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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엔지니어가 여는 디지털 세계의 창을 주목하라 - 디스플레이 선구자 한민구
분야 정보기술.컴퓨터통신/디스플레이 날짜 2011-04-04
디스플레이 선구자 한민구
창의적인 엔지니어가 여는 디지털 세계의 창을 주목하라
| 글 | 장경애 기자·ㆍkajang@donga.com |

 
 
   
 
 
디스플레이 기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한민구 교수. 그는 꿈과 현실을 현명하게 조화시키는 엔지니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디스플레이를 연구하는 엔지니어에겐 우리의 독자 기술로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 최대의 축복이죠.”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의 세계적 권위자인 한민구(59) 교수에게 ‘축복받은 공학인’ 인터뷰를 청하자 나온 첫마디다. LCD 산업의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이 짧은 기간에 원천기술을 보유한 선진국과 격차를 줄여 당당히 세계 1위를 차지한 사실이 한 교수에게는 꿈만 같은 모양이다.

요즘 뜨는 3세대 휴대전화, 현대인의 필수품이 돼버린 노트북 컴퓨터, 고화질 영상으로 가정을 극장으로 만든 홈시어터, 막히는 길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대형전광판. 이들은 모두 세상의 지식과 정보를 ‘당신’과 연결해주는 디지털 창이다. 이렇게 세상의 창으로 불리며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TFT-LCD다.










싸고 좋은 재료를 찾아

디스플레이에서 다양한 색깔을 생생하게 표현하려면 빛을 내는 발광부분(화소)을 전기적으로 켰다 꺼야 한다. 여기서 스위치 역할을 하며 원하는 색과 영상을 재현하는 것이 박막트랜지스터다. 이런 박막트랜지스터를 활용한 LCD는 하나의 화소마다 전자소자가 있어 제어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동영상을 처리하는데 유리하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TFT-LCD가 인기를 끄는 비결인 셈이다.

 
   
 
 
한 교수는 연구실 제자들에게 실용성과 창의성을 강조한다. 현재 그의 제자들은 디스플레이 산업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뒷줄 가운데가 한 교수.
디스플레이 소자는 유리 위에 집적되는데, 유리 기판의 각 화소에 박막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는 방법은 반도체 공정과 거의 비슷하다. 이때 박막 트랜지스터에는 비정질 실리콘이나 다결정 실리콘을 활용한다. 현재 대부분의 LCD에는 비정질 실리콘으로 만든 박막트랜지스터가 쓰인다. 그런데 앞으로는 다결정 실리콘이 그 자리를 꿰찰 전망이다.

세상의 창으로 불리는 디스플레이는 고속 영상과 고화질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비정질 실리콘 박막트랜지스터보다 다결정 실리콘 박막트랜지스터는 선명한 컬러와 빠른 반응으로 동영상을 완벽히 구현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결정 실리콘 박막트랜지스터 설계 기술을 개발한 한 교수가 주목받는 이유다.

1980년대부터 TFT-LCD와 씨름해 온 한 교수가 일찌감치 다결정 실리콘 박막트랜지스터의 매력을 눈치 챈 것일까. 남들이 비정질 실리콘으로 박막트랜지스터를 만들 때 다결정 실리콘으로 박막을 만들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이에 대해 그는 “싸고 좋은 재료를 찾는 사람이 엔니지어”라면서 “너무 치켜세우지 말라”며 손사래를 친다.



‘실사구시’로 무장

 
   
 
 
1976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유학시절의 한 교수. 글로벌한 엔지니어를 꿈꾸던 사진 속 청년은 이제 디스플레이 기술의 리더가 됐다.
한 교수는 엔지니어에게 ‘실용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엔지니어가 중요하다”며 “솔직히 제자들이 대학의 교수로 가는 것보다 기업에 가서 연구할 때가 더 반갑다”고 말한다. 대학에서 연구한 이론을 산업현장에서 ‘꿈을 현실로’ 이뤄내는 사람이 바로 엔지니어이기 때문이다.

한 교수가 타고난 엔지니어인 것은 그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봐도 알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관심이 많던 그는 수학시간은 물론 모든 과목에서 “이것은 배워서 어디에 쓰느냐?”란 질문을 자주 했다. 지금도 그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은 연구를 통해 굳건히 이어오고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의 전도사로 불리는 한 교수. 하지만 정작 그는 “디스플레이 산업은 화학, 화학공학, 재료공학, 전기공학, 전자공학 등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연구하고 현장에 적용한 결과”라며 “누구 한사람의 능력으로 디스플레이 세계 1등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고 단호히 이야기한다.

그는 “박막트랜지스터를 설계하고, 만들고, 결과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그룹의 모든 역량이 모아져야 좋은 논문이 탄생한다”며 “연구실에서도 팀플레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실험실 세미나의 토론과정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연구설계가 나온다고 귀띔한다. 한 교수는 제자들에게 창의성을 강조한다. 남들 다 하는 것을 하다보면 늘 누군가의 그림자만 쫓아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주변 사물에 호기심이 많았던 다섯 살 때의 한 교수.
그래서인지 한 교수는 미래의 엔지니어 후배들에게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을 강조한다. 실용성과 창의성으로 무장한 엔지니어가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과 능력, 그리고 세상의 흐름을 읽으며 연구한다면 백전백승이란 말이다.

한 교수는 늘 바쁘다. 국내외 디스플레이 학회나 세미나 참석은 물론 산업체 자문에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에 대해 “한국의 주력사업으로 자리 잡은 디스플레이 업계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에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연구와 관련된 각종 정보와 시장의 흐름을 읽기 위해 돌아다니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며 겸연쩍어한다.

너무 뻔해 보이지만 ‘매사에 최선을 다하자’가 인생의 좌우명이라는 한 교수. 그는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창의적인 엔지니어가 디지털 세계로 열리는 창인 디스플레이를 만들어 어떤 소통의 세상을 만들지 주목해달라”고 당부한다. 더불어 “지켜보지만 말고 창의적인 엔지니어 ‘자신’이 돼 달라”고 한 번 더 말한다.

한 교수는 선친인 국내 전기공학자 1세대인 한만춘 교수가 한 말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엔지니어는 현장에 있을 때 행복한거다.” 한 교수도 선친께 가슴 속 말을 전한다. “세계가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기술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엔지니어 한민구는 행복합니다.”



P r o f i l e

1948 출생 1971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1976 미국 미시건대 석사 1979 미국 존스홉킨스대 전기공학박사
1984~현재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2002~2005 서울대 공대 학장
2003~2004년 전국공과대학장협의회 회장
2006~현재 나노기술연구협의회 회장
2007~현재 대한전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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