조화를 이룬 공간에서 미래의 공학도가 배출된다. |
ETH의 역사는 19세기에 시작됐다. 1854년 스위스연방정부가 대학을 설립했고 이듬해에 ‘공업기술전문학교’(poly technic institute)라는 이름으로 개교했다. 이 때문에 요즘에도 스위스에서는 ETH를 ‘Poly’라고 부르기도 한다. 개교 당시에는 건축학과, 도시공학과, 기계공학과를 개설했고 1909년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한 뒤 1911년 학교명을 개정해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ETH가 가장 자랑하는 분야는 컴퓨터공학으로, 세계 컴퓨터의 역사라고 통하는 IBM의 유럽연구소를 유치할 정도로 우수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나노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ETH의 또 다른 특징으로 세계화를 들 수 있다. ETH는 임페리얼칼리지, 아헨공대, 파리공대 같은 유럽의 명문대학들과 공동 연합체인 아이디어 리그(IDEA League)를 구성하고 있다. 또 지난 2006년 세계 최고의 연구중심 대학이 모여 구성한 IARU(International Alliance of Research Universities)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TH는 노벨상 수상자만 무려 21명을 배출했다. 그 중에선 1936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공계 학생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인 빌헬름 뢴트겐, 알프레드 베르너, 볼프강 파울리, 리처드 에른스트도 눈에 띈다. 그렇다면 스위스의 작은 도시에 위치한 이 대학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ETH가 세계적인 석학을 유치하기 위해 들이는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2005년 시스템 바이올로지의 권위자인 루디 에버솔드 교수팀을 유치하는데 ETH가 들인 비용은 1800억 원이다. 우수한 교수만 있다고 해서 교육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ETH는 학생들이 마음 놓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연구지원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배출된 인재가 다시 ETH의 명성을 높이기 때문에 학교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ETH는 열린 교육을 지향하고 있어 외국인 유학생을 위해 문호가 넓게 열려 있다. 교수진의 60% 가량이 외국인이고 석박사 과정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다. 따라서 석사과정 이상의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학교 측의 지원도 파격적이다. 박사과정 면접을 위해 ETH를 방문하는 전 세계의 학생들에게 항공료는 물론 체제비까지 지원한다.
최근 ETH는 야심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사이언스 시티’(Science City)의 구축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ETH의 제2캠퍼스 부지(30만m2 규모)를 두 배로 넓혀 만드는 사이언스 시티는 미국의 MIT를 능가하겠다는 10년 프로젝트로서 약 4000억 원이 투입된다. 게르하트 슈미트 부총장은 “24시간 실험실이 돌아가고, 세계적인 기업들이 입주하는 등 ‘뎅쿨투어’(Denkkultur, 사고의 문화)가 실현되는 세계 최고의 도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진과 시설은 물론 연구에 가장 좋은 여건을 갖춘 ETH. 공학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자 하는 젊은 과학도라면 아인슈타인이 걸었던 그 교정을 직접 밟아보는 영광을 누리고 싶지 않을까.
위치 : 스위스, 취리히
홈페이지 : www.ethz.ch/index_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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