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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IPSAP -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김승조 교수
분야 정보기술.컴퓨터통신/기타
항공우주기술/기타
날짜 2011-04-04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IPSAP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김승조 교수
| 글 | 이현경 기자 ㆍuneasy75@donga.com |

 
 
   
 
 
“내게 20만 달러만 지원해주면 윈도우를 운영체계로 하는 클러스터 컴퓨터를 만들어 세계 슈퍼컴퓨터 랭킹 100위 안에 들게 하겠소.”
2002년 어느 날,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김승조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인 스티브 발머에게 편지를 한 장 썼다. 발머 회장과는 개인적인 친분도 없는 사이였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e메일 주소를 찾을 수 없어 수신인을 ‘스티브 발머 사무실’로 적어 국제우편으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 무작정 편지를 보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10만 달러 쾌척
2주일쯤 지났을까.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김 교수에게 화상회의를 하자며 그의 제안을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클러스터 컴퓨터는 PC나 워크스테이션 같은 일반적인 컴퓨터를 수백 대에서 수천 대까지 네트워크로 연결해 고성능을 발휘하도록 만든 컴퓨터군을 일컫는다. 당시 이런 클러스터 컴퓨터의 운영체계는 대부분 리눅스였고 윈도우는 거의 없었다.

“연구비를 지원해주는 일이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어떤 이득이 있느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윈도우의 성능을 입증할 좋은 기회라고 설득했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미국 본사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를 통해 김 교수에게 10만 달러를 전달했다. 그가 애초 제안한 금액의 절반이었지만 당시 우리 돈으로 약 1억 원이라는 큰 액수였다. 일이 잘 될 모양이었는지, 그 무렵 인텔에서도 김 교수에게 CPU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삼성전자까지 나서 메인보드와 메모리 1000개를 기증했다.

2003년, 김 교수는 발머 회장에게 한약속을 지켰다. 윈도우를 운영체계로 하는 클러스터 컴퓨터를 만들어 세계 랭킹 56위에 올려놨기 때문이다. 지금도 김 교수가 이끄는 실험실 한 쪽은 이 클러스터 컴퓨터가 차지하고 있다.

기계항공공학부에서 컴퓨터를 연구하는 학자라니, 조금은 생뚱맞게 들린다. “이 모든 일은 30년 전에 시작됐어요. 미국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대에 유학을 갔는데, 처음에는 한국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연구하던 분야인 풍동실험실 조교를 했지요. 그런데 앞으로 성장 동력은 이게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무작정 텍사스대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틴슬리 오덴 교수를 찾아갔다. 틴슬리 교수는 유한요소법을 이용해 비선형 편미분 방정식을 푸는 연구에서 세계적인 대가였다. 유한요소법이란 구조물을 아주 작은 단위로 나눈 뒤 이들의 거동을 계산하는 수치 해석 방법이다. 유한요소법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지만 그는 무조건 열심히 공부하겠다며 매달렸다. 그의 진심이 통했는지 틴슬리 교수는 그를 제자로 받아줬다.

그때부터 고난의 시작이었다. 틴슬리 교수는 대학원생이라면 1주일에 100시간은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학자였다. 세계에서 톱클래스를 유지하려면 그 정도로 노력하지 않곤 안 된다며 그 자신도 주말을 연구실에서 보냈다. 이런 분위기에서 김 교수는 기본부터 다시 공부했다. 물리역학, 현대수학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공부할 당시엔 힘들었지만 아직까지도 그때 공부한 내용이 도움이 된다”고 털어놨다.

1986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로 부임했을 때 그는 유한요소법 전문가가 돼 있었다. 유한요소법을 써서 항공우주 구조물의 안전성을 해석하는 연구에 매달렸다. 가령 인공위성이 구조적으로 안전한지, 강도는 충분한지, 수명은 얼마나 되는지 모두 수치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이런 예측에 정확성을 높이려면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가 필요했다. 컴퓨터 성능이 좋을수록 계산 속도가 빠르고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도 많다.

