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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 지켜 온 30년 한길 인생 - 행복한 엔지니어 이달우 회장
분야 환경기술.에너지/기타
산업기술/전기
날짜 2011-04-04
행복한 엔지니어 이달우 회장
맑은 하늘 지켜 온 30년 한길 인생
| 글 | 장경애 기자ㆍkajang@donga.com |

리더는 화합을 유도하고 봉사할 줄 알아야 한다. 리더가 갖춰야 하는 기본 소양의 뿌리는 인간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휴머니즘이다.

 
 
   
 
 
6.25 전쟁 이후 대한민국 최우선과제는 발전시설을 복구하는 일이었다. 당시 한 젊은이는 미국 원조로 국내에 들어온 발전 설비의 물품 선적 서류를 보고 깜짝 놀랐다. 별거 아닌 듯 보이는 물품의 가격이 당시 굶주린 국민들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쌀을 대량으로 살 만큼 비쌌기 때문이다. 젊은이는 결심했다. “그래! 나는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엔지니어로 살겠다!”

지금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인 발전소와 제철소 구석구석에서 돌아가고 있는 공기정화설비가 바로 이 젊은이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그 젊은이가 바로 30년 넘게 대한민국의 맑은 하늘을 지켜온 한국코트렐(주)의 이달우 회장이다.


‘한국 코트렐 맨’이란 자부심

이 회장이 대형 집진장치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62년. 미국에서 수입한 2기의 전기집진기를 마산화력발전소에 시공하면서다. 이 회장은 이때 전기집진기 내부를 속속들이 이해하면서 국산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 뒤 전기집진기를 만드는 일에 일로매진(一路邁進)했다. 드디어 1968년, 이 회장 손으로 최초의 국산 전기집진기를 만들어 군산화력발전소에 납품했다. 이 시설은 지금도 잘 가동되고 있다. 그 뒤 이 회장은 1973년 한국코트렐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환경산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화력발전소와 제철소에 설치돼 있는 대부분의 전기집진기는 한국코트렐의 제품이다. 뿐만 아니라 대형 산업시설의 배기가스에 포함돼 있는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다이옥신 등 유해가스를 처리해 청정기체로 배출하도록 하는 장치도 대부분 한국코트렐 마크를 달고 있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의 맑은 하늘을 지켜왔다는 말이 결코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이 회장은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을 넘어 이제 대만, 베트남, 중국, 인도, 일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한민국의 맑고 푸른 하늘을 선전했기 때문일까. 작년에 668억원이던 한국코트렐의 매출은 올해 125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성공 요인을 묻자 “우리 회사에는 전문 엔지니어가 많다”며 인재 자랑을 늘어놓는다. 이 회장이 말하는 전문 엔지니어는 대부분 20년 이상 근무한 ‘한국코트렐 맨’으로, 입사할 때는 작은 묘목이었지만 현재는 환경산업에 뿌리를 내린 거목들이다. 한 분야에 집중해 기술을 개발하고 전문가를 키워낸 것이 성공의 요인인 셈이다.


소리를 창조하는 오디오 마니아

“내가 서울대 전기공학과로 진학한 일은 너무도 당연했어요.” 전기공학을 전공한 배경을 묻자 어렸을 때 ‘과학소년’이었다며 밤 새워 라디오, 전파수신기, 변압기, 모터를 만들어 손에 늘 상처가 있었다고 말한다. 중학교 시절 라디오 같은 전기 세트를 100개도 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 덕분일까. 대학에서 친구들은 이론으로만 수업을 받아들였지만 이 회장은 머릿속에 회로와 실물을 그리며 강의를 들었다.

 
   
 
 
이 회장의 이러한 재능은 전기집진기를 설계하는 데 유감없이 발휘됐을 뿐 아니라 이 회장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그는 회사에 출근할 때 오디오 스위치를 끄고, 집에 들어서면 웃옷을 벗기 전에 오디오 스위치부터 켜는 오디오 마니아다. 그는 ‘오디오 시스템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소리가 무엇일까’하는 의문을 갖고 전기공학의 이론을 끊임없이 오디오 시스템에 적용했다. “최근에야 최고의 소리를 찾았어요. 자, 들어보세요”하며 FM 라디오 방송을 들려준다. 라디오 방송이지만 바로 옆에서 연주하는 것 같다고 하자, “최고의 소리는 바로 연주자가 연주하는 소리를 그대로 들려주는 것”이라며 “원음을 그대로 들려주는 오디오를 만드는데 20년이나 걸렸어요”하며 미소 짓는다.


나는 행복한 사람~

 
   
 
 
01_1961년 영월화력발전소 복구공사에 참여했던 이 회장(가운데). 02_초등학교 6학년 때 이달우 회장. 그는 어렸을 때 라디오, 전파수신기, 변압기 등을 직접 만들던 ‘과학 소년’이었다.
이 회장은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누구나 꿈을 이루기 위해 일생을 살아간다며 그 꿈을 이룬 사람은 행복하지 않겠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나는 꿈을 다 이뤘어요”라며 웃는다. “내 꿈은 구체적이고, 꿈을 실현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두기 때문”이라며 비결을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 회장이 이룬 꿈은 무엇일까. ‘훌륭한 공장, 본사 건물, 그리고 우수한 인재의 양성’이다. 이 회장은 안성에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기오염방지 설비를 제작하는 최적의 공장을 갖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에는 8층짜리 본사 건물을 지었다. 그리고 한국코트렐의 엔지니어는 이 회장의 자랑거리다. 이 모두를 거의 20년이란 세월을 두고 이뤘다. 그리고 오디오 마니아로서 최고의 소리를 만들겠다는 개인적인 꿈도 성취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니까 되네요”라며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간단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자신의 성공에 대해 “할머니가 지금도 옆에서 도와주고 계신 것 같다”며 2대 독자였던 자신에게 넘치도록 쏟아주신 할머니의 사랑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따뜻해진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할머니와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이 몸에 배어 다른 사람을 존중하게 된 것 같고 이것이 기업을 경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더불어 “인간을 존중하는 것은 테크닉이 아니라 기본 철학”이라며 지도자의 소양을 갖추는 데 인간 됨됨이를 강조한다.

그는 후배 엔지니어에게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리더의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대개 탁월한 기술이나 실력이 있어야 리더를 하는 것으로 알지만 21세기의 리더는 화합을 유도하고 봉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세월의 무게만큼 패인 주름살을 훈장으로 여기는 행복한 엔지니어 이달우 회장. 그는 시린 듯 파란 겨울 하늘을 보며 한마디 남긴다. “이제는 대한민국 엔지니어 모두가 꾸는 꿈의 씨앗을 가꾸려고 합니다.” 이 회장이 가꾼 꿈의 씨앗이 싹을 틔워 뿌리를 내리고, 어떤 열매를 맺을지 기대가 된다.

P r o f i l e

1930 출생 / 1948 서울대 전기공학과 입학 / 1953 서울대 대학원 전기공학과 입학 / 1952. 7-1961. 4 조선전업(한국전력전신) 근무 / 1961. 6-1963. 11 미국 벡텔, 리서치코트렐 근무 / 1964. 2-1973. 4 대아산업건설(주) 대표이사 / 1973. 11-1999. 12 한국코트렐(주) 대표이사 / 2000. 1-현재 한국코트렐(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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