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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사이언스

나노소재공학 - 나노세계에서 펼쳐지는 물질 혁명
분야 융합과학/나노
산업기술/재료
날짜 2011-04-07
나노세계에서 펼쳐지는 물질 혁명
나노소재공학
| 글 | 현택환ㆍthyeon@snu.ac.kr |

10억분의 1이라는 나노세계를 다루는 나노기술은 21세기를 이끌어갈 핵심 과학기술로 자리잡았다. 나노기술은 이상적으로는 자동차, 타이어, 컴퓨터 회로에서 의약품, 티슈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만드는 모든 것에 포함돼 있다.

나노기술은 한 분야로 한정지을 수 있는 연구분야가 아니다. 나노기술은 물리, 화학, 수학, 화학공학, 재료공학, 기계공학, 전자공학 등 거의 모든 분야가 어우러진 복합 기술이다. 분야에 따라 나노기술을 연구하는 목적과 접근방식이 다르다. 여기서는 나노입자를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방법과 그 응용기술을 알아본다.


21세기 연금술

 
   
 
 
21세기 나노소재기술은 중세의 연금술에 비견될 수 있는 과학적 도전이다.
나노입자는 수nm에서 수십nm 크기로 만들어진 금이나 은과 같은 금속, 산화티탄과 같은 세라믹 또는 반도체 소재를 포함한다. 나노입자는 아래에서 위로 만드는 ‘바텀업’(Bottom-up) 방식과 위에서 아래로 만드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기원전 460년경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원자가 모든 물질의 근원이라는 ‘원자설’을 주장했다. 그는 빵을 쪼개면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상태를 원자로 가정했다. 데모크리토스가 주장한 원자론은 현재의 원자론과 매우 유사하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쪼개지기 직전에도 빵일까?” 원자 한 개에서 출발해 서너 개, 수백 개 내지 수만 개 모아놓은 것은 빵일까? 원자가 몇 개 모여야 빵 맛이 날까? 나노기술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아마도 원자가 몇 개 이하로 줄어드는 순간부터 빵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원자가 일정 수준으로 모이면 빵 맛이 서서히 날 것이다. 수백 내지 수만개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는 구형의 나노입자는 원자가 1개일 때와 무수히 많이 모여있을 때의 중간 성격을 갖는다.

이것은 입자 크기에 따라 물질의 특성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빵에 비유하면 원자 10개일 때 신맛, 원자 100개일 때 매운맛, 원자 1000개가 모이면 단맛이 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나노 영역에서는 물질의 고유한 성질이 아닌 새로운 특성을 찾을 수 있다.

규칙적으로 배열한 원자가 수nm에서 수십nm 크기를 가질 때 나노입자라고 한다. 물질이 나노 영역으로 들어갈 때 가장 큰 변화를 겪는 것은 2~6족 카드뮴 셀레나이드(CdSe) 반도체화합물 나노입자다. CdSe 나노입자는 바텀업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먼저 고온의 용매에 카드뮴과 셀레늄 전구체를 섞으면 훨씬 안정적인 에너지 상태인 CdSe가 자발적으로 형성된다. 이때 비누의 일종인 계면활성제가 반응용액에 있으면 나노입자 표면을 안정화시켜 원하는 크기의 나노입자를 얻을 수 있다.


나노입자 세계

CdSe는 자외선 영역의 빛을 흡수해 붉은빛을 내는 물질로 입자 크기가 작아짐에 따라 밴드갭이 커진다. 따라서 CdSe에서 발광하는 빛은 점점 파란색 쪽으로 이동한다. 나노입자 크기를 조절하면 발광하는 빛의 파장을 원하는 대로 얻을 수 있다. CdSe 나노입자는 크기에 따라 강력한 레이저원이나 고효율 태양전지, 암세포 등을 추적하는 바이오 이미징 기술에 쓰이고 있다.

