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무진 녹색 엔지니어’양성소
김재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 글 | 이현경 기자ㆍuneasy75@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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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끌시끌한 쇠고기 얘기부터 해보자. 광우병을 떠나서, 쇠고기를 많이 먹으면 지구가 더워진다는 주장이 있다. 소 한 마리를 2년 동안 300kg까지 살찌우는 데 사료 3.5톤과 물 60만리터가 필요한데, 문제는 이런 소 한 마리가 1년 동안 배출하는 메탄가스(CH4)가 약 100m3이나 된다는 것이다.
메탄 없앨까, 늘릴까
석탄,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태우면 이산화탄소(CO2)가 나오고, 소가 트림하거나 쓰레기를 태우면 메탄가스가 나온다.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따지면 이산화탄소가 1등, 메탄가스가 그 다음이지만 온실효과로 따지면 메탄가스가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보다 약 20배 높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하나. 메탄가스를 발생시키기 전에 유기물을 이산화탄소로 전환해 메탄가스를 원천봉쇄하는 방법과 이와는 반대로 메탄가스를 아예 더 많이 발생시켜 이를 연료로 사용하는 방법 중 어느 쪽이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효과적일까?
김재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메탄가스 처리 문제를 놓고 학자들 사이에 의견차가 있다는 것.
이탈리아의 사르디니아 섬에서는 2년마다 폐기물 관리에 관한 국제학회가 열린다. 김 교수는 이 학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 메탄가스 처리 문제가 처음 도마에 오르자 유럽연합은 폐기물을 전(前)처리해 유기성 폐기물을 이산화탄소로 전환해 메탄가스를 배출시키지 않는 방법을 내놓았다.
그런데 지난해 사르디니아 섬에서는 차라리 메탄가스를 더욱 많이 발생시켜 이를 연료로 사용하는 편이 훨씬 유익하다는 주장이 미국 측에 의해 강력하게 제기됐다. 즉 폐기물 매립지에서 메탄가스를 추출해 연료로 쓰자는 것이다. 석유 가격이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이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은 양쪽 의견을 저울질하고 있다. 매립지에서 메탄가스를 추출해 연료로 사용하는 한편 폐리물을 매립하기 전 모두 소각한 뒤 재를 묻거나 유기성 폐기물을 퇴비로 만들어 유기물을 제거한 뒤 매립하는 방식으로 메탄가스 생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중요한 점은 양쪽 방법을 썼을 때 실제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계산해봐야 한다는 것.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지는 ‘숫자’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 중
김 교수가 이끄는 폐기물실험실은 최근 이 ‘숫자’를 찾아내는 연구에 착수했다. 일단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 협약 총회 내용 중 온실가스 관련 사항을 분석하고 있다. 당시 총회에서 ‘발리 로드맵’이 채택되면서 2013년부터 선진국과 개도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해야 한다. 한국도 2013년부터는 온실가스 감축이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한국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온실가스 감축량을 정하려면 실제로 어느 부분에서 얼마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2005년 국내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5억9000만 톤으로 이 중 83%가 에너지 분야(발전, 산업, 수송 순)에서 나왔다.
지난해 폐기물실험실은 환경부의 의뢰를 받아 수송과 폐기물, 농 · 축산 · 임업 분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했다. 더 중요한 점은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 모델을 개발했다는 것. 2013년 한국이 제시할 온실가스 감축량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그 근거가 되는 계산 모델이 과학적으로 공신력을 얻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2가지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을 계산할 때 차종과 속도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모두 더하거나(바텀업), 1년 동안 소비된 자동차 연료 사용량을 자동차 수로 나눠 평균치를 구한다(톱다운). 현재 연구실에서는 이 외에도 연구가 여럿 진행 중이다.
개중 굵직굵직한 연구 성과도 냈다. 미생물을 이용해 청색증을 일으키는 질산성 질소를 인체에 무해한 질소로 바꿨고, 매립장에 사용되는 차수막 표면에 유기성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특수 물질을 코팅해 토양의 추가 오염을 막았다. 이들 연구는 모두 특허를 출원했다.
환경공학은 필요없다?
김 교수의 지도 방침은 ‘나(김 교수)도 안 해보고 너(학생)도 안 해본 연구를 한다’는 것. 폐기물연구실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연구실 교육 목표로 ‘야무지고 단단한 녹색 엔지니어의 완성’을 내세우고 있다. 온실 속 화초가 아니라 야생에서 모진 비바람을 꿋꿋이 이겨낸 환경전문가로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이것저것 주문 사항이 많다. 연구는 물론이고 1년에 서너 차례씩 등산을 다니며 끈기와 지구력이 몸에 배도록 한다. 작년 여름에는 단체로 지리산 종주를 다녀왔다.
책을 많이 읽으라는 잔소리도 심심찮게 한다. 인문학적인 소양이나 경제, 경영에 대한 개념이 없는 공대생은 ‘외팔이’나 다름없다고. 영화나 드라마에서야 주인공 외팔이는 싸움에서 이기지만 현실에서는 핸디캡일 뿐이다.
그는 이런 득이 되는 ‘잔소리’를 과학고 학생들에게도 종종 한다. 지난해부터 서울대 공대 대외협력실장을 겸하고 있는 터라 과학고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많은 편이다. 학교의 특성상 과학기술에 치중하기 쉬운 과학고 학생들에게 그는 경제나 문화를 알아야 우리 사회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스스로도 신문이나 책과 친해지기 위해 많이 노력한다. 틈날 때마다 폐기물이나 환경과 관련된 칼럼을 신문에 기고한다.
환경공학자인 그에게 기후변화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기후변화는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엔지니어의 역할은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장비 설계에서부터 제작, 운영까지 모든 과정이 포함된다.
환경공학이 대세인 요즘 그는 “환경공학과는 필요없다”고도 잘라 말한다. 환경공학자가 모든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모든 공학에 환경공학적인 개념이 포함되는 ‘공대의 환경공학화’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
2013년까지 불과 5년 남았다. 폐기물연구실의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현실이다. 엔지니어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폐기물연구실은 이런 임무를 수행할 ‘녹색 엔지니어 양성소’로 우뚝 섰다.
고수의 비법 전수
새로운 연구에 항상 눈과 귀를 열어라. 폐기물연구실 역시 처음에는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하고 관리하는 기술과 관련된 ‘전통적’인 연구에 치중했지만 기후변화가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차츰 메탄가스를 포함한 온실가스 연구로 옮겨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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