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위원장 김진애 |
매일매일 짜릿하게 살자 |
| 글 | 장경애 기자ㆍkajang@donga.com |
건축가 김진애. 그는 세상을 움직이려면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리고 전체를 조정하고 운영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건물을 짓는 건축가를 넘어 공간에 담길 인간의 행복한 삶을 고민하기 때문이다.
김진애 위원장의 작은 소원은 사람들이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 그가 설계한 공간에서 사람들의 웃음이 묻어나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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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공간 속에서 사람들이 즐거워 한다는 것은 정말 짜릿한 일이죠. 건축가는 공간 속에 인간을 담아요. 어떤 때는 단 한사람을 위해, 또 다른 때는 수백만 명을 위한 공간을 창조하죠.”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이하 건선위) 김진애 위원장이 첫 만남의 인사를 나누자마자 쏟아낸 말이다.
사실 김 위원장의 고유 업무는 건축과 도시설계다. 그는 그림문화관 건축설계, 산본 신도시 설계뿐 아니라 서울 600년전 등 다양한 전시작업을 직접 했다. 한마디로 현장에 강한 건축가다.
“과거 우리나라 건설 시장이 노동과 기술을 수출하던 시대였다면 이젠 기술과 관리능력을 수출하는 시점이예요. 즉 건설 시장이 질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 뿌리 깊은 건축 비리도 없애야 하고, 질로 승부하는 건축문화를 만들어야죠”라며 대통령 자문기구인 건선위에서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한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건축 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건축 관행과 부딪히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 심지어 ‘김진애 생각과 100% 반대’인 사람들도 만난다. 어렵지 않느냐는 물음에 “저는 남 설득하는 걸 좋아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90% 이상은 실패해요. 그런데 내 생각에 동의할 가능성이 1% 밖에 안됐던 상대방이 내 편이 돼 준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짜릿한지!” 말끝에 어깨를 들썩거리는 모습에 전율이 느껴진다.
김 위원장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며 짜릿한 전율을 느끼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주어진 문제를 풀기보다 문제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MIT 유학시절 인생에서 세 가지 보물을 얻었다면서 “학교에서 건축 현장의 문제를 다루고, 사람들에게 이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기업가 정신도 중요하게 배웠지만, 그 중 제일이 바로 ‘문제를 만드는 창조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한다.
김위원장은 “풀지 못할 문제는 문제도 아니다”며 문제를 잘 만들어야 좋은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문제 속에 길이 있다고 귀띔한다. 건선위에서 하는 일도 바로 우리나라 미래 건축 문화를 위해 좋은 문제를 만들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현재 그의 모습을 보면 어렸을 때부터 골목대장을 했을 것 같다고 하자 “어렸을 때는 내숭을 떨었죠. 하하하”하며 웃는다. 김 위원장은 어렸을 때 너무 질문을 많이 해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경계 대상 1호였다. 그러면서 늘 듣는 말이 “너, 참 이상하다!”였다.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입을 닫고 책과 친구하며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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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울공대 여성 동문 1000명 배출을 기념해 홈커밍 행사를 준비했다. |
그는 서울공대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남자뿐이던 공대에 7년 만에 입학한 여학생이던 그가 남자 화장실과 교수화장실을 대담하게 이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대에는 여학생이 거의 없었던 이유로 여자 화장실이 없었다. 서울공대 여성동창회장이기도 한 그는 “제가 대학 다닐 때만해도 여학생이 공대를 통틀어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는데 올해 2월 드디어 여성 동문 1000명의 시대를 맞이했어요. 이제 곧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 곳곳에서 활약할 여성 엔지니어를 만날 날이 멀지 않았어요”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여성 동문 1000호 탄생을 기념해 서울공대여성네트워크펠로우십(SNU Engineering Women Network Fellowship)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김위원장은 후배들에게 “기술만으로 세상이 움직이지 않으며, 전문적인 기술력과 함께 의사소통 능력 그리고 전체를 조정하고 운영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1990년 ‘서울 포럼’이란 건축설계 회사를 창업하고 겪었던 수많은 어려움을 떠올리며 한마디를 남겼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죠. 하지만 실패는 젊은이의 특권이에요. 나중에 더 큰 실패를 막아주는 예방주사인 셈이죠. 그래서 저는 젊은이에게 창업을 권해요.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서 봐야 세상이 얼마나 냉혹한지 얼마나 많은 요소들이 얽혀 돌아가는지 깨달을 수 있죠.”
Profile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MIT대에서 도시설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선농테라스와 그림문화관 등 건축설계와 산본 신도시와 인사동길 등 도시설계를 진행했다. 밀라노 트리엔날레와 서울 600년전 등의 전시작업도 했다. 건축웹진 아크포럼(www. archforum.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는 대통령자문기구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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