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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라인게임계의 거성 송재경
분야 정보기술.컴퓨터통신/기타
문화기술.과학커뮤니케이션/게임
날짜 2011-04-04
한국 온라인게임계의 거성 송재경
인기를 좇지 말고 남들이 생각지 못한 것을 추구하라!
| 글 | 이충환 기자 ㆍcosmos@donga.com |

 
 
   
 
 
최근 온라인 자동차레이싱게임 XL1을 개발한 송재경 사장. 그는 “학교에서 배운 건 나중에 쓸모가 있다”며 “게임을 개발하려면 전반적으로 알아야 된다”고 게임 개발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1990년대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대변혁을 일으키며 명성과 상업성을 거머쥔 뮤지션으로 서태지가 있었다면, 게임계에는 앉은 자리에서 수천 줄을 코딩해내며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게임을 탄생시킨 천재 프로그래머가 있었다. 그가 바로 송재경(40) 엑스엘게임즈 사장이다.

송 사장은 온라인게임 ‘쥬라기 공원’ ‘바람의 나라’ ‘리니지’를 잇달아 개발하며 세계 시장을 열어젖힌 주역이다. 덕분에 그는 게임 분야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하던 한국을 온라인게임 강국으로 등극시킨 일등공신 중 한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리니지의 출발은 순정만화
지하철 7호선 청담역 부근에 위치한 한 건물 4층에 엑스엘게임즈가 자리하고 있다. 송 대표를 만나자 첫눈에 여학생들이 꽤나 따랐을 법한 순정만화의 남자주인공을 닮은 그의 얼굴선이 들어왔다. 그래서일까. 그의 대표작 ‘바람의 나라’나 ‘리니지’는 게임스토리의 원작이 모두 순정만화다. 실제로 그는 만화도 많이 봤다.
 
   
 
 
국내 게임산업을 뒤흔들어놓은 ‘온라인 롤플레잉게임’(MMORPG) ‘리니지’. 송 사장은 리니지를 탄생시킨 주역이다.

“다른 게임을 할 뿐 아니라 만화, 소설, 영화를 닥치는 대로 보며 상상의 날개를 펼쳤죠. 잡다한 지식을 많이 쌓아야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답니다.”

그는 중학교 때 처음 컴퓨터를 접한 뒤부터 컴퓨터로 하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시절부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재능이 남달랐다. 재미 삼아 워드프로세서를 만들고 프로그램 짜는 걸 연습하기 위해 ‘스페이스 인베이더’란 게임을 모방하기도 했다.

KAIST 박사과정 시절부터 그의 행적은 한국 온라인게임의 역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4년 그가 개발했던 머드(MUD)게임 ‘쥬라기 공원’은 PC통신 천리안을 통해 처음 상용으로 서비스된 온라인게임이다. 머드게임은 여러 명이 동시에 접속한 뒤 문자만 타이핑해 채팅하며 전투하는 게임이다.


 
   
 
 
2002년 리니지 매킨토시 버전을 갖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매킨토시용 프로그램 행사인 ‘맥 월드’에 참가한 송 사장. 매킨토시용 리니지는 ‘베스트 오브 쇼’ 상을 받았다.

그는 서울대 학부와 KAIST 대학원 동기인 김정주 씨와 함께 넥슨을 설립한 뒤 1995년 문자에만 의존하던 기존 머드게임에 그래픽을 입혀 ‘바람의 나라’를 내놓았다. 고구려가 배경인 ‘바람의 나라’는 미국의 ‘울티마온라인’보다 먼저 제작돼 ‘세계 최초의 그래픽 머드게임’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게임은 연매출 3000억원(2006년 현재)의 넥슨을 일으키는 기틀이 됐다. 1997년 말 완성한 ‘온라인 롤플레잉게임’(MMORPG) ‘리니지’는 국내 게임산업을 뒤흔들어 놓았다. 송 사장이 병역특례 시절 아이네트(현 PSINet)에서 개발한 리니지는 실시간 전투라는 현재 온라인게임의 전형을 마련한 시초였다. 아이네트가 어려워져 후원자를 구하던 송 사장은 당시 막 창업한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과 의기투합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덕분에 단번에 주식시장의 황제주로 등극했다. 그뒤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과 거대 투자자들이 온라인게임 개발에 몰려들었고, 수십만명이 동시에 접속해 온라인게임을 즐기면서 사이버경제시스템이나 온라인범죄가 심각하게 논의될 만큼 온라인게임 문화가 시대 조류를 읽는 키워드로 떠올랐다. 정부는 2010년 우리나라를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대 게임산업 강국으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기까지 했다.


감동 주는 게임 개발하고파
물론 송 사장에게도 순탄치 않은 시절이 있었다. 그가 대학원 박사과정을 중퇴하거나 넥슨, 엔씨소프트를 퇴사한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곧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졌고 새로운 신화가 탄생했다. 예를 들어 송 사장이 ‘바람의 나라’를 개발할 당시에 모두가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그는 성공을 거뒀다.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물리엔진을 적용한 XL1은 자동차 경주의 사실감이 뛰어나다.

2000년부터는 엔씨소프트 미국 지사에서 근무했고 2002년엔 미국에서 매킨토시용 ‘리니지’를 상용화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돌연 엔씨소프트를 그만두고 2003년 친한 사람들과 함께 엑스엘게임즈(XL Games, 엑설런트한 게임을 만드는 회사란 뜻)를 설립했다. 또 다른 도전이었다.

지난해 4월에는 2년간 공을 들인 끝에 온라인 자동차레이싱게임 ‘XL1’을 내놓았다. 특히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물리엔진(자동차의 움직임을 속도나 보는 위치에 따라 실제 상황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을 적용해 사실감을 높였다. 열심히 만들었지만 예상과 달리 흥행결과는 참패였다.

“멋진 차로 달리는 기분은 좋은데, 너무 사실성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막상 계속하게 만드는 재미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는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플레이하는 사람에게 진한 감동을 줘 자기 자신이나 인생은 물론 세계, 우주, 신까지 생각해보게 하는 게임이 좋은 게임이라고 믿는 송재경 사장. 그는 “인생사의 모든 게 녹아 있는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을 개발하고 싶다”고 밝혔다.

“요즘에는 실력 있는 사람들이 게임 분야에 포진해 있어요. 분명 한국은 세계 온라인게임업계에서 인정받고 있죠. 하지만 인기 있는 장르만 좇기보다 남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게임을 개발해야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가 또 어떤 게임을 선보이며 한국 온라인게임사를 다시 쓸지 기대된다.

프로필
1967 출생
1990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1992 KAIST 전산학 석사
1994 최초의 상용 머드게임 ‘쥬라기 공원’ 개발
1994 (주)넥슨 공동 설립
1995~1996 세계 최초 그래픽 머드게임 ‘바람의 나라’ 개발
1996~2003 온라인 롤플레잉게임(MMORPG) ‘리니지’ 개발 총괄
2000~2003 (주)엔씨소프트 부사장 2003 (주)엑스엘게임즈 설립, 대표이사
2004~2006 온라인 자동차레이싱게임 XL1 개발
자료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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