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 글 | 김나래 서울대 공대 공학계열 1학년ㆍremineese7@naver.com |
오는 10월 개교 60주년을 맞는 서울대 공대는 다채로운 행사준비로 분주하다. 세계적인 공과대학을 만들기 위해 체질개선도 시도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 김도연 학장(재료공학부)이 서 있다. 그는 공학을 대중화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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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들에게 공학의 매력을 심어주고 공학도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일에 모든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김도연 서울대 공대 학장은 환한 미소로 기자를 맞이했다. 목소리에서는 강한 의지가 묻어났다.
“올 10월이면 서울대 공대가 개교 60주년을 맞습니다. 이제 환갑을 맞아 서울대 공대는 새로운 역사의 문턱에 서있는 셈이죠. 세계적인 공과대학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도연 교수는 학생들로 하여금 공학인으로 서의 자부심을 갖게 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지난 2월에 신입생과 학부모를 초청해 환영 행사를 열었다. 4월에는 여성동문 1000호 탄생을 기념하는 홈커밍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재학 중인 우수한 여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SEW(SNU Engineering Women) 네트워크 펠로십’을 제정했다.
7월에는 고교생 50명을 대상으로 진로탐색의 시간을 갖는‘청소년 공학 프런티어 캠프’를 마련했다.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은 공대 연구실 체험과 산업현장 견학 등 빡빡한 일정을 열정적으로 소화했다. 학생들 모두 공대생으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는 모습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행사를 꾸려나가는데 어려움도 많았다.
“초기만 해도 학교 구성원의 참여율이 저조했어요. 특히 수업과 연구활동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는 교수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과정이 쉽지 않았죠. 지금은 많은 교수가 우수한 젊은 인재를 유치하고 그들에게 미래를 제시하는 일에 발벗고 나설 정도입니다.”
학부생 교육의 질을 높인다
김 교수는 지난 20여년간 대학이 대학원생과의 연구활동에 치중해 왔다고 평가한다. 학부생 교육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뜻이다.
“형제 많은 집안의 동생은 그냥 크지 않습니까. 우리가‘막내둥이 학부생’에 대해서 큰 투자를 하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학부생 교육이 잘 돼야 대학이 발전합니다. 학부생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칠 계획입니다.”
그렇다면 미래사회를 주도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공학교육에서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단연‘경영 마인드’를 꼽는다. 공학 지식을 적용하고 활용하는 지식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서울대 공대는 2학기부터 기술과 경영이 융합된 학부교육을 선보인다. 산업공학과의 학부명을 산업경영공학과로 바꾸고 학부생을 대상으로 창업과 경제, 벤처 경영, 특허와 기술이전 등의 교과를 신설한다. 이를 위해 경영학 강의를 맡을 전문가도 교수로 채용할 계획이다.
또한 서울대 공대는 내년 4월 정년임용 심사를 앞둔 교수들을 대상으로‘교수법 클래스’도 운영한다. 학생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일이 교수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장중심의 인력을 양성하고 국제인재를 배출할 목적으로 공학교육인증(ABEEK)을 금년에 도입했다.
김 교수는 평소 과학기술을 ‘과학’ 과 ‘공학’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과학과 공학은 실과 바늘처럼 밀접한 분야지만, 실과 바늘처럼 그 역할이 서로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는 공학의 사회적 역할과 발달과정을 살펴보면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한다.
“과학은 자연현상을 탐구해서 얻은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가는 것이 목적입니다. 반면 공학은 과학적 지식에 기초를 두고, 인간의 실제 문제를 해결해가는 분야죠. 과학은 국격을 상승시키고, 공학은 국부를 창출합니다. 두 분야의 차이점을 이해한다면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도 이공계에서는 노력한 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푸념 섞인 말들이 들려온다. 그러나 김 교수는 변화하는 사회 환경을 눈여겨 보라고 말한다. 그는 과학기술이 경쟁력인 21세기에는 공학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공학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우리시대 기술혁명’이라는 책도 출판했다.
공학에 빠지면 세상을 얻는다
김 교수는 올 5월까지 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재료미세조직연구단 단장을 맡았다. 1997년에 맡아 9년이나 이끌어온 연구단이다. 그간 국내외 우수 학술지에 수십 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세계적으로 눈에 띄는 연구성과를 내놓았
다. 지난해 월간조선이 발표한‘미래 한국을
먹여살릴 9인의 교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람의 내면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죠. 재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료의 물성을 결정짓는 요인이 바로 미세조직입니다. 미세조직을 바꾸면 안 깨지는 유리도 만들 수 있습니다.”
연구단의 가장 큰 성과는 재료입자가 비정상으로 성장하는 이유를 밝혀낸 일이다. 지난 8월 미국 세라믹학회지는 연구단의 성과를 표지로 장식했다. 학회 측에서 논문을 써달라고 요청해서 실은 것이다. 한국인이 이런 요청을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바쁜 나날을 보내지만 그는 평소 운동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학 시절에는 학교 조정선수로 전국체전에서 은메달을 따기도 했다. 5년 전까진 서울대 교수 테니스 대표로도 활동했다.
요즘은 주말이면 부인과 함께 시골에서 조그만 텃밭을 가꾼다. 김 교수는 농사일과 수확의 기쁨에 푹 빠져 있다.
P r o f i l e
1974년 서울공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1979년 프랑스 블레즈파스칼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1년에 과학기술훈장 진보장과 한국공학한림원이 수여하는 젊은공학인상을 받았다. 1997년부터 올해까지 ‘재료미세조직연구단’을 운영했다. 1982년부터 서울대 공대 재료공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05년 9월 서울대 공대 학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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