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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만드는 로봇설계사 - 김종원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분야 항공우주기술/기타
융합과학/로봇
날짜 2011-04-04
김종원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미래를 만드는 로봇설계사
| 글 | 오경택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06학번 ㆍlaimo@hanmail.net |

지난해 말 3차원 공간의 모든 운동을 재현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가 세계 최초로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화제를 모았다. 이 첨단장치는 전투기 조종사의 비행훈련장치나 가상현실 롤러코스터를 만드는 데 쓰일 계획이다. 연구를 총괄한 김종원 서울대 교수를 만났다.

“긴 말보다는 눈으로 직접 보는 게 훨씬 이해가 빠를 겁니다.” 김종원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구동원리를 묻는 기자를 ‘이클립스(Eclipse) II’가 있는 실험실로 안내했다. ‘이클립스 II’는 3차원 공간의 모든 직선운동과 회전운동을 재현하는 모션 시뮬레이터다. 모션 시뮬레이터는 전투기와 롤러코스터처럼 자세와 위치가 끊임없이 바뀌는 물체의 움직임을 실제와 흡사하게 재현해주는 장치다.

3 차원 모션 시뮬레이터

“기존 시뮬레이터는 상하좌우로 최대 30°까지만 회전할 수 있기 때문에 전투기 조종사는 가상현실 영상에 의존해 모의 비행훈련을 할 수밖에 없었죠. 좀 더 실감이 나는 훈련과 체험을 할 필요성이 생긴 거죠.” 김 교수는 개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에 개발된 시뮬레이터는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여러 개의 관절을 이용해 상하좌우 360° 회전하는 전투기의 실제 움직임을 거의 그대로 따라한다. 김 교수는 “이 장치를 활용하면 전투기 조종사를 효율적으로 훈련시킬 뿐 아니라 롤러코스터 같은 놀이기구를 만드는 데 응용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현재 미국, 일본, 중국에 특허를 등록했으며 연간 2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시뮬레이터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구팀은 이미 지난해 말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군사용 시뮬레이션 및 훈련기기 국제전시회인 ‘I/ITSEC’에 이클립스 II를 선보여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클립스 II 외에도 김 교수는 다양한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울퉁불퉁하고 다양한 재질의 건물 벽을 청소하는 로봇은 그의 주된 연구대상 중 하나다. 이 로봇에는 캐터필러(무한궤도)에 여러 개의 빨판이 달려있는데, 캐터필러로 전진하면서 펌프를 이용해 빨판과 벽 사이를 진공으로 만들면 흡착력이 생겨 벽을 기어오른다. 그는 “고층건물의 청소를 로봇이 대신 해준다면 사람이 다칠 위험이 줄고 건물 벽을 더 자주 청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에 로봇이 서울시청의 벽을 청소할 뿐 아니라 북한산 인수봉을 오르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교수는 두산 인프라코어와 함께 선박용 자동용접 로봇을 개발해 올 여름부터 현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운반하는 선박은 사고가 나더라도 LNG가 쉽게 유출되지 않도록 외벽 안쪽에 3m 간격을 두고 다시 내벽을 두도록 돼 있다. 내벽과 외벽 사이의 밀폐된 곳에서 사람이 3000℃가 넘는 고온의 전기용접을 하기는 어렵다. 김 교수는 “인간을 대신해 극한 환경에서 작업을 하는 로봇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일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책상에 고정돼 있던 컴퓨터가 집안을 돌아다닌다면 어떨까. 이 컴퓨터는 음악을 듣고 싶어 할 때 주인에게 다가와 음악을 들려주고, 집을 비운 사이 바닥을 청소한다. 독거노인의 집에서 청소도 해주고, 인터넷 쇼핑도 해주고, 로봇팔과 카메라를 이용해 카드나 화투도 함께 쳐주는 센스를 가지는 컴퓨터. 바로 김 교수가 생각하는 미래의 가정용 로봇이다.


할머니가 원하는 로봇은?

그는 “로봇을 사용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어떤 형태가 가정용 로봇에 가장 적합한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교수이면서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자세는 7년 동안 대우중공업에서 근무하던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그의 손목에는 상대방이 시간을 확인하기 쉽도록 시계가 거꾸로 채워져 있다. “엔지니어를 위한 로봇의 시대는 지났습니다. 가정용 로봇을 개발한다면, 첫 번째 고객이 될 할머니의 요구사항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김 교수는 “공학뿐 아니라 디자인, 경영학, 마케팅 기술을 두루 갖춰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엔지니어는 항상 미래에 대해 예리한 통찰력을 가져야 하며 되도록 신기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줄이고 긍정적으로 미래를 상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엔지니어가 될 수 있고 지금껏 존재하지 않던 것을 창조하는 엔지니어로서의 특권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론에 현장경험을 싣고

김 교수가 가르치는 기계설계과목은 생생한 현장경험이 녹아 있어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특히 1999년부터 8년째 이어져 오는 국제 공동강의는 작년 10월에 ‘서울대 교육상’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했다.

3개국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영상강의는 서울대 공대, 독일의 베를린 공대, 미국의 미시간대가 함께 진행한다. 학교별로 대학원생 2명씩, 총 6명이 한 팀을 이뤄 세계시장에 팔릴 수 있는 제품을 기획, 설계, 제조하는 전 과정을 직접 배운다. 수강생은 학기 초와 학기 말에 1주일씩 모여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뒤 전시회를 연다. 김 교수는“사고방식의 차이와 언어장벽을 극복해 가며 결과물을 완성하는 모습에 매번 놀란다”며 “국제적 팀워크를 미리 경험해 본 학생들은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엔지니어를 꿈꾸는 사람은 세상을 거대한 박물관이라고 가정해 볼 것”을 권했다. 지금 쓰는 노트북 컴퓨터가 최첨단 기종이라고 해도 20년 뒤에 바라보면 ‘도대체 저런 걸 어떻게 사용했나’싶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그는 지금 출현하는 신기술과 신제품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에 이것이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 끊임없이 상상하는 사람이 미래를 주도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P r o f i l e
1978년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KAIST 기계공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까지 대우중공업 공작기계사업본부에서 일했으며 1987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부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04년 서울대 공대가 수여하는 ‘훌륭한 공대 교수상’, 2005년 ‘가헌학술상’, 2006년 ‘서울대 교수상’을 각각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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