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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 경영하는 공학인 - 윤명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분야 융합과학/산업공학 날짜 2011-04-04
윤명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감성을 경영하는 공학인
| 글 | 임현주 서울대 산업공학과 04학번ㆍartistry11@hotmail.com |

“사람이 중심입니다.”이는 인간공학을 연구하는 윤명환 교수가 인간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제시한 화두다.“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말하는 그에게 인간공학을 연구하는 일은 천직인 듯싶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사람이 쓰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인간공학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생기는 기술과 사람간의 간격을 메워 줍니다.”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각국의 기업들은 최고의 기술과 디자인이 담긴 제품을 선보인다. 그러나 눈부신 기술발달 이면에는 고급기술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이런 인간과 기술의 간격을 좁히도록 돕는 일이 인간공학의 가치”라고 윤명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말한다. 그가 이끄는 휴먼인터페이스 연구실은 소프트웨어와 감성공학을 연구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간과 기술의 징검다리

 
   
 
 
“감성공학이란 시스템을 해석하고 그에 어울리는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입니다.”

과거의 인간공학이 버튼의 모양이나 크기 같은 제품의 외관에 비중을 뒀다면 감성공학은 기기 안에서 구현되는 소프트웨어에 더 비중을 둔다.“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아이팟의 성공요인이 뭘까요? 사용자가 기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사용자 인터페이스 때문입니다.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수천만명의 마음을 사로잡은 셈이죠.”

윤 교수는“인간공학과 감성공학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감성 마케팅’전략이 부각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감성을 공학적으로 응용하는 기술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인간’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윤 교수의 지론이다.

“특정 지역에서 개발된 제품일지라도 사용하는 대상은 전세계인입니다. 설계자는 다양한 문화적 환경을 고려해 제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특히 미래사회에는 국가나 지역사회의 문화를 이해하는 일보다 소집단 문화에 대한 이해가 더욱 중요한 가치를 지닐 겁니다. 장기적인 목표는 문화를 이해하고 사람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공학적인 도구를 개발하는 일입니다.”


공대 속의 경영학과

“약국을 잘 운영하려면 작업 흐름을 이해해 수요를 예측하고 제품을 주문해 배치해야 합니다. 산업공학은 약국 같은 특정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도구를 다룹니다.”

윤 교수는“산업공학과에서 다루는 시스템을 알면 산업공학이 왜 다양한 학문으로 구성됐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산업공학은 다양한 산업을 대상으로 시스템의 기본 도구와 철학을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산업공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바로 ‘시스템’입니다. 산업공학의 목표는 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일입니다. 과거에는 제조업을 주로 다뤘지만 최근에는 서비스나 경영에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윤 교수는“산업공학과가‘공대 속의 경영학과’라고 불리며 핵심 공학 분야로서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산업공학과에서는 학부교육을 중시하는 학교의 변화에 발맞춰 최근 공대에서 추진하는 공학인증제를 도입했다. 강의내용과 평가방식을 체계화해 국제적 기준에 맞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학부교육은 창의성과 설계능력을 강화하고 팀 과제를 통해 책임감, 협동심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될 계획입니다. 학부교육을 강화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한다면 대학의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커질 거예요.”

교수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냐고 묻자“당연히 우수한 학생을 키워냈을 때”라며 “특히 직접 지도한 석사나 박사과정 학생들이좋은 논문을 쓰면 감동을 받곤 한다. 논문을 잘 쓰는 일은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무한도전’

그는 논문을 잘 쓰는 일과 공부를 잘하는 일이 분명 다르다고 힘주어 말한다. 논문을 잘 쓰려면 연구주제를 고를 줄 아는 안목, 필요한 데이터를 얻기 위한 실험능력,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분석능력, 외국 저널에 논문을 싣기 위한 외국어 능력을 필수요소로 꼽았다.

스스로 좋은 논문을 쓰기 위해 고민과 노력을 해온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박사로 있는 동안‘최우수 학생 논문상’을 두 번 수상했다. 또한 그는 박사 논문으로 미국인간공학회에서 주는‘박사논문제안서상’을 받았다.

 
   
 
 
“우수한 학생이 이공계에 진출해 연구능력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계속된다면 우리나라는 고급인력의 부족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 교수는“자신감과 도전정신을 가진다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정된 생활을 꿈꾸며 의사, 교사, 공무원 같은 특정 직업에만 사람이 몰리는 세태를 우려했다.“ 이런 현상은 젊은 사람들이 모험심이 부족하기 때문이지 않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부를 창출하고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점이 공대의 장점”이라면서“미래에 대한 막연한 고민을 하기보다 한발 내딛어 볼 것”을 권했다.

“어려서부터 사람을 만나서 얘기하는 시간이 가장 즐거웠습니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고도 밤새 연구실에서 학생들과 얘기할 때도 종종있죠.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기 때문일 거예요.”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도전정신을 사랑하는 윤교수. 그는“다양한 분야의 사람과 교류해 활동 범위를 넓히는 일이 개인적인 포부”라고 밝혔다. 인간친화형 교수가 펼쳐나갈 인간공학의 미래는 무엇일까.


P r o f i l e

서울대 산업공학과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1994년 미국의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인간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부터 2002년까지 포스텍 산업공학과 교수를 역임한 뒤 2002년부터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유수의 과학저널 편집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현대기아자동차의 연구개발센터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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