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소공학 - 작은 효소로 인류의 큰 문제 해결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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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공학 - 작은 효소로 인류의 큰 문제 해결한다
글 : 유영제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 yjyoo@snu.ac.kr ) 사례 #1 석유 자원의 문제. 석유(petroleum) 자원이 고갈될수록 가격은 계속 오르고 석유를 태워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된다.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는 우리가 빨리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사례 #2 건강 문제. 사람의 질병과 건강상태를 확인하려면 혈액을, 환경에서 사람에게 유해한 물질을 찾기 위해서는 공기나 물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해야 한다. 앞으로는 소량의 시료를 즉시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사례 1과 2는 오늘날 인류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둘은 전혀 다른 분야의 문제점으로 보이지만 효소공학이라는 하나의 열쇠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먼저 효소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효소는 생명체에 존재하는 촉매라고 할 수 있다. 각 효소는 생명체 안에서 하나 이상의 생화학반응에 영향을 끼친다. 효소는 단백질이라 온도나 산성도(pH), 유기용매에 의해 변형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장점도 많다. 효소는 종류가 많아 다양한 반응을 수행할 수 있으며, 특정한 물질하고만 반응하기 때문에 효소와 반응할 물질을 분리하지 않아도 돼 경제적이다. 반응과정에서 중간산물도 생기지 않아 환경친화적이다.또효소는대부분 상온(30~60℃), 대기압(1기압)에서 반응하므로 위험성이 적다. 고온고압의 환경이 필요 없어 경제적이기도하다. 효소는 이런 장점 덕분에 에너지, 식품, 화학소재, 센서, 환경보전 같은 다양한 분야에 이용되고 있다. 석유 대체하는 식물자원 먼저 에너지 쪽으로 눈을 돌려보자. 사례 1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석유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극복해야 한다. 따라서 석유보다 저렴하면서 재생이 가능하고 이산화탄소도 적게 배출하는 대체 연료가 필요하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연료는 광합성에 의해 계속 재생산되는 식물자원(biomass)이다. 콩이나 옥수수, 유채의 식물자원에서 1차 산물로 전분, 포도당, 기름이 나오면 이를 가공해 2차 산물인 바이오디젤이나 바이오에탄올, 폴리락타이드(PLA)를 만든다. 바이오디젤이나 바이오에탄올은 석유를 대체할 연료로 사용되며, 폴리락타이드를 이용해 썩어 없어지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 식물자원을 연구하는 분야를 ‘산업생물공학’(industrial biotechnology)이라고 하는데, 미국은 2050년까지 화학소재의 50%를 생물공학기술을 이용해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의학이나 농업과 연계된 생물공학에 이어 산업과 연계된 생물공학이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산업생물공학의 핵심에는 미생물이나 세포의 대사작용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대사공학기술, 효소를 이용해 대사작용을 촉진하는 효소공학기술, 생물자원에서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단계를 효율적으로 설계하는 생물공정기술이 있다. 이들은 공대의 생물공학 관련 학과에서 공부할 수 있다. 슈퍼효소를 설계하자 이 중 효소공학 기술은 효소와 관련된 연구를 하는 분야이다. 새로운 효소를 찾아내거나 기존의 효소를 값싸게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효소를 산업적으로 활용하려고 효소의 반응 메커니즘을 연구해 다른 기술과 접목하기도 한다. 효소공학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슈퍼효소’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슈퍼효소는 단백질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서도 안전하고 다양한 반응에 촉매로 활동하는 효소다. 과거에는 슈퍼효소를 만들기보다 발견하는데 주력했다. 화산이나온천처럼온도가높은환경에사는 미생물을 찾아그안에서 효소를 찾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백질의 DNA 구조를 밝힐 수 있어 우수한 특성을 가진 효소를 직접 설계하고 만들 수도 있다. 효소 설계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서 시행착오도 많다. 하지만 효소가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해 효소 설계에 적용하면 원하는 특성의 효소를 만들 수 있다. ‘ 효소 및 환경 생물공학 연구실’에서도 효소설계 기술을 이용해 동물의 소화효소인 리파아제(lipase)의 구조를 바꿔 예전보다 열에 강한 효소를 만들었다. 다시 사례 2의 분석 기술을 생각해보자. 극소량의 혈액 샘플이나 환경 시료를 즉시 분석할수있을까? 나노기술과 효소공학 기술을 융합해야 가능하다. 탄소나노튜브의 입자에 효소를 고정시키고 여기에서 일어나는 효소의 반응을 측정할 수 있다면 아주 적은 시료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가방에 든 폭약이나 마약은 확산작용에 의해 몇 개의 분자가 튀어나오는데, 이 분자는 나노입자에 고정된 효소와 반응하게 된다. 미국은 테러를 방지하고 유해물질을 측정하기 위해 효소를 이용한 센서를 개발하는 데 많은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다. 폭약이나 마약, 즉석에서 감지하려면 효소공학은 의학에도 사용된다. 사람의 혈관으로 들어가 암세포를 찾거나 건강상태를 점검해 약물을 주입하는 기계는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효소공학의 소형화 기술을 이용하면 에너지원이 되는 효소연료전지를 만들 수 있다. 효소공학은 단순히 생물공학의 일부로 한정할 수 없다. 효소를 이용한 센서나 효소연료전지는 전기신호를 이용하기 때문에 생물공학 외에도 다른 분야의 학문과 연계해야 한다. 그래서 효소공학에서는 생물학 외에도 나노기술이나 전자공학의 지식을 가진 공학자와의 협력 연구가 필수적이다. 서울대 대학원에서는 바이오 엔지니어링 전공이 신설돼 화학, 생물, 전기, 기계, 재료, 의학 등 여러 분야가 협력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효소를 이용해 때를 분해하는 세제부터 나노효소센서를 이용한 폭발물 감지기까지 효소의 이용범위는 무궁무진하다. 효소공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생물학적인 지식도 중요하지만 어떤분야에 효소가 쓰일 수 있는지 생각해내는 창의력과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