1990년대 초 김 교수는 국제학회에 참석했다가 병렬컴퓨팅을 사용하면 효율이 뛰어나다는 발표를 듣곤 구조물이 매우 복잡한 항공기를 해석하는데 병렬컴퓨팅을 적용해보자고 생각했다. 학회에서 돌아오자마자 김 교수는 대학원 석·박사과정 학생들과 함께 병렬컴퓨팅 환경을 뒷받침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8년 드디어 프로그램의 초기 모델을 탄생시켰다. 김 교수는 여기에 ‘입샙’(IPSAP, Int-ernet Parallel Structural Analysis Pro-gram)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입샙’의 효율성을 테스트해보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선 클러스터 컴퓨터가 필요했죠. 처음엔 용산 전자상가에서 아주 싼 컴퓨터를 32대 사다가 묶어서 실험도 해봤어요. 그러다 병렬컴퓨팅의 가능성을 확인한 계기가 있었죠. 매년 열리는 슈퍼컴퓨팅 컨퍼런스에 나가 상을 탔거든요.” 그게 2001년이었다. 용산에서 직접 부품을 사다가 조립한 컴퓨터로 클러스터 컴퓨터를 만들었고, 이것이 가격대 성능비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 교수팀의 ‘용산표’ 클러스터 컴퓨터는 1메가플롭스(1초에 100만번 연산) 당 24.6센트밖에 안들었다.

풍력발전기까지 만든 IPSAP
현재 ‘입샙’은 개발된 뒤 8년째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최근엔 사용자가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다이아몬드’라는 그래픽유저 인터페이스까지 붙였다.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고 판단해 2006년엔 인터넷을 통해 ‘입샙’을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항공우주공학을 공부하는 학생부터 유한요소법 연구자까지 누구나 ‘입샙’을 내려 받아 사용할 수 있다.

“목표는 ‘나스트란’의 자리를 차지하는 겁니다.” ‘나스트란’(NASTRAN)은 1960년대 초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개발돼 지금까지도 항공우주 분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구조해석 프로그램이다. 아폴로 우주선을 개발할 때도 ‘나스트란’을 사용했다. 김 교수는 처음부터 ‘나스트란’에 필적할 만한 구조해석 프로그램을 만들 작정으로 ‘입샙’을 개발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나스트란’은 오래 전에 개발된 탓에 병렬컴퓨팅 개념이 적용되지 않았다. 반면 ‘입샙’은 병렬컴퓨팅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효율을 대폭 높였다. ‘다이아몬드’ 같은 유저 인터페이스를 보충하면 ‘나스트란’ 같은 거인과 붙어볼 만하다.

‘입샙’의 활용도도 무궁무진하다. 비행기와 로켓, 인공위성부터 자동차, 선박 설계까지 모두 활용할 수 있다. 대체에너지 개발에도 쓰인다. 김 교수팀은 지난해 ‘사이클로 블레이드 시스템’이라는 항공기 기술을 이용해 소형 풍력발전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성과로 김 교수는 2008년 10월 서울대에서 처음으로 제정한 ‘서울대학교 학술연구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이클로 블레이드를 설계할 때 최적의 블레이드 날 각도를 슈퍼컴퓨터를 써서 계산했고 효율적 구조물의 설계를 ‘입샙’으로 시뮬레이션했습니다. 컴퓨터로 바람 방향에 최적화된 각도를 찾은 셈이죠.” 컴퓨터에서 풍력발전기, 그리고 디스플레이까지 김 교수의 도전의 끝은 어딜까.

컴퓨터에 ‘입샙’만 깔면 최첨단 로켓부터 친환경 풍력발전기까지 척척 설계한다.
병렬컴퓨팅 환경을 뒷받침하기 때문에 효율도 뛰어나다.
다이아몬드처럼 빛날 ‘입샙’의 미래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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