자성체 나노입자는 특이한 자기적 성질을 나타낸다. 크기가 작아지면서 어떤 크기에 도달했을 때 자기적 성질이 최대가 되는 현상을 띤다. 이런 자성체 나노입자는 크기가 수nm로 주로 코발트나 코발트와 백금의 합금 형태로 이뤄진다. 자성체 나노입자는 2~6족 화합물반도체 나노입자나 귀금속 나노입자에 비해 그동안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나노입자 사이에 강한 전자기력이 작용해 크기와 모양이 일정한 나노입자를 합성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철, 코발트, 니켈 같은 강한 자기성을 갖는 원자와 기능기를 갖고 있는 탄화수소 분자 사이의 상호작용 원리가 밝혀지면서 균일한 자성체 나노입자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균일한 자성체 나노입자의 출현은 기술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균일한 나노 크기의 자성 나노입자를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하면 초격자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를 이용해 고밀도 자성 저장장비를 만들 수 있다. 현재까지 자성 저장장비의 최소 기억단위는 자기장에 따라 배향하는 최소 단위, 즉 자기영역이라는 상당히 많은 결정들의 집합체였다.

그러나 일정한 모양과 크기를 갖는 나노입자를 사용하면 한 개의 구형 나노입자를 최소 기억단위로 만들 수 있다. 그 결과 기억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인치당 테라비트급 자기저장용량을 구현할 수 있다.

나노입자는 입자 수가 수억개 이상으로 이뤄진 벌크 물질과 몇개의 원자로 구성된 분자의 중간 형태를 띤다. 나노 재료는 벌크 재료에 비해 단위부피당 표면적이 매우 크고 표면의 결함 비율이 크기 때문에 재료의 표면성질을 변화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나노재료는 IT 응용소재, BT 응용소재, ET 응용소재, 구조소재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멀티미디어 시대에 들어서자 사람들은 고밀도, 초고속, 저전력, 초소형, 초경량의 자기 저장장치를 요구했다. 이것은 자기 나노입자를 이용한 자기 저장장치 개발을 가속화시켰다. 또한 테라비트급 대용량 정보 전송을 위한 정보통신용 나노소재, 광대역 통신의 핵심인 초 광대역 광증폭기, 초고속 신호처리의 핵심인 전광스위치 등 고집적화된 나노재료가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신소재의 무한한 가능성

 
   
 
 
각종 IT 시스템은 나노수준의 물질을 제어할 수 있는 소자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나노 재료는 의료분야에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조직은 대부분 나노영역에 속하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으로 구성돼 있다. 체액 한방울로 발병 유무를 진단하는 바이오칩, MRI에 사용되는 조영제, 약물을 부작용 없이 환부에 옮기기 위한 약물전달체 등을 개발해 기존의 진단법이나 치료법을 개선하고 있다. 또한 나노재료를 이용해 손상된 뼈, 관절, 치아 같은 인체 경조직의 기능을 대체하는 생체재료가 개발되고 있다.

환경정화용 나노기술은 토질이나 대기에 존재하는 오염원을 나노 크기의 촉매 또는 기공 구조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이다. 이같은 나노 재료는 유해 기체와 중금속 제거, 오염 물질 분해 등에서 뛰어난 기능을 발휘하고 환경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자성체 나노입자는 물 속에서 부영양화를 초래하는 유기물질을 분해한다. 또한 환경용 나노소재는 염료감응형 태양전지, 물이나 알코올로 작동하는 연료 전지 등 새로운 에너지 소재 개발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고강도 나노 복합재료는 물리화학적인 특성이 우수한 나노 크기의 입자나 탄소나노튜브 등을 강화재로 사용하고 고분자, 금속, 세라믹을 복합화해 만든 신소재를 말한다. 고분자와 탄소나노튜브의 복합재료는 철보다 100배 이상 강하고 섬유처럼 부드러운 특성을 갖는다. 또한 기존의 내열성 재료보다 우수한 내고온성과 경량성을 가져 항공우주산업에서 응용되고 있다.

Profile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무기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부터 서울공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젊은과학자상, 듀폰과학기술